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 진행자 ) 4월 말의 미정상회담, 5월 초의 한일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등 현안이 논의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는데, 대규모 함대를 한반도의 동해, 그러니까 중국 연안해가 아닌 남북한, 일본, 러시아 쪽의 먼바다에 보냈다고요?
( 이일우 ) 일본의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과 4월 30일, 이틀에 걸쳐 중국 군함들이 동해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중국은 2019년 북위 35도 10분, 동경 132도선 이남 지역까지로 규정됐던 동해함대 작전구역을 2019년부터 북위 39도, 동경 134도선까지 확장하고, 이때부터 매월 하순 전투함을 동해에 보내 일주일 안팎의 초계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중 , 동해 통해서 서태평양 진출 노린다
( 진행자 )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북한과 관련됐을까요?
( 이일우 ) 중국은 길림성 일부가 북한과 러시아 사이까지 닿아 있기는 하지만, 동해와는 단 1cm의 해안선 접촉도 없는 국가입니다. 그런 나라가 한반도 동해를 작전구역으로 선포하고 수시로 군함을 보내고 있는 것은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과 연계해서 동해를 통해서 서태평양으로 나가는 노력들을 지난 5년 동안 굉장히 많이 해왔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10월, 한국의 부산항만공사와 길림성 당국을 내세워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 되는 ‘훈춘금성해운물류’라는 업체를 통해서 북한 함경북도 나진항에 대한 49년 임대권을 확보했습니다. 임대권을 확보하고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이 임대권 확보는 사실상 유사시 중국 해군 전진기지로 사용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중국은 동해로 나갈 수 있는 통로만 확보하면 흑룡강성과 길림성의 물류에 일대 변혁을 꾀할 수 있고, 동해와 오호츠크해 어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에는 이곳에 해군력을 전진배치해 미국과 일본을 압박할 수 있어 10여 년 전부터 동해에 대한 욕심을 계속해서 드러내 왔습니다.

(이일우) 동해에 전개되는 중국 군함은 통상 다목적 호위함인 054A형인데, 아주 가끔 중국해군에 단 8척 뿐인 중국해군 최대, 최강의 전투함인 055형이 전개되기도 합니다. 이때는 뭔가 특별한 임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2021년 3월의 경우,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사일 탄착해역 100km 앞에 055형 난창함이 배치돼 북한 신형 탄도탄에 대한 관측 지원 임무를 수행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동해에 전개된 중국 군함들은 역대 최대 규모이고, 성능도 막강한 군함들로 구성돼 있어 이번 전개도 북한과 관련된 모종의 목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동해에 들어간 중국 함대의 구성이 심상치 않네요. 공격은 물론이고 탐지와 요격까지 각각 특성에 맞는 임무가 있다고 보이는데 어떻게 분석됩니까?
(이일우)일본 해상자위대가 촬영한 중국 군함들의 사진을 통해 함종과 함명을 분석하면 이번에 동해에 진입한 배는 총 5척입니다. 13,000톤급 규모의 최신형 구축함인 055형 '라싸(拉薩)', 중국판 이지스 라고 불리는 7,500톤급 방공 구축함 052D형 '구이양(贵阳)'과 치치하얼(齐齐哈尔)', 4,000톤급 다목적 호위함 054A형 '징저우(荊州)', 23,000톤급 903A형 군수지원함 '타이허(太湖)', 가장 주목해야 할 군함인 6,000톤급 815A형 정보수집함 '카이양싱(开阳星)'이 확인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군함은 055형 구축함 라싸와 815형 정보수집함 카이양싱 2척입니다. 라싸는 중국이 8척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최소 8척에서 16척이 더 건조될 전투함으로 만재배수량이 무려 13,000톤에 달해 미국의 줌왈트급 구축함에 필적하는 덩치를 자랑하는 고성능 전투함입니다.

(이일우) 탄도미사일 추적 능력은 물론, 스텔스기에 대한 탐지 능력도 갖추고 있고, 예인식 가변심도 소나 라고 해서 센서의 수심을 조절해가며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고성능 소나와 수동 선배열 예인 소나를 탑재해서 멀리 있는 수중 물체도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전투함입니다.
815A형 카이양싱은 중국이 적의 전파 정보, 음향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일종의 스파이 함정입니다. 적의 레이더 전파나 통신 전파를 중간에 가로채 그 전파의 주파수 대역, 암호화 코드 같은 민감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고, 앞서 언급한 055형보다 더 우수한 소나를 탑재해 해저 지형을 조사하거나 수중 음향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전투함 라싸는 티벳 자치구의 수도 이름이군요. 티벳어로 신의 땅, 극락이라는 뜻이고, 스파이함인 카이양싱은 한자어로 개양성인데 북두칠성의 가장 밝은 별이죠. 이렇게 중국의 최고 전투함, 최고 스파이함이 동해를 누비는 것은 아무래도 미국을 견제해서겠죠?
