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전쟁 불사의 극혐 전략자산: 대북 확성기 방송
(진행자)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시작된 남·북 간의 긴장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확성기 재가동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이 확성기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국의 전략무기라고요?
(이일우) 북한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 언론이 가장 요란하게 보도하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같은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은 정상국가이기 때문에 절대로 북한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항모나 폭격기 같은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면, 그냥 무시하거나 미사일 몇 발 쏘고 한·미 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정도로만 대응합니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에 대한 과거 북한의 대응을 보면, 북한이 이러한 유형의 조치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습니다. 9년 전인 2015년 8월에도 지금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실제로 포격전이 있었고, 자칫 잘못하면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들이 전개됐습니다.
당시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한국군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자, 박근혜 정부의 결단으로 시작됐습니다. 목함지뢰 사건은 8월 4일에 있었는데,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주일 후인 8월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은 곧바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8월 20일, 한국군 확성기 방향으로 14.5mm 고사총과 76.2mm 야포를 발사했습니다. 이 포격 직후 북한은 48시간 내에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대남 군사 행동을 개시한다는 전쟁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협박 직후, 한국군은 K9 자주포와 K55 자주포를 동원해 북한군이 포격 도발을 감행한 도발 원점 인근에 29발의 155mm 포탄을 날렸습니다. 이 포격에 놀란 북한은 당장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밤, 중앙군사위 비상확대위를 긴급 소집하고 다음날, 공식 채널을 통해서 전날 경고한 48 시간은 최후통첩 기한이라면서 전면전 위협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실제로 북한군 전연군단의 포병부대 이동이 식별됐고, 탄도미사일 발사기들이 발사진지로 이동하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됐는데, 21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군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고 밝히면서 전방부대들의 군사적 행동 준비가 완료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군도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평양을 타격하기 위해 정밀 타격용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 전력을 공중에 대기시켰는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제3야전군사령부를 방문해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뒤, 군의 판단을 신뢰한다면서 북한군이 도발하면 선조치 후보고하라며 사실상 군에 교전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당시 이 상황을 종결시킨 것은 전쟁도 불사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의지, 당시 실제로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가 주요 타격 자산을 전시 진지로 이동 배치한 미군의 강력한 메시지, 그리고 북한에 자제하라며 사태가 악화될 경우 북한 편을 들지 않겠다고 하면서 선을 그었던 중국의 배신이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황병서와 김양건을 보내 한국에 협상을 간청했고, 33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북한이 유감을 표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어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대만 복속 4단계 중국의 심리전 계획, 한반도에도?
(진행자) 일반인 시각에서 봤을 때 한국의 대북 심리전은 기껏해야 전단을 날리고, 가청 거리도 그리 길지 않은 확성기 방송을 하는 정도인데, 도대체 북한은 왜 전쟁도 불사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요?
(이일우) 서양 전쟁이론의 대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무력으로 나의 의지를 적에게 관철시키는 정치 행위의 연속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실제로 전쟁은 양 쌍방 간의 적대적 의지가 물리적 충돌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고,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포탄이 오가고 살육과 파괴가 난무하는 물리적 형태의 충돌만을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손자병법에서는 백전백승이 최선이 아니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최상책이라고 강조했는데, 싸우지 않고 적의 적대적 의지를 파괴하는 것 고상 병벌모(故上兵伐謨)를 으뜸이라 했습니다. 이 구절은 손자병법의 모공(謀攻) 편에 담겨 있는데, 이는 즉 모략으로 적을 꺾으라는 말입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인류 사회가 보다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모공의 수단과 형태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고, 그 효과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모공만으로 정권을 전복시키거나, 적국을 집어 삼키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 AEI와 미국전쟁연구소 ISW 두 기관이 합동으로 대만 문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두 기관은 시뮬레이션을 실시해본 결과,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침공하지 않아도 모공만으로 집어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미 그러한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중국의 대만 복속 작전은 총 4단계로 구성됩니다. 2025년 말까지 진행되는 1단계 공정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대만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군함, 군용기를 통해 전쟁 공포를 조성하고, 해저 케이블 절단, GPS 재밍, 전자전, 사이버전 등을 통해 대만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1단계의 목표입니다. 이 1단계가 끝나면 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중국과 적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 여론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2단계에서는 대만과 미국을 갈라놓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대만에서는 온라인 댓글 공작, 친중 정치인과 언론인을 이용한 여론몰이로 양안 문제를 일으킨 원흉이 미국이라는 여론을 확산시킵니다. 미국에서도 친중 언론과 SNS를 통해 미국은 대만 등 해외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고립주의 여론을 확산시킵니다. 이런 2단계가 끝나면 대만은 고립됩니다.
3단계에서는 다시 군사력을 동원해 대만을 위협함으로써 전쟁 공포를 극대화하고, 북한을 동원해 한반도에서 높은 수준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일본이 대만 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 단계가 끝나면 대만에서는 현실적으로 중국에 항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다수 여론이 됩니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이런 다수 여론을 바탕으로 친중 정치인들이 집권 하도록 만든 뒤, 평화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만 스스로 중국에게 복속되도록 만듭니다.
중국은 이 4단계 시나리오를 거치면서 대만에 총알 한발 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전의 효과는 수천, 수만 발의 미사일과 포탄을 쏟아 붓는 것보다 훨씬 더 위력적입니다.
