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중원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쿠팡플레이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소년시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앞서 살펴본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현대가 아닌 1989년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드라마를 통해 1980년대 남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건데요. 드라마에는 온양의 왕 찌질이, 학교에서 맞고 다니지 않는 게 소원인 장병태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병태가 온양에서 부여로 이사하게 되면서 찌질이 병태가 아닌 내로라하는 싸움꾼인 ‘아산 백호’로 오해받는데요. 그럼 드라마 ‘소년시대’의 예고편부터 함께 들어볼까요?
소년은 꿈이 있어야 허는 법이여 . 나의 꿈은 말이여 안 맞고 사는 거여 . 학교를 안 다니면 안 댜 ? 학교 가 봐야 맨날 두들겨 쳐맞는 게 일인데 . 어떤 식으로 패는지 이제 다 파악했단 말여유 . 그런데 이렇게 이사를 가 버리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잖여 . 아산 백호 ? 아따 그럼 그놈이 우리 부여 농고로 전학을 온댜 ? 17:1 로 붙은 적이 있는데 별명이 백호여 . 그놈 이름이 뭔디 ? 아산 백호 있잖여 쟈 맞는 거 같은디 ? 이 반사신경 뭐여 ? 말로 햐 . 왜 이러는겨 ? 아산 백호 정병태 ? 아 환장하겠네 진짜 . 가자 !
[ 기자 ]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 모셨는데요. 우선 이 드라마를 살펴보기에 앞서 '소년시대'는 청소년관람불가로 분류되는데요. 어떤 이유 때문이죠?
[ 김헌식 ] 드라마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된 이유에 대해서 감독이 밝힌 바 있습니다. 이명우 감독이 "과도한 흡연·음주·폭력 장면을 완화시켜서 15세 청소년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했지만, 흡연·음주·폭력 장면이 빠질 수 없어서 그대로 했다"고 합니다. 주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고 사행행위나 약물 등이 나오게 되면은 청소년 관람 불가에 해당됩니다.
[ 기자 ]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이 부분은 굉장히 조심히 다뤄야 할 것 같네요. 미성년자분들께서는 특히 이 드라마의 취지가 절대 폭력이나 일탈을 조장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셔야겠습니다. 그럼 드라마의 줄거리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 김헌식 ] 시대적 배경은 1989년이고요. 충남 온양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장병태는 매일 같이 맞으면서 학교에 다닙니다. 그런데 불법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던 아빠가 단속에 걸리면서 온양에서 부여로 야반도주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산백호로 불리는 전설의 싸움꾼 정경태는 부여농고로 전학을 앞둔 상태입니다. 정경태는 부여 농고 3 대장을 때려눕힌 후 장병태의 자전거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기억을 잃습니다. 하필 장병태가 전학을 가려고 하는 곳도 아산백호 정경태가 전학하기로 한 부여농고가 되겠습니다. 부여농고 5인방은 전설의 아산백호 정경태가 전화가 온다고 하니까 그를 기다리는데요. 장병태와 정경태 이름이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장병태를 아산백호 정경태로 착각해 대접하면서 데리고 다닙니다. 심지어 진짜 아산백호인 정경태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이른바 가짜 정경태인 장병태가 정경태인 것처럼 활동하다가, 기억을 잃었던 아산백호 정경태가 기억을 찾게 되면서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 기자 ] 네, 장병태와 정경태 이름이 헷갈려서 싸움꾼과 찌질이의 정체성이 바뀌었다는 줄거리만 들어도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들과는 조금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전해지는데요. 소년시대는 1980년대 충청도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보니 등장인물 대부분이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죠? 충청도식 대화법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주인공 장병태가 친구들과 함께 충청도의 다른 지역인 공주로 넘어가 깻잎을 파는 장면인데요.
[ 상인 ] 뭐여 ?
[ 장병태 ] 깻잎이여 .
[ 상인 ] 얼마인디 ?
[ 장병태 ] 자루당 7 천 원 .
[ 상인 ] 비싸네 . 3 천원 ! 아 , 왜 ? 기여 , 아니여 ? 안 팔 겨 ?
[ 장병태 ] 가서 소나 먹이쥬 , 뭐 .
[ 상인 ] 이 ? 아 , 5 천 원 !
[ 장병태 ] 아주 그냥 염소 이불이나 만들어야겄다 !
