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여인, 공무원 김성미 씨 (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03-1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사진은 하나원생 컴퓨터실.
사진은 하나원생 컴퓨터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 그 사람이 없으면 못살 것 같아서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투닥거리기도 하고 이제는 ‘너 없이는 못 살겠다가 아니라 너 때문에 못 살겠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원치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 어떨까요? 자식을 낳고 무탈하게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중국으로 간 탈북여성들 중 상당수는 인신매매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행복하지 않은 생활을 하는데요. 조금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성공시대의 주인공, 김성미 씨인데요. 이제는 어엿한 6년차 공무원으로 지내고 있는 성미 씨의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 나눠볼게요.

마순희: 네. 말씀하신 것처럼 김성미 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지내게 되면서 성미 씨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혼을 하게 됐는데요. 다행히도 남편과 성미 씨의 관계는 좋았습니다. 시작은 마음이 없었으나 살면서, 그리고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쌓이고 사랑도 커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힘들게 농사일을 해도 남는 돈이 거의 없었던 지라 성미 씨는 남편에게 도망가지 않을 테니 나를 믿고 마음 놓고 떠나라고 권했고 성미 씨의 남편은 일본으로 돈 벌러 나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김인선: 하지만 남편이 일본으로 떠난 지 얼마 안 돼 성미 씨는 한국행을 결심했죠.

마순희: 네. 남편은 타국에서 돈 버느라 고생하는데 자신은 편하게 지내는 것 같아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린 딸과 셋이서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은 한국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남편에게 전했고 충분한 의견을 나눈 후에 성미 씨는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웬만한 부부 같으면 신뢰가 안 갈 일이지만 워낙 서로를 잘 이해하고 목표가 같았던 부부였기에 남편도 성미 씨를 한국에 가도록 협조했습니다. 덕분에 성미 씨는 5년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2010년, 무사히 한국 땅을 밟게 됐습니다.

처음 남편과 약속하고 한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할 때 성미 씨의 마음은 불안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너무 다른 세상인 한국에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고 자신이 정착을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처음 생활하는 하나원 생활을 하면서 성미 씨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지막 수료를 앞두고 시험을 치렀는데 컴퓨터 시험에서 230명 중에 1등으로 뽑혔고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도 농촌에서 살아왔던 성미 씨에게 컴퓨터는 하나원에서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생소한 공부였습니다. 자기 같은 주부도 노력하면 수많은 쟁쟁한 사람들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김인선: 많은 탈북민들이 하나원에서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것 같은데요. 사실 남한에선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하거든요. 대부분 컴퓨터로 업무처리를 하기 때문에 탈북민들도 필수적으로 알아두는 게 좋죠.

마순희: 맞아요. 한국에 와 보니까 컴퓨터 교육은 가장 기초적으로 누구나 다 배워야 할 교육이더라고요. 대형 상점이나 24시간 운영하는 가게에서 시간제 부업을 하려고 해도 컴퓨터를 모르면 할 수가 없고 심지어 식당에서 일하더라도 계산하고 영수증 발급 같은 업무들 모두가 컴퓨터로 해야 하니까요. 컴퓨터를 모르고서는 취업은 물론이고 일상생활도 어려움이 많기에 기초적인 공부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고 손전화기가 있어서 어린애들도 다루는 것이 컴퓨터이긴 하지만 우리 탈북민들 중에는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많고 배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성미 씨는 초기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온 후 직업 전문학교에서 취업 훈련을 받았는데 그때에도 컴퓨터 교육을 받았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나원을 같이 나온 친구들 중 정규 대학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지만 성미 씨는 남편과 딸을 데려오기 위해선 먼저 일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도 성미 씨는 배움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을 다녔습니다. 학과는 중국에서 몇 년 살면서 터득했던 중어중문학과였고요.

김인선: 탈북민의 경우 대학공부를 하는 동안 정부에서 생활비 지원과 학비 지원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잖아요. 성미 씨가 제 때 졸업하려면 낮에 일하는 대신 학과 공부에 더 충실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마순희: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고 일하면서 배운다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까지 힘든 것은 아닙니다. 배우는 데에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회사에 다니면서 인터넷강의로 학점을 따고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 대학을 4년 다녔던 경험이 있거든요. 성미 씨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과 어린 딸을 데려오기 위해 자신이 경제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도 강하고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대학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도 강해서 힘들어도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공부하는 주경야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더구나 성미 씨가 입국한 당시에 경기도 지역에선 공공기관마다 탈북민 특별채용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소식을 아는 젊은 탈북민들은 지원을 했고 대부분 채용이 됐습니다. 채용 부서는 아무래도 전문분야라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일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성미 씨가 배정받은 부서가 바로 상하수도 사업소였던 것입니다. 성미 씨는 제기되는 사무 업무와 하수도 사업소를 찾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설명해주는 일도 하는데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하는 직장이라 시간외 수당을 받으면서 밤늦게 퇴근하는 회사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김인선: 간절한 마음만 있다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공부도, 일도 만만치 않거든요. 성미 씨가 일하면서 무사히 대학졸업을 했을지 걱정됩니다.

마순희: 대학 졸업은 기본이고 대학원 진학까지 한 걸요. 북한에서 살 때나 중국에서 살 때나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 때나, 하루도 허송세월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성미 씨입니다. 4년간의 대학 과정도 잘 마쳤고 지금은 대학원 2학년생인데요. 스스로 공부하고 행복한 삶을 능동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도와주는 ‘코칭’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 후면 대학원을 졸업한 석사가 되겠지요. 어느덧 성미 씨가 한국에 정착한지 10년이 됐습니다. 그 시간 동안 성미 씨 생활에서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는데요. 국제결혼으로 한국으로 오게 한 중국 남편도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고 남편 역시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성미 씨의 딸은 올해로 16살, 중학교 3학년생이랍니다. 어린 딸을 중국에 두고 와서 매일 밤 눈물을 흘렸다던 성미 씨였기에 딸에 대한 마음이 누구보다 애틋한데요. 딸에게 동생까지 만들어 줬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이 있거든요. 올해 6살인데 온 가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라고 하더군요. 두 아이와 남편까지 이제는 네 식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성미 씨는 자신처럼 마음 편하고 행복한 사람도 드물 것 같다면서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김인선: 부부 사이가 좋으면 가정이 화목할 수밖에 없죠.

마순희: 네. 한국에 와서도 행복하게 함께 사는 두 사람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곧 성공적인 정착이라고 김성미 씨는 말하는데요. 성미 씨의 말처럼 우리 탈북민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이런 평범한 삶을 살아갈 때 우리 탈북민 사회가 이 땅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항상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는 성미 씨, 긍정적인 마음으로 모든 일을 해 나가기에 성미 씨는 몸도 마음도 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김인선: 사랑이 가득한 긍정의 여인 김성미 씨의 건강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네요. 성미 씨처럼 저도,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들도 긍정의 마음을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