(이일우)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 해군이 보유한 빅토리어스급 4척 전부와 임페커블급 1척, 도합 5척의 해양조사선을 모두 7함대에 배치하고 남중국해에 상시 배치 수준으로 전개시킨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국 하이난다오 싼야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중국 전략원잠 094형들은 음향 정보가 미국에 노출될까 두려워 발이 묶여 있었는데, 이번에 라싸와 카이양싱 둘 중 하나가 동해에 버티고 있으면 워싱턴 선언 이후 한반도 인근에 전개된다는 미국 전략원잠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워싱턴 선언과 미국 전략원잠 한반도 전개 이야기가 나온 직후 중국이 고성능 정보수집함과 고성능 전투함들을 한반도 인근으로 전개시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진행자) 워싱턴선언은 지난 4월 말 미국의 죠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서명한 것인데요. '전략핵잠수함'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등장합니다. 소개해드리면요.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항층 증진시킬 것이며, 양국 군 간의 공조를 확대 및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한국에 정기적으로 오가면서 북한의 군사 도발을 견제하겠다는 내용인데, 중국이 이 부분에 굉장히 신경 쓰이나 봅니다.
(진행자) 동해에 함대를 배치한 중국이 괌 인근에서도 무력시위를 했다는데, 이것이 미국에 매우 위협적이라고요?
(이일우) 4월 29일과 4월 30일 중국 함대가 동해에 진입해 미국 전략원잠이 들어올 길목에서 무력시위를 했다면, 5월 2일에는 미국령 괌에서 800km 북쪽에 있는 필리핀해 해상에 중국 전략원잠 '창정-18호'가 나타났습니다.
094A형으로 분류되는 창정-18호는 현재 중국이 보유한 전략원잠 가운데 가장 최신형으로, 수중 배수량이 12,000톤에 달하고, 내부에 12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중국의 최고급 핵무기 운용 전력입니다.
원래 이 잠수함은 비교적 구형인 JL-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2발을 탑재했었는데, 지난 2022년 11월, 새뮤얼 파파로 태평양함대 사령관에 의해 이 잠수함의 탑재 미사일이 최신형 JL-3로 바뀐 것이 확인됐습니다.
구형 JL-2는 사거리가 7,200km에 불과해 태평양 한복판인 웨이크섬 인근까지는 가야 미국 서부 해안을 겨우 공격할 수 있고, 하와이가 있는 서경 155도보다 더 동쪽으로 가야 워싱턴 D.C나 뉴욕 같은 동부 도시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JL-3는 사거리가 12,000km로 늘어나 괌 근처의 동경 144도선 일대에서도 워싱턴 D.C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고, 미사일 하나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실어1발의 미사일로도 워싱턴 D.C, 뉴욕,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들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을 대잠 저지선으로 설정하고, 남중국해와 서해에 배치된 중국 전략원잠이 필리핀해로 나오지 못하도록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7함대의 주요 전투함, 서태평양에 전진배치된 항모전단이 주로 필리핀해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며 초계작전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번에 동경 144도선까지 진출한 창정-18호를 탐지해 추적하고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추적에 실패했고, 중국이 그것을 자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잠수함을 부상시켜 이를 자랑한 것이라면 미국은 본토, 그것도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동부 해안 대도시들의 안전을 위협 받은 상황이 되므로, 미국 당국도 크게 놀랐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판 확장억제
( 진행자 ) 중국이 북한에 이렇게까지 군사적 지원을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이일우 ) 한미 양국의 워싱턴 선언 직후 나온 중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중국판 확장억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이고,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북한 역시 중국과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한 정식 동맹 관계이고, 이 조약 제2조에 따르면 양측은 어느 일방이 외부의 침략을 받으면 다른 한 나라가 자동으로 개입해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워싱턴선언을 통해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고, 대북 억제력을 극대화하겠다며 한반도 인근에 전략원잠을 전개해 북한을 위협하자, 중국은 그 전략원잠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 되는 길목에 대잠 전력을 배치하고, 유사시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전시 발사 수역에 전략원잠을 배치하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국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북한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때 미국의 대북압박은 북한 비핵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국제정치적 전략의 일부라고 규정하고 북한 전략군을 중국의 대미 전략을 지원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편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유사시 중국에게 위협이 될 만한 주한미군, 주일미군 기지를 핵무기로 공격하기 위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배치했고, 핵어뢰와 순항미사일 등으로 미국 항모 전단에 대항한 북한판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북한과 중국의 군사협력이 매우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이렇게 한마음 한뜻이 되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데, 이들은 최근 한미일 3국의 삼각공조를 놓고 역내 안정과 평화를 깬다며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역내 안정과 평화를 깬 것은 한국을 향해 핵무기와 대량의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북한과 중국이며, 이들의 위협이 커지는 만큼, 한국 역시 위협을 직시하고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밀착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 진행자 )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했습니다.
기사 작성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