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 군가 모방 신곡 공개…동맹 과시?
2024.11.26
앵커: 북한이 최근 열린 음악회에서 새로운 군가를 공개했는데요, 이 곡이 러시아의 대표적인 군가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전례없는 밀착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양국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입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 전시회 ‘국방발전 2024’ 개막 기념 음악회.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신곡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 공개됐습니다.
[노래 소리]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하여도 언제나 승리하는 조선인민군. 충성과 의리로 우리 끝까지 복무하리, 조국에.
러시아의 대표적인 군가 중 하나인 ‘러시아에 충성하라(Служить России)’와 비슷합니다.
[노래 소리]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러시아 군이 나아간다. 군 복무의 여정은 쉬운 게 아니지만, 우리는 신의와 정의로 러시아에 충성하리라. (Плечом к плечу идут российские войска. И пусть военная дорога не легка, Мы будем верою и правдою служить России!)
이 곡은 지난 2000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공훈예술가들이 만든 곡으로, 러시아 열병식과 군악 공연에서 자주 연주되는 러시아군의 대표곡입니다.
누구든 듣는 순간 두 곡의 유사성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전문가는 평가했습니다.
성악을 전공하고 현재 버지니아에서 음악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라 슈와이트(Sarah Schweit) 대표는 “두 곡 모두 같은 조(key)에 있으며, 화성과 리듬 구조가 거의 동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슈와이트 대표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후렴구와 구절의 음계 패턴도 놀랍도록 비슷하고 베이스 라인의 움직임과 곡의 전반적인 테마도 매유 유사하다”면서 “만약 멜로디, 리듬, 화음을 악보에 표기하고 이를 겹쳐보면 두 곡이 거의 동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북한이 러시아의 군가의 영감을 받아 차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러시아 군가를 편곡 또는 번안해 부른 전례가 있습니다.
조선인민군공훈국가합창단이 러시아 군가 ‘진격’을 편곡해 ‘앞으로’라는 곡을 만들었고, ‘승리의 날’과 ‘넓구나 나의 조국’ 등을 번안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곡 발표는 러시아와 관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협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를 반영하려(mirror)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자신들이 매우 닮았고, 긴밀히 조율하고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뚜렷합니다. 북한 측에서 러시아와 자신들이 좋은 동맹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한을 계속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넷 연구원은 또한 내부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강력한 동맹국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김정은의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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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