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황당무계한 북한의 우상화 선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저격수보총(소총)'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저격수보총(소총)'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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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신형 소총 사격시범을 보이면서 5발 전부를 과녁의 정중앙에 명중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등 선전매체들은 김정은이 5월 11∼12일 중요 국방공업기업소(공장)들을 시찰하면서 새로 제작된 저격수용 소총을 시범 사격하는 사진을 내보냈습니다. 함께 공개한 과녁 사진을 보면 정중앙 10점 부분에 5개의 구멍이 뚫려있는데 김정은이 5발을 쏴서 모두 정중앙에 명중했다는 걸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사격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아 김정은이 실제로 사격한 표적지인지를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김정은이 소총 제조공장을 현장지도하면서 소총 시험사격을 하는 것도 상식을 벗어나는 행위인데 김정은이 백발백중의 명사수라는 사실을 선전하기 위해 과녁 사진까지 보도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어떻게 소총을 백발백중시킬 수 있는 것인지, 김정은이 올림픽 사격선수라도 된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집권하기 직전인 2010년 초에 김정은이 3살 때부터 총을 쏘았고 10살 어린 나이에는 탱크를 직접 운전해 작전을 수행했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했는데 이런 선전이 외부세계의 비웃음을 사고 북한 주민들조차 이를 믿지 않게 되자 슬그머니 선전 책자에서 이 내용을 거둬들인 바 있습니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일성의 신격화, 우상화 작업은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항일투쟁 기간에 김일성이 황량한 자갈밭에서 모래를 손에 쥐니 모래가 쌀로 변하고, 뒷산에 올라 솔방울을 쥐니 솔방울이 수류탄으로 변화했다는 등 고대 신화에서나 나옴직한 얘기를 역사적 사실이라며 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북한당국의 김일성 우상화 작업의 압권은 김일성이 축지법을 썼다는 선전입니다. 김일성이 축지법으로 하루 사이에 남조선(남한)의 대구에 명함을 남겨놓고 전주에서는 전화를 걸고, 광주에서 글쪽지를 남겼다고 선전했습니다. 또 김일성이 길을 가는데 강이 가로 놓여 길이 끊기자 발치에 있는 가랑잎을 주워 강에 띄운 다음 가랑잎을 즈려밟고 강을 건넜다는 일화를 사실처럼 교육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일성은 강물의 흐름을 하류에서 상류로 흘러가게 바꿀 수 있으며, 비도 자유자재로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건국 이래 자연재해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성이 백두산 길을 가다가 앞을 가로막는 숲을 보고 비키라고 명령했더니 숲이 한쪽으로 물러가면서 험한 원시림에 큰길이 생겼으며 지팡이로 땅을 3번 두드리자 숲 가운데에 3개의 큰 호수가 생겼다는 우상화 선전도 있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무리한 우상화 선전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정일 개인숭배 선전 중에는 소위 ‘쪽잠에 줴기밥’과 김정은의 골프 실력에 관한 날조된 내용이 있습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지난 1994년 김정일이 평양의 골프장을 난생 처음 방문해 골프를 쳤는데 첫 홀에서 ‘이글’을 한 뒤에 무려 다섯 개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총 34타를 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골프를 치면서 38언더를 쳐서 세계 골프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1만 8000분의 1 확률이라는 홀인원을 한 경기에서 다섯 번이나 했다는 허위 보도를 보면서 북한의 우상화 선전 담당자들이 과연 골프의 규칙이나 제대로 알고 이런 거짓말을 지어내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선전매체는 또 김정일이 민생현장 시찰을 위해 이동하느라 쪽잠을 자고 줴기밥(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일이 각지에 있는 특각(전용별장)에 머무르면서 산해진미로 호의호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남한 사람들과 북한 주민들은 이 같은 선전에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수십,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데도 호화 사치품과 양주를 수입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쪽잠과 줴기밥 선전은 굶주린 북한 주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쪽잠에 줴기밥 선전을 현재의 김정은에게도 써먹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은이 호의호식하지 않았고 인민들과 함께 고난을 겪으며 매일 줴기밥과 죽, 풋강냉이 한 이삭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선전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김정은이 원산 특각(호화별장)에서 왕족처럼 살다가 스위스로 유학 간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밖에도 김정은은 세 살 때 간체자로 된 '광명성 찬가'라는 한시를 붓글씨로 번체자로 옮겨 썼다든지 불과 2년의 스위스 유학을 통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4개국어를 숙달한 천재라고 추켜세우는 등 아버지 김정일 생전에 했던 허위·날조 선전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황당무계한 선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말할 것 없이 김씨일가 세습통치에 대한 주민의 신뢰가 무너져내렸기 때문입니다. 현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피로감이 더해질수록 북한 선전일꾼들은 지도자에 대한 비상식적인 선전을 날조해내느라 고심을 거듭해야만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