[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해외 자금 송금의 비밀, ‘환전소’
2024.09.18
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현재 북한은 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돼 자금 송금 및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이 직접 돈을 짊어지고 인편으로 이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렇게 인편을 이용하는 방법 외에 다른 간편한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주재국 환전소를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대사대리 나오셨습니다.
진행자: 이번 방송의 주제는 북한이 벌어들인 외화를 어떻게 송금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스위프트, 그러니까 국제결제시스템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이를 이용하면 국제 송금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데 북한은 여기에서 퇴출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본국에서 해외로, 해외에서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류현우: 문제는 2017년 2월과 3월에 걸쳐 북한의 조선중앙은행, 대성은행, 무역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모두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북한 주요 은행들이 국제은행결제시스템에서 퇴출 당하다 보니 송금이 단절됐습니다. 제가 탈북하기 전, 북한의 자금은 크게 3가지 방법으로 평양으로 날라갔습니다. 첫째, 인편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즉 대사관 외교관들이 자금을 외교신서물(행랑)에 넣고 이를 평양 혹은 베이징까지 가지고 가는 방법입니다. 보통 현지 대사관 외교관들이 외교신서물을 이용해 날아가는데, 현지 외화벌이 북한 회사들이 북한의 상급기관에 자금을 전달해달라고 대사관에 의뢰합니다. 국가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사관은 소속 외교관을 파견해 외교신서물을 평양으로 보내고 외무성 신서과에서는 외교신서물에 있는 외화를 필요한 접수 절차를 거쳐 해당 기관에 기요(기밀)로 발송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사관 외교관 수가 줄어들고 외화벌이 회사들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외화를 벌 수 없기 때문에 인편을 이용한 방법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둘째, 현지 북한 노동자 월급이라는 주재국 회사의 통보 각서(증명서)와 북한 대사관의 영사공증을 이용해 자금을 평양으로 가져가는 방법입니다. 이때 북한 회사 관계자가 돈에 각서를 동봉해 가져갑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주재국의 회사에 하청부로 고용되는데 이때 주재국 회사는 유엔 대북제재로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을 송금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가족들에게 월급의 일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현지 세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편의를 보장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준비합니다. 이 각서에 북한 대사관이 영사공증을 해줍니다. 중요한 점은 주재국 회사 각서에 기입된 자금 액수와 운송자가 가지고 가는 자금 액수가 같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필요한 절차가 완료되면 운송자는 노동자들의 월급 명목의 외화를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운반합니다. 그런데 이 방법의 경우 주재국 회사가 자신들이 보증한 월급 외의 외화에 대해서, 그러니까 추가적인 자금의 운반은 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실례로 노동자들의 월급의 총액이 10만 달러라면 주재국 회사가 각서에 이 내용만 증명하지, 12만이나 15만 달러로 써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금을 좀 더 보내려고 해도 못합니다. 세번째는 환전소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주재국 환전소에서 다른 나라의 환전소로 송금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 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류현우: 환전소를 이용한 방법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우선 모든 환전소는 세계 여러 나라 환전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제가 (쿠웨이트에 있을 때) 외화를 평양에 보내려 한다면 우선 베이징까지 돈을 보내야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쿠웨이트에 있는 환전소는 베이징주재 자매 환전소와 연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쿠웨이트 주재 환전소는 북한 측에 몇월, 며칠, 몇시, 몇분에 돈을 받아갈 사람을 베이징주재 환전소로 보내라고 합니다. 그러면 쿠웨이트에 있는 북한인은 베이징에 있는 북한인에게 약속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고 베이징주재 환전소로 가라고 연락합니다. 그래서 쿠웨이트 주재 환전소와 베이징 주재 환전소에 각각 북한인들이 위치합니다. 그러면 쿠웨이트 주재 환전소와 베이징 주재 환전소 관계자는 서로 휴대전화 SNS로 옆에 있는 북한인들의 얼굴을 확인시켜줍니다. 만약 100만 달러를 송금하려 한다면, 쿠웨이트 주재 환전소 관계자는 베이징 주재 환전소 관계자에게 100만 달러를 북한인에게 넘겨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베이징 주재 환전소 관계자는 현장에 있는 북한인에게 100만 달러를 주고 그가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다립니다.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돈을 들고 들어간 북한인이 쿠웨이트 주재 환전소에 대기하고 있는 북한인에게 자금을 안전하게 북한 대사관으로 옮겼다는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쿠웨이트 환전소에 있던 북한인은 해당 환전소 관계자에게 100만 달러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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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환전소를 이용한 송금의 장점, 무엇이 있습니까?
류현우: 외교신서물이나 현지 회사 각서를 이용한 방법들은 인편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왕복 항공권, 호텔 숙식비용 등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그 돈이면 조금 더 주더라도 안전하고 피곤하지 않은 환전소를 통해 송금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리고 환전소를 이용하면 은행 송금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어느 환전소를 이용하는지도 추적하는 사람들이 알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실제 돈을 주고받는 것은 현지인들이기 때문에 북한사람들끼리 돈을 주고받았는지 여부를 증명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송금을 진행할 때 환전소를 이용한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환전소를 이용해 국제송금을 했다면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을 텐데요. 수수료에 대한 부담은 없었습니까?
류현우: 당연히 있습니다. 수수료는 규모에 관계없이 10%를 지불합니다. 10만 달러면 1만 달러, 50만 달러면 5만 달러, 100만 달러면 10만 달러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환전소 입장에서도 앉은 자리에서 이렇게 돈 소나기를 맞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마 이런 건이 있다면 저마다 하겠다고 할 겁니다.
진행자: 보통 1회 송금을 하실 때 보내는 자금의 규모는 어느정도 되나요?
류현우: 상황에 따라 각이합니다. 그러니까 10만 달러가 될 수도 있고 50만 달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송금 규모와 관련한 규정은 딱히 없습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북한이 환전소를 이용한 송금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국제사회의 감시도 피하면서 자금을 편하게 이동시킬 수 있으니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류 전 대사대리에 따르면 환전소를 이용한 송금을 대대적으로 하기 시작한 북한 인물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요. 이 인물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동시에 제재를 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블랙북스 시간에 풀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