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학생들과 장년층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사의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드라마 방송 초반에는 20~30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10대와 50대 시청자들도 많이 유입됐는데요. 학생과 학부모 양쪽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 이 드라마는 어떤 내용으로 사랑을 받았을지 궁금해지는데요. 그럼 ‘일타 스캔들’의 예고편 듣고 올까요?
전 핸드볼 국가대표이자 현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 . 1 조 원의 남자 . 과목별로 탑 찍는 학원 강사 , 1 등 스타강사 , 사교육계의 BTS. 나 갔다 올게 . 와 빠르긴 진짜 빠르다 .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거 알죠 ? 네 ?
[ 기자 ] 예고편에서 "국가대표 열혈 엄마와 국가대표 일타 강사의 살벌한 첫 만남"이라고 소개합니다. 예고편 중에는 서로에게 물을 끼얹는 장면도 나와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교수님, 이 드라마는 어떤 내용이죠?
[ 김헌식 ] (촬영을 진행한) 공간적인 배경은 대한민국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입니다. 이른바 '사교육 1번지' 즉, 학교 외에 따로 개인 과외를 받는 학원가가 밀집돼 있는 곳인데요. 이곳에 대단히 인기가 많은 수학 과목 일타 강사 최치열(배우 정경호)과 일타 강사가 근무하는 학원 근처에서 국가대표 반찬 가게를 하고 있는 남행선(배우 전도연)이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재밌는 로맨스 이야기입니다. 특히 남행선이라고 하는 극중 인물은 딸이 있는데요. 이 딸이 수학 강사 최치열에게 수학을 배우게 되면서 이어지게 됩니다. 남행선은 기혼은 아니지만 모친의 사망 이후 딸 같은 어린 조카와 발달장애인 동생을 돌보기 위해서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라는 훌륭한 이력을 중단한 인물인데요. 남행선이 딸처럼 돌보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조카 남해이는 수학 강사 최치열의 강의가 듣고 싶다고 남행선에게 고백을 하게 되고요. 그러면서 전혀 부딪히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얽히고 설키게 되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 기자 ] '일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 제목은 일타 강사의 스캔들 즉, 추문 혹은 뒷소문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타 강사'란 무엇인지 먼저 짚어주시죠.
[ 김헌식 ] '일타 강사'는 '1등 스타 강사'입니다. 그래서 '스타'라고 하면 연예인 혹은 유명한 인기 배우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즉, 인기 배우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학원의 1등 스타 강사를 일타 강사라고 줄여서 말합니다. 수강생들이나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고 이에 따라 방송에 나오기도 하는데 심지어 학원 매출액 1위를 기록하는 강사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특정 분야의 최고 선생님이라는 의미였는데 지금은 특정 분야의 일인자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전문가라는 의미로까지 확장됐습니다.
[ 기자 ] 한국의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일타 스캔들에서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전도연 씨가 연기한 여주인공 남행선은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남행선 ] 여기는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인 강남의 모 학원가 . 일타강사 수업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학생도 아닌 학부모가 , 학부모도 아닌 학부모에게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 줄 서기를 하는 웃픈 현실이 있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의 현장 . 그렇다 . 누가 이 대한민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가 . 새벽같이 고동치는 나라 . 닭 울기 전부터 고성이 오가는 나라 . 아침 댓바람부터 고단하고 고달프고 그래도 고진감래를 믿으며 고삐를 늦출 새 없이 고생길을 달려 고소득 , 고학력 , 고득점 , 고위층을 위해 고고하는 나라 그곳이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아니던가 .
[ 기자 ] 한국의 교육열이 어떻길래 이를 주제로 한 드라마까지 제작되는 걸까요?
[ 김헌식 ] 대한민국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 열기는 상당한데요. 특히 부모들이 사교육에 쓰는 돈이 많다 보니까 일타 강사 또는 스타 강사들의 연봉이나 월급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자녀를 위해서 집을 팔고 대치동 근처에 전세나 월세로 사는가 하면 지방 학생들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다니기 위해서 가족들이 이곳에 집을 얻어 그 집의 밥이나 빨래를 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에 나왔듯이 학원 앞자리 맡기 위해서 학부모들이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이를 위해서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고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처럼 비싼 학원 비용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모습을 이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보여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기자 ] 일타 스캔들은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한국의 교육열을 묘사했다면, 앞서 방영했던 한국의 교육열을 주제로 한 또 다른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파급력도 상당했는데요.
