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졸렬한 북한의 심리전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05.31
[오중석의 북한생각] 졸렬한 북한의 심리전 29일 오전 경북 영천시의 한 포도밭에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과 오물 잔해가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 국방부는 지난 528일 밤부터 북한이 살포한 대남 전단 풍선이 남한 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군 당국은 전단풍선에는 오물 봉투가 매달려 있어 뜻밖의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풍선을 발견하면 접근하지 말고 당국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오물 풍선은 529일 현재 150여개가 확인되었으며 강원도와 경기도 파주 등 전방지역은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도 발견됐습니다. 풍선에는 오물과 쓰레기, 풍선을 터뜨리기 위한 용도로 보이는 타이머도 들었습니다. 북한의 도발 행태가 날이 갈수록 졸렬하고 유치해지고 있습니다. 심리전용 전단 풍선에 오물봉지를 매달아 살포하는 행위는 북한같은 비정상적인 국가가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치졸한 행태입니다.

 

북한은 지난 526일 국방성 담화라는 것을 통해 대남 오물전단 살포를 예고했습니다. 남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삐라(전단) 살포 행위에 맞대응한다면서 대형풍선에 오물주머니를 달아 남한 전역에 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한은 분단이후 상대방에 대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살포하는 행위를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지고 남한은 선진국으로 진입한 반면 북한은 세계 최빈국중의 하나로 전락하면서 북한은 대남전단살포 행위가 오히려 체제경쟁의 패배자임을 인정하는 역효과를 거두게 되자 대남전단 살포를 중단했습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독재국가인 북한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남한 주민에게 전단으로 체제 우월성 선전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휴전선 일대에 고성능 확성기를 설치하고 남한 병사들에게 심리전 방송을 전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단이후 남북한은 휴전선 일대에서 상대방에 대해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을 전개했는데 북한의 방송내용은 남한 병사들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남한의 확성기 방송은 북한 병사들에게 남한사회의 자유로운 모습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북한 병사들이 남한을 동경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전단살포와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민심의 동요에 위협을 느낀 북한이 먼저 남한측에 전단살포와 휴전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지난 2000년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상호 비방 중단에 합의하면서 국가 차원의 전단살포와 휴전선일대의 확성기 방송은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남북정부가 합의했다해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남한에서 개인이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까지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탈북민 단체와 북한인권단체들은 남북당국의 합의와 상관없이 전단 날리기를 계속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전단 풍선을 날리는 휴전선인근 지점을 포격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포격을 감행하지는 않았지만 휴전선 인근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함으로써 대북전단을 막아보려는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민간단체가 보내는 대북전단에는 김정은을 비롯한 김씨 3대의 거짓과 날조로 점철된 우상화 선전내용에 대한 비판과 북한체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전단도 있지만 USB, SD카드 등 전자정보 저장장치가 함께 담겨있기 때문에 북한이 대북 전단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입니다. 전자정보 저장장치 안에는 남한의 영화, 드라마, K팝 등이 담겨있어 이를 습득한 북한 주민이 남한의 영화, 드라마를 보고 남한 생활을 동경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을 일부 개정해 민간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당시 탈북민과 탈북민단체, 북한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로 대북전단살포를 금지한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의 정권이 교체된 20239 26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남북관계발전법 제24 1 3호는 효력을 상실했고 민간차원의 대북전단 살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남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면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현장을 포격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사실 적대국의 주민에게 심리전을 펼치기 위해 전단(삐라)을 풍선에 매달아 살포하는 행위는 시대에 뒤떨어진 심리전 방식입니다. 요즘같은 디지털 세상에 남북한을 제외하고 적대국끼리 상대국 주민의 심리를 교란시키기 위해 전단 풍선을 살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북한은 남한에서 날아오는 전단풍선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남한의 탈북민들은 대북전단 띄우기 사업을 고집하고 있을까요? 인터넷과 방송 등 모든 대중정보전달 수단을 차단하고 있는 북한은 주민의 눈과 귀와 입을 가린 채 거짓선전으로 주민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에는 각종 정보와 영상자료를 풍선에 매달아 불특정 다수의 주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이 민심을 동요시켜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맞대응으로 대남 풍선에 선전 자료가 아닌 오물주머니를 달아 오물 세례를 퍼붓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한심한 작태입니다. 남한에 오물 풍선 날리기를 고안해낸 북한 당국자들이 어떤 인성의 소유자들인지 궁금해집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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