[ 상인 ] 6 천원 !
[ 장병태 ] 쌈 싸 먹어야겄다 ! 품삯도 안 나오는 거 , 이거 ! 내가 말이여 이번에 또 깻잎을 키우면 공주읍사무소 앞마당에서 목을 맬 겨 .
[ 상인 ] 아유 , 알았다 . 알았다 . 알았다 . 알았다 . 7 천 원 ! 세 자루 2 만 원 ! 2 만 1 천 원 , 1 천 원 깎아 준 겨 .
[ 장병태 ] 정 원하신다면 뭐 .
[ 조호석 / 부여농고 찌질이 '호떡' ] 아유 , 무거운디 내려놔 .
[ 상인 ] 칼만 안 들었어 . 아주 그냥 . 아이고 , 진짜 . 2 만 원 .
[ 장병태 ] 감사해유 .
[ 기자 ] 또 병태의 아버지 학수가 친한 동생 상교네 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장면에서도 충청도식 화법이 잘 드러납니다.
[ 장학수 / 장병태 아버지 ] 아유 , 세상에 . 이게 뭔 일이랴 . 생선이라니 . 이래서 사람은 조상을 잘 만나야 된다는 겨 . 우리 동생 조부께서 일제 시대 때 순사 짓 허면서 막 독립군 잡아넣고 '웽' 고문하고 그랬어 , 그렇지 ?
[ 박상교 / '흑거미' 박지영의 아버지 ] 우리 조부께서 줄을 잘못 서서 그런 겨 !
[ 장학수 / 장병태 아버지 ] 이 ? 아 , 일본 놈 앞잽이 노릇을 무슨 줄 서서 헌디야 ? 말 되는 소리를 해야지 . 으이구 . 병태야 , 우리 저기 상교 조부께서는 말이다 아주 그냥 대단한 양반이셨다 . 전국 팔도를 날아댕기면서 독립군들을 싹 잡아 가지고 조선 독립을 한 20 년은 늦추신 분이셔 . 3∙1 만세 운동 때 우리 조선이 독립될 수 있었는데 그때 그 우리 동생 조부님이신 박 나카무라상께서 독립군을 다 잡아넣는 바람에 그래서 그때 독립 못 했던 거 아니여 .
[ 박상교 / '흑거미' 박지영의 아버지 ] 쓸데없이 그만 좀 나불…
[ 기자 ] 소년시대에는 충청도 사투리를 잘 녹여내서 재미있는 장면이 참 많았는데요. 충청도 사투리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 김헌식 ] 충청도 사투리의 특징은 즉문즉답보다는 은유적이고, 축약적이면서, 해학적이고, 능청스럽습니다. 그래서 은유와 재치가 몸에 밴 사람들이 충청에 참 많다는 건데요. 체면과 격식을 따지는 '양반 기질의 농축'으로 능청스럽게 양반처럼 화법을 쓴다는 건데요. 지역적 위치가 위아래로, 동서양으로 끼어 있다 보니까 피침(被侵)도 많다 보니까 너스레들 떨거나, 재치를 부리거나, 농치거나, 능청을 부리고 또 모사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충청도 출신 개그맨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임하룡 씨는 충북 단양, 김학래 씨는 충남 천안, 최양락 씨도 충남 아산, 남희석 씨는 충남 보령, 이영자 씨도 아산 출신이고요. 서경석 씨와 김준호 씨는 대전, 유세윤 씨도 아산, 오나미 씨도 충남 공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충청도식 화법이 예능 프로그램에 굉장히 많이 있다는 겁니다. 이범수 씨 같은 경우는 청주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예능과 밀접한 화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기자 ] 북한에도 지역별 사투리가 있는데요. 충청도를 북한에 비유하자면 어디 지역 사투리와 가장 비슷할까요?