[ 김헌식 ] 입시는 학생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죠. <스카이스캐슬>은 자신들의 최상위 계층적 입지와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상류층 어머니들이 자녀의 사교육을 얼마나 치열하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드라마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외에도 <여왕의 교실>이나 <블랙독> 등이 있었는데요. <여왕의 교실>은 스스로가 부조리한 사회 권력자로 아이들을 궁지에 몰아넣어서 현실을 깨닫게 만드는 내용으로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고요. <블랙독>도 기간제 사회 초년생 여주인공이 학교에서 꿈을 지키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학교 교육 현장이 어린이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일대에 미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배경음악 듣고 오면서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 일타 스캔들 OST)
[ 기자 ] 다시 일타 스캔들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일타 강사 최치열이 수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더프라이드 학원에는 '의대 올케어반'이 있는데요. 말 그대로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을 전면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뜻입니다. 7명의 소수 정예 학생을 뽑기 위해 레벨테스트도 진행하는데요. 실제로도 학생을 의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집중 공부시키는 학원들이 있죠?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의 대부분 목표가 의대 진학이거든요.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따로 뽑아서 의대 진학반을 만들고 그 가운데에서도 '의대 진학 선행반'을 만듭니다. 드라마에서 레벨 테스트라는 걸 하는데요. 레벨 테스트는 '수준을 측정해 본다, 평가해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입학 시험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의대 진학 반에 들어오려면 성적과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평가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거죠. 이과 계열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가 의대인데요. 보통 의대는 수능과 정시 성적 0.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의대 진학반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선행반에 들어가 준비한다는 사실도 알려진 바 있습니다. 즉, 초등학교 3, 4학년 (만 8~10세) 때부터 선행학습을 하고 또 이 선행반에 들어가기 위해서 레벨 테스트 즉, 실력 측정을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겁니다.
[ 기자 ] 이처럼 '의대 올케어반'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남해이와 해이의 친구 선재도 레벨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공부에 열중하는데요. 유능한 변호사인 선재 엄마는 아들 선재에게 시험 참고 자료인 족보를 넘겨주고 선재는 이를 친구인 해이와 공유합니다.
[ 이선재 / 해이 친구 ] 레벨 테스트 족보야 . 너도 신청했다며 , 보라고 .
[ 남해이 ] 오 , 이선재 쩌는데 ?
[ 장서진 / 선재 엄마 ] 너 , 지금 뭐 하는 거야 ? 족보 찍어 보낸 거야 , 해이한테 ?
[ 이선재 / 해이 친구 ] 아 , 네 . 해이도 내일 시험 보는데 이런 거 처음…
[ 장서진 / 선재 엄마 ]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 얘 니 경쟁자야 . 올케어반 딱 7 명 뽑는다고 . 그런데 이렇게 고급 정보를 넘겨 ? 내가 그러라고 족보 구한 줄 아니 ?
[ 이선재 / 해이 친구 ] 아니 , 엄마 , 해이는 친구잖아요 .
[ 장서진 / 선재 엄마 ] 친구가 어디 있어 ? 어 ? 정신 차려 , 이선재 ! 얘 너 이용하는 거야 . 호구 잡는 거라고 . 그것도 모르고 계집애한테 그냥 홀딱 빠져가지고 .
[ 이선재 / 해이 친구 ] 그만 좀 하세요 . 제발 .
[ 기자 ] 족보란 어떤 것이길래 선재 엄마가 선재에게 이처럼 불같이 화내는 건가요?
[ 김헌식 ] 원래 족보라고 하면 가문, 조상의 계보·이력과 같은 것을 적은 문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시험에서는 기출 문제 등을 족보라고 합니다. 이전 시험에서 어떤 문제들이 나왔는지와 그 문제들의 정답까지 정리해, 앞으로 있을 평가 시험에서 예상 문제를 추측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가 있죠. 그런데 이런 족보를 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요. 족보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내밀한 관계이거나 대가를 쥐어줘야 되는데, 친구에게 족보를 전달하니까 선재 엄마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적절하지 않다거나 심지어는 이로 인해 선재 본인이 탈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원래는 대학생들 사이에 시험 족보라는 게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법시험 등에 사용되는 기출 문제를 대개 족보라고 했었는데요. 어느새 고교 입시는 물론이고 사교육 현장에서도 이 단어가 쓰이게 됐습니다.
[ 기자 ]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일타 스캔들을 통해 한국의 교육열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가 보여주는 대한민국 사교육 현주소 짚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