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 러시아 파병의 득과 실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11.29
[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 러시아 파병의 득과 실 북한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흡연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STRA 영상 캡쳐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1만 명 이상의 군인을 파병한 북한당국이 러시아 파병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타국의 전장에 군인을 파견하고도 이를 감추는 북한의 태도는 주민을 기만하고 우습게 여기는 북한체제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국정부 당국자는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현재까지 어떤 선전 매체를 통해서도 러시아 파병 사실을 보도한 적이 없습니다. 한 고위 탈북민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사실이 일반 주민들에 알려진다면 북한 내 민심이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계속 비밀에 부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 군 사상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북한도 파병 사실을 마냥 숨길 수 없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전투 중에 포로가 된 북한 군인이 북송을 원치 않고 제 3국행을 원할 경우, 북한이 러시아 파병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포로로 붙잡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북한 군인이 제 3국으로의 탈북을 위해 전장을 이탈해 탈영하는 경우도 상정해 보아야 합니다. 이래저래 북한이 계속해서 파병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숨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9, -러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김정은은 이틀 후인 11일에 이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북-러 동맹 조약은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 조약이 북한과 러시아 중 어느 한 나라가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상호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북-러 간 군사동맹을 복원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북한군이 직접 참전하는 것으로 보아 이 조약이 군사동맹조약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한 간의 충돌, 즉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가 북한에 군대를 직접 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한반도 전쟁에 개입할 경우 세계 여론은 물론 러시아 국내 여론도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러시아가 가장 신경 쓰는 중국이 러시아의 개입에 반발해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러시아는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식량, 에너지 지원 그리고 제한적인 무기 지원 등에 국한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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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에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하는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가시적인 정책을 내놓을 게 분명해 보입니다. 러시아의 푸틴도 미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으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정치 상황의 변화가 향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전쟁이 끝날 가능성을 고려해 러시아 측은 1월 말까지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격퇴시키기 위해 5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대규모 공격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전협상 이전에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에는 북한 병사들도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북한 병사들 중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서 질질 끌기를 바랄 것 같은데 전투가 치열해지고 사상자가 늘어나면 자식을 전선에 보낸 부모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파병은 김정은에게 득과 실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과 같은 것입니다.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식량과 에너지, 첨단무기 개발 기술을 들여와 재미를 보아온 북한은 이제 1만 명이 넘는 군인을 파병해 그들의 보수와 수당으로 큰 돈을 벌어들일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내년 초 정전 혹은 휴전협정이 성립되어 전쟁이 싱겁게 끝나면 김정은의 파병은 그야말로 한바탕 해프닝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군이 러시아에 계속 머물러야 할 명분과 이유가 사라집니다. 러시아도 북한군의 신속한 철군을 요구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의 파병으로 북한이 기대했던 외화수입은 무산되는 대신 당국이 청년들의 목숨을 담보로 외화벌이를 하려 했다는 인민들의 원망을 받게 될 것이 뻔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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