[ 김헌식 ] 대개 북한 황해도를 꼽습니다. 황해도 사투리는 한국의 충청도 사투리와 유사하다고 얘기하는데 느긋하고 늘어진 억양이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충청도 사투리는 한반도의 중남부, 남한의 중앙에 있는 충청도에서 주로 쓰이기 때문에 황해도와 같이 중부 방언권·중부 사투리에 포함합니다. 그래서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황해도 지역이 바로 중부 방언권이 되겠습니다. 황해도 방언 사투리는 중부 방언의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충청도 사투리와 황해도 사투리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예전 한국 드라마에는 사투리가 잘 등장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지방 사투리가 주가 되는 드라마를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 김헌식 ] 20여 년 전만 해도 사투리는 심의 규정 대상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에 방송위원회의 심의 규정이 개정됐습니다. 그전에는 '사투리나 외국어를 사용할 때 국어 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해서 표준 한국말 중심으로 모든 것을 연출했거든요. 그런데 주연을 제외한 조연들만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거나 극 중 조폭들이 사투리를 즐겨 사용하면서 사투리가 거친 언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너무 부정적으로 비치니까, 그러지 말고 사투리를 실감 나게 재미있게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투리를 지나치게 규제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투리를 실감 나게 담아낸 <응답하라> 시리즈, 제주 사투리로 제주의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우리들의 블루스> 작품에서 사투리가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에 이어 제주도 사투리가 유행하더니 충청도 사투리까지 드라마의 중심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돌아와서 내용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 소년시대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소년시대 드라마에서는 충청남도의 부여, 공주, 아산 등 다양한 지역 이름이 등장하는데요. 각 지역의 위치는 어떻게 되나요?
[ 김헌식 ] 온양과 아산 같은 경우에는 아산시 중심에 온양이 있어 겹치는 구조입니다. 원래 온양은 세종대왕 시절에 온천이 있었기 때문에 '온천을 중심으로 길러낸다'는 뜻의 지명입니다. 그런데 온양온천의 유명세 때문에 1995년 '아산시'가 정식 행정구역 명칭으로 바뀌었지만 '온양'이라는 지역이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산시의 중심 도시가 온양이라고 보면 되겠고요. 이곳에서 서남쪽으로 가면 부여군이 있습니다. 부여군은 동쪽으로 논산시, 서쪽으로 보령시, 북쪽으로는 청양군과 공주시가 있는데요. 남동쪽으로 금강이 흐르고 있고 백제시대 부여의 명칭은 사비입니다. 백제 성왕이 국호를 남부여로 바꾸고 웅진에서 사비로 천도한 538년부터 660년까지 백제의 수도이기도 했고 지금은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 있고요. 공주시는 부여보다는 북동쪽에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대전광역시, 서쪽으로는 예산군과 청양군, 남쪽으로 논산시, 계룡시, 부여군이 있는데요. 공주시는 백제시대에 웅진으로 불렸고 475년부터 538년까지 백제의 수도였습니다. 여기에 고분군 등 다양한 문화 유적이 있기 때문에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고요. 교육기관으로 공주대학교, 공주교육대학교 등 국립대학교가 많아서 교육의 도시로 꼽혔던 곳이 바로 공주시가 되겠습니다.
[ 기자 ] 그럼 또 궁금해지는 게 왜 드라마의 배경은 강원도나 경상도 등 다른 지역이 아닌 충청도로 설정한 걸까요?
[ 김헌식 ] 이명우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감독으로서 쉬운 것만 하면 재미가 없다. 충청도를 선택한 것도 도전이었다"고 했습니다. "(충청도는) 기존 작품에서 비교적 많이 안 쓰여서 신선한 지역이었고 우리나라를 지도로 봤을 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한 곳이 충청도다. 그래서 뭔가 여기에 독특한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다음에 충청도 사투리는 따라 하기 쉬워서 많은 사람이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데요. 실제로 제 주변에도 갑자기 경상도 분들이 충청도 스토리를 쓰는 경우도 생겨날 만큼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 기자 ] 그럼 기존에 충청도를 배경으로 했던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 김헌식 ] 영화 <피끓는 청춘> 같은 경우는 1982년 충청도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청춘 로맨스를 다루고 있고요. 또 김정은·이범수 주연의 <잘살아보세>는 가족계획사업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 충청도를 배경으로 연출됐습니다. 또 류승완 감독의 <짝패>에 온성이라는 도시가 나오는데 아무래도 온양과 아산을 뜻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곳을 배경으로 조직폭력배의 다툼을 다뤘던 작품이고요. <산 너머 남촌에는2> 같은 경우는 충청북도 단양군에서 30대 중반 젊은 부부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전원 드라마였습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소년시대의 배경이 된 지역 충청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를 통해 알 수 있는 1980년대 남한의 시대상 살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