중국의 이러한 모공에 대만이 대단히 취약한 것처럼,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작심하고 모공에 들어갈 경우, 이는 북한 체제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전만으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토록 예민하게 나오는 것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심리전에선 북이 절대 열세
(진행자) 심리전의 위력이 생각보다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작심하고 대북 심리전에 나서면 북한 정권에 정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이 가진 심리전 수단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일우) 한국군에는 국방부 직할부대 중 하나로 국군심리전단이라는 부대가 있습니다. 이 부대에는 고정형, 이동형 도합 40대의 고성능 확성기가 편제돼 있는데, 최근에 대북 방송을 시작한 확성기는 바로 이 장비들입니다.
휴전선에서 한국군이 이 장비들을 가동하면 전연군단의 북한군 장병들에게 대단히 강력한 심리전 무기입니다. 중국 사기 항우본기에 사면초가라는 말이 나옵니다. 초나라 항우가 한나라 군대에 포위돼 고전하고 있었는데, 이때 한나라 군대가 초나라 진영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불렀습니다. 고도의 심리전이었는데, 이 노래를 들은 초나라 군대는 사기가 꺾여 탈영병이 속출했고, 결국 서초패왕 이라는 천하의 용장, 항우는 결국 패배했습니다.
한국군이 확성기를 통해 북한 전연군단 군인들에게 보내는 방송 내용은 다양합니다. 각 지역 장마당 물가 동향이나 정확한 일기예보 같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전해주기도 하고, 북한 청소년과 청년층이 몰래 애청하는 K팝 대중가요를 틀어 주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무조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는데, 일선 북한군 장병들이 듣기에 거북하지 않은 생활정보 속에 북한 체제의 모순점이나 문제점들을 조금씩 섞어서 송출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타격 효과가 대단히 큽니다. 이 방송은 낮에는 7km, 밤에는 20km 정도까지 들리는데, 사회 전체에 마치 집단 최면을 건 것처럼 주민들을 속이고, 통제하는 북한에 울려 퍼지는 이러한 방송은 군인과 주민들을 각성하게 해 북한 체제를 밑바닥에서부터 흔들 수 있습니다.

지금은 국군심리전단에서 쓰지 않는 수단이지만, 풍선을 이용한 물품과 전단을 살포하는 방식도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그 효과가 너무 강력해서 한국 내 친북 단체나 그러한 성향을 가진 정치 집단의 극렬한 반발로 중단됐지만, 정보기관과 심리전 전문가들이 기획해서 살포하는 대북전단의 효과는 민간단체가 어설프게 만들어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를 가집니다.
과거에 이러한 방식으로 살포했던 전단 패키지에는 치약과 칫솔, 비누와 같은 생필품, 의류나 의약품, 학용품이나 식료품, 소형 라디오 등을 담았는데, 여기에 짧고 간결한 문구의 선전용 전단 1~2장을 섞었습니다. 이러한 선전용 전단에는 북한 정권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내용이나,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남북 생활 수준을 비교하는 내용 등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연배가 조금 있는 북한 주민들은 기억하겠지만, 북한은 이러한 대북전단이 갖는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발견되면 절대 열어보지 말고 무조건 신고하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물론 그냥 하지 말라면 듣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안에 남조선 괴뢰들이 독극물을 섞어 보냈다며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확성기나 대북전단은 한국이 할 수 있는 여러 심리전 수단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표현의 자유,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옹호하고, 위인으로 떠받 드는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도 정치인이 되고, 언론인이 돼 한국정부의 대북 심리전을 막아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상황이 악화돼 한국정부가 작심하고 대북 심리전을 벌이고자 한다면, 심리전 수단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단순히 전단 풍선을 띄우는 수준을 넘어 서해나 동해 공해상에 수송기를 띄워 생필품과 전단이 섞인 풍선들을 대량으로 살포할 수도 있고, 북한 전역에서 청취 가능한 주파수 북한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북한 전역에 심리전 방송을 송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과격한 형태의 심리전은 북한의 전면전 도발, 최악의 경우에는 핵무기 사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전쟁이 임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실현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미·일 도입 예정 첨단무기, 북은 탐지도 대응도 못한다
(진행자) 현재 이어지고 있는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2015년처럼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은데, 다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이일우) 2015년 당시처럼 전방 지역에 배치된 포병 전력들로만 국지적인 충돌이 벌어질 경우, 자동화된 첨단 자주포와 고정밀 다연장로켓으로 전방 지역을 도배하다시피 한 한국의 압도적인 우위가 예상됩니다. 2015년 당시에도 한국은 의도적으로 오조준해서 북한 초소 옆을 정확하게 타격했는데, 이번 확성기 사태가 전방 부대 간의 실제 포격전으로 비화되면 도발 원점에 있는 북한군 포병 부대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당시 북한이 확전을 포기하고 백기를 들게 만들었던 가장 결정적인 변수인 중국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중국은 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반도 위기를 이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충돌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 역시 신냉전 체제 하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이 두 나라의 묵인 또는 지원이 확성기로 발생할 수 있는 국지적 충돌을 대규모 무력 충돌로 확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신냉전 체제 속에서 북한이 그들의 완충 지대이자 최전방 투사로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국은 중국, 러시아의 지지와 지원을 받는 북한이 작심하고 무력 충돌에 나서려 할 경우, 독자적인 능력으로는 이를 억제할 수 없습니다.
이 방송은 물론, 가능한 모든 언론 인터뷰나 기고를 통해 한미일 협력 강화를 계속해서 강조 하고 있는데,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미국, 일본과 견고한 연합방위체제를 구축 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