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징어 게임, ‘남한사회 실상 폭로한 드라마'일까?
2024.01.09
[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넷플릭스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실제 생존게임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와 드라마에 대한 북한 반응 짚어볼 건데요.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다양한 모방작을 배출해 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오늘 살펴볼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드라마에 등장한 놀이를 실제 그대로 재현해냈으며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 1위에 올랐습니다.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먼저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를 살펴보려 하는데요. 이 같은 프로그램을 흔히 서바이벌,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하는데 그 뜻부터 짚어주시죠.
[김헌식] ‘서바이벌(survival)’이 생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주고 과제를 통과한 사람이 다음 회로 진출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승자가 되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고 얘기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대본이 구체적으로 있는 게 아니고, 상황 설정 안에서 일반인들이 주로 참여해 생생한 장면을 보여주는 형식을 말합니다. 그래서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주로 참여해 생생한 상황 속에서 도전 과제를 모두 수행한 사람이 최종적으로 우승하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이 되겠습니다.
[기자]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내용과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헌식] 오징어 게임 드라마는 돈이 필요한 456명이 돈을 벌기 위해 456억 원의 상금을 걸고 서바이벌 생존 경쟁을 벌이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오징어 게임:더 챌린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것인데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같은 게임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것과는 달리 인성 테스트가 추가됐습니다. 무작위로 테스트 대상으로 지목된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를 지목해서 탈락시키거나 다음 게임에서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기자] 드라마상에서는 탈락자는 그 즉시 죽게 되는데, 리얼리티 생존게임에서는 실제로 죽는 건 아니죠?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드라마상에서는 총을 쏴서 목숨을 잃게 만든다거나 아니면 생존 게임 과정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목숨을 잃는 일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죽는 설정인 원작 드라마와는 달리 예능 판에서는 티셔츠 안에 입은 특수 조끼에 오징어 먹물을 연상시키는 검은 잉크가 자동으로 터지게 됩니다. 아무래도 오징어 게임이라고 하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오징어 먹물을 터트리게 하는 건데요. 오징어 먹물이 터지게 되면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지게 되는데, 이는 사전에 교육받은 겁니다. 참가자가 이렇게 한 명씩 한 명씩 쓰러질 때마다 천장에 매달린 돼지 저금통에 한 명당 1만 달러씩 쏟아지는 것도 원작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원작에서는 무게 때문에 이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묘사했는데,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서는 실물 돼지 저금통을 만들었습니다. 최종화에서는 상금으로 가득 찬 돼지 저금통 무게가 무려 800kg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기자] 네, 그럼 이쯤에서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공식 예고편 함께 듣고 오겠습니다.
참가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다음 게임이 곧 시작됩니다. 즉시 게임장에 입장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뭐야? 잔인한 게임이에요. 이 게임은 전략이 필요해요. 내가 깐부가 돼줄게요. 당연히 뒤통수를 칠 거지만. 여기선 아무도 못 믿어요. 이제 두 명의 탈락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건 ‘오징어 게임’이에요. 현실을 직시하자고요. 버릴 배는 버려야죠. 우린 좋은 팀이야. 여기서 제일 똑똑하시네요. 사람들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456만 달러짜리 게임이에요. 돈이 눈앞에 보여요. 당신은 탈락됐습니다.
[기자] 예고편만 들어도 게임 속 긴장감이 잘 전해지는데요. 게임 진행에 앞서 생존게임 참가자를 모집했을 텐데, 참가 조건은 어떻게 됐나요?
[김헌식] 굉장히 많은 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선발에 있어서 공정성을 기했다고 합니다. 런던과 미국 서부 동부에서 8만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지원서를 받았고 비디오 테스트 즉, 영상 면접도 봐서 456명을 선발했다고 합니다. 60대 뉴욕 타임스 전 편집자, 내과의사, 전직 군인, 수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뽑았고 특히 다양한 인종과 직업, 성별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시즌 2 참가자도 현재 모집하고 있는데요. 신청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식 웹사이트 인터넷으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고 ‘자신의 앞으로 전략이 무엇인지’, ‘우승하게 된다면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1분짜리 영상을 간단하게 촬영해서 제출하면 되고요. 미국, 영국, 그 외 지역 등 3개로 분류해서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는데요. 참가 자격은 만 21세 이상의 영어 소통 가능자이어야 되고, 최대 4주 동안 촬영이 진행되는데 모든 참가자는 이 기간에 유효 여권을 소지해야 하고, 지정한 모든 장소를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합니다.
[기자] 드라마 내용과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의 차이점은 뭐가 있었나요?
[김헌식] 게임의 룰 등에 약간 변화가 있는데요. 참가자들이 오징어 게임처럼 철제 침대에서 먹고 자며 합숙한 것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원작에 나온 게임과 함께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게임이 몇 가지 추가됐고요. 특히 세 번째 라운드가 줄다리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한국 특성상 상금이 456억 원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의 상금은 456만 달러 한화 59억 원 정도 된다는 점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점은 치열한 생존 경쟁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강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인상적인 점을 꼽는다면 어떤 걸 꼽으시겠나요?
