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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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남한 관광객이 개성에서 커피를 사며 1달러 짜리 지폐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남한 관광객이 개성에서 커피를 사며 1달러 짜리 지폐를 지불하고 있다.
AP Photo

<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정영입니다. 외부 사람들이 북한 주민의 한달 노임(월급)을 보면서 의혹을 가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월급이 1달러도 안되는데, 어떻게 한 킬로그램에 0.5달러나 하는 쌀을 사 드실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월급 1달러도 안되는 당간부나, 군인들이 어떻게 500달러가 넘는 타치폰, 즉 스마트 폰을 쓰는가 하는 것입니다.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2009년 화폐개혁이후 북한에 달러와 위안화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저축과 사용에 있어서 자국내 화폐처럼 되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가속화되는 달러화 현상, 오늘 <북한은 어디로>시간에는 알아보겠습니다.

소식통: 함흥, 양강도, 자강도는 모두 비를 쓰고 함남 이남부터는 달러를 쓴단 말이요. 조선돈이라는 게 맥이 없어요.

이 녹음은 북한 전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외화의 분포도를 전하는 함경북도 주민의 말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 이북지방은 중국위안화를 많이 쓰고, 함흥 이남 지방은 달러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북한돈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현재 장마당에서 해바라기 씨를 파는 할머니조차도 달러로 받고, 거스름돈을 조선돈으로 거슬러 주는가 하면, 얼음 보숭이나 ‘까까오’도 달러나 위안화로 거래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달러를 선호하는 현상을 두고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즉 달러화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달러를 공식화폐로 쓰거나 다른 화폐와 함께 사용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현재 자국화폐를 버리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짐바브웨인데요. 1980년 발행되어 2009년 4월까지 근 30년간 사용되던 짐바브웨 달러는 지금은 사용이 중지되었습니다. 2009년에 ‘100조 짐바브웨 달러’로 고작 달걀 세 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자국 화폐를 버리고 미국 달러를 받아들였는데요.

짐바브웨는 얼마전 까지만해도 북한의 친근한 우방이었던 로버트 무가베가 37년간 통치했습니다. 로버트 무가베는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에도 명예손님으로 참가할 만큼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짐바브웨 달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화폐로는 에콰토르 화폐인 수크레입니다.

에콰도르 수크레는 극심한 초인플레이션으로 제구실을 못하게 되자, 2000년 에콰도르 대통령은 수크레의 사용을 중지시키고, 미국 달러를 에콰도르의 공식 통화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1달러는 2만5천 수크레로 교환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통화 사용중지 위험에 처한 화폐도 있는데요,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입니다.

볼리바르의 공시환율은 1달러당 4.3볼리바르이지만, 2018년 현재 1달러는 1억 볼리바르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화폐 가치가 종이값보다 못해 어떤 사람들은 이 화폐로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형편이 됐습니다. 이제 베네수엘라 정부도 볼리바르 사용을 중지시켜야 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어떨가요?

현재 북한의 화폐는 자국 시장에서 빛을 잃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 당시 북한이 제시한 공시환율은 1달러대 100원이었습니다. 현재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8천원에 거래되고, 중국 위안화는 1대 1,200원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암시세 환율은 북한 실물경기에 따라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외환시세에 연동되어 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돈데꼬’라고 하는 환전꾼들이 있는데요, 이들은 중국과 외부방송을 통해 환율시세를 알아가지고 돈장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자국내 돈을 보유하지 않고 달러와 위안화를 보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2009년 이후였습니다.

양강도 지방에서 살았던 한 탈북민의 말입니다.

탈북자 반응: 당에서는 화폐개혁할 때 5천원짜리 같은 것은 가정에서 가보로 간수해도 된다고 강연회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불과 몇 달새에 그 화폐 가치가 휴짓장이되다나니, 로병들이 시당에 가서 항의했단 말입니다. 이거 가지고 못살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2009년 김정은 후계자 데뷔를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오히려 김정은의 신뢰가 바닥을 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이후 달러와 위안화를 쓸 수 있게 풀어주었지만, 오히려 이것은 자국돈을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겁니다.

북한은 자국내 화폐개혁을 통해 국가의 재정 확보와 주민 통제를 실시해왔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한 번의 화폐개혁과 네 차례의 화폐교환을 실시했는데요. 1947년에 화폐종류를 완전히 바꾸는 개혁을 실시했고, 1959년, 1979년, 1994년, 2009년 이렇게 4번의 화폐 교환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말이 교환이지, 실제로는 구화폐를 무효화시키는 하나의 혁명이었습니다.

2009년에 실시된 화폐개혁 때 주민들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휴짓장으로 만드는 국가의 시책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고, 자국내 화폐보다는 외화를 저축하는 것이 자신들의 재산을 고수하는 대안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가지고 있는 달러와 위안화를 고수하고 증식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요즘 보유하고 있던 위안화를 달러와 유로화로 바꾸어 놓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소식통은 요즘 평양의 간부들과 돈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인민폐를 거의 달러나 유로로 환전해 놓는 추세라면서, 평양에서는 위안화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2천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출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무역전쟁이 본격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계속 변동시키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화폐는 국력을 과시하는 징표로 되고 있습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세계 경제 질서는 여전히 굳건함을 보이고 있고, 인민폐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세계경제 질서를 바꾸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는 달러와 위안화의 지배 구조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북한 전직 경제관료는 “북한에서 시장화는 장마당과 당과 군부 경제 외화벌이 기관들이 운영하는 시장체계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돈주들이 수중에 장악된 달러와 위안화를 무기로 이러한 시장체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돈주들은 국가계획, 즉 상납금을 바치는 형식으로 북한은 국가재원을 충당하는데, 당경제와 군수경제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시장 기업집단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달러와 위안화가 지배하는 경제구조로 고착되면서 북한의 원화가 기능을 잃고, 북한 당국의 통제 기능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북한은 과거처럼 화폐를 무효화시키는 방법으로 주민들을 통제하던 시기는 지났다”면서 “주민들의 수중에 있는 달러를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가 지금 주민들의 주머니에 있는 달러나 위안화를 회수하려고 한다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방법으로 주민들의 수중에 있는 달러나 위안화를 끌어내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하자면 국가 경제가 힘을 발휘해야 하지만, 현재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국가경제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문수 남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가 배급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북한에서 특권층을 제외한 일반 주민들은 식량 및 생필품 구매를 거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경제위기 이후 북한에서는 달러화 현상이 확대·심화되고 있다”고 한 학술지에서 밝혔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경제적 예속은 정치적예속을 낳는다”라고 누누이 강조해왔습니다. 북한이 자국내 화폐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미 북한돈은 주민들의 머리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지금까지 북한에서 가속화되는 달러화 현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상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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