[김헌식] 프로그램 제작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게임 놀이 장면에서 화면 해설 방송이 나오는 것과 참가자들 간의 대화도 한국어 음성으로 나온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멘터리가 대부분이었던 화면 해설 프로그램 범주에 해외 예능 프로그램도 추가되면서 시각장애인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장애인들만 자막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요즘에는 저시력자들도 (많이 이용합니다) 특히 노령 인구가 많아지니까 이런 점이 중요하고 또 편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자] 이처럼 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서바이벌 쇼가 이전에도 있었나요?
[김헌식]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드라마 중에 생존 게임을 다룬 드라마가 많지 않았고, 영화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인데요. 그렇지만 최근에는 웹툰 원작의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원작 웹툰인 <머니 게임>을 예능으로 만든 사례가 있었는데요. (웹툰 내용은) 총상금 448억 원을 두고 8명의 참가자가 100일간 생존 경쟁을 벌이는 스릴러였는데, 이를 그대로 유튜브에서 머니 게임 예능을 만들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미국에서 웹 예능 5부작으로 만들어서 총상금 30만 달러 한화로 한 3억 7천만 원을 두고 8명의 참가자가 펼치는 서바이벌 게임이었는데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총 10일간 시중 물가 100배가 적용된 밀실에서 생존 경쟁을 벌였던 사례가 있습니다.
[기자] 원작인 드라마는 456억 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 456명의 참가자와 또 반대로 순전히 이를 즐기기 위해 모인 고객들 그리고 이런 잔혹함과 대비되는 어린시절 놀이가 한 데 어우러져 걸작을 만들어 낸 건데요.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서바이벌 쇼를 볼 때는 어떤 점에 주목할 수 있을까요?
[김헌식] 드라마의 시각적 효과를 그대로 예능에 옮겨온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수백 명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번호판을 단 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호에 맞춰서 뛰는 모습 자체로 볼거리였습니다. 드라마처럼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전체를 보여줬고요. 특히 참가자들이 상금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개인적인 사연을 들려주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요즘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인터뷰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의 사연을 보여주면서 극적인 효과를 드러내거든요. 그래서 존 헤이 총괄 프로듀서는 “절실함이 동기가 됐던 원작 드라마와는 달리, 이번엔 꿈이 동기가 된다”며 “꿈도 그만큼 강력한 원동력이 되더라“고 말했습니다. 또 팀 하코트 크리에이티브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이 선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면서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속내를 보면 결국 선하고 친절했고 배려심이 있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살벌한 생존 방식이 아니고 훈훈함이 느껴졌다는 점이 예능 판 오징어 게임에서 부각됐던 점입니다.
[기자]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드라마에 대한 북한 반응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10월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오징어게임을 두고 자본주의의 실상을 드러낸 드라마라고 평가한 바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어떻게 되나요?
[김헌식] 그 내용을 보면 (북한 당국)의 입장인 것 같은데요. 북한이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면서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대했습니다. “최근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TV극 '오징어게임'이 방영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극단적인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극단적 경쟁으로 내몰고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야수화된 남조선 사회”라고 비난을 했는데요. 그리고 “1등이 아니면 죽어야 한다는 약육강식의 경기규칙을 만들어놓고 처참한 살육이 벌어지는 경기를 오락으로 여기며 쾌락을 느끼는 부자의 형상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격분을 자아내게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실제 자본주의 나라들의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어땠는지요?
[김헌식] 미국의 전문 보도 매체인 CNN은 호평했습니다. CNN은 “넷플릭스의 최신 인기작(오징어 게임)은 정말 끝내준다”고 평가했고요. 또 미국의 주요 영화 매체인 데드라인은 “’오징어 게임’이 한국 창작 드라마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BBC 방송은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몇 년간 서구 전역에 만들어진 ‘한국 문화 쓰나미’의 가장 최근 물결”이라고 얘기했고요. 또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같은 경우에도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성공은) 그렇게 크게 충격받을 일도 아니다”라고 얘기했고, 포브스와 NME 등 다양한 매체에서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블룸버그 같은 경우에는 한국 창작자들이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면서 한국 창작 능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런 외신들의 보도 때문에 오징어 게임에 대해 더 좋은 평가가 내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됐습니다.
[기자] 오늘 시간 마지막으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정리 부탁드립니다.
[김헌식] 물론 이 생존 게임 자체는 현실의 과장입니다. 현실에 이런 방식은 없습니다. 허구적인 상황이고요. 또 드라마가 “자본주의 구조와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하는데, 사실 어느 사회나 문제가 없는 곳은 없죠.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드러내고 비판하면서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겁니다. 오징어 게임은 어느 사회에나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 주면서 좀 더 바람직한 세상을 꿈꾸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적절히 평가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얼리티 생존게임과 드라마에 대한 북한 반응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