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용접 잠수함’ 잡으러 ‘포세이돈’ 전투기 온다
2024.06.23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미 의회, 서태평양 긴장 고조로 한반도 핵배치 논의
(진행자) 낡은 잠수함 여러 척의 선체를 뜯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건조돼 서방 세계에서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라고 조롱을 받고 있는 북한의 전략미사일잠수함이 또 한 척 건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불안정한 성능의 잠수함을 왜 연이어 만들고 있는 것인가요?
(이일우) 북한 주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인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영국에서 출간된 소설 속에 등장 하는 괴물입니다. 공동묘지에서 시체들을 파헤쳐 썩지 않고 상태가 양호한 부분들만 추려서 수술을 통해 붙인 뒤에, 번개를 이용해 전기로 생명을 불어넣은 괴물입니다. 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부르는 김군옥영웅함도 폐선 되어야 할 고물 잠수함인 로미오급의 선체를 뜯어서 상태가 양호한 부분들을 추린 뒤, 이를 용접해서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서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라고 불립니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잠수함은 잠수함으로서 정상적인 잠항과 항해 수행이 어렵습니다. 잠수함은 물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갈수록 높은 수압에 노출되는데, 오랫동안 사용해 선체 피로도가 많이 누적된 압력선체들을 뜯어다 재활용하면, 그 선체들은 물론, 선체와 선체를 이어 붙인 용접부가 수압에 의해 파괴돼 배에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공격 능력 극대화를 위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중 플랫폼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고, 이 때문에 최소한 항해가 가능하고, 얕은 심도라도 잠항이 가능하면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김군옥영웅함과 같은 잠수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김군옥영웅함을 진수시킨 북한은 이 잠수함을 건조했던 신포조선소에서 같은 유형의 잠수함 추가 건조를 진행 중입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사이트 38노스가 상업용 위성을 통해 신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속에는 직경 7미터 정도의 잠수함 압력선체 3개가 확인됩니다.
7미터짜리 압력선체는 로미오급 잠수함의 압력선체 규격과 일치하는 것으로, 북한은 다른 한때 22척을 보유했던 로미오급 중 일부를 해체해 상태가 좋은 압력선체를 가져와 새 잠수함 건조에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새로 선체를 만들어 잠수함을 건조하지 않고, 기존 노후 잠수함의 선체를 뜯어와 사용 하는 이유는 2,000~3,000톤 정도 덩치의 이러한 잠수함을 감당할 수 있는 압력선체용 강재, 일명 고장력강을 자체 생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그동안 여러 척 건조했던 소형 잠수정 들은 크기가 작아 압력을 받는 표면적 자체가 작고, 깊은 수심까지 잠항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강재로 충분히 건조 가능했지만, 덩치가 큰 잠수함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가용 자원 안에서 최대한 많은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하려 할 것인데, 아직 북한 로미오급 잠수함 재고가 꽤 남아있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잠수함 몇 척이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으로 한국 해군력 급상승
(진행자) 한국군은 수중 플랫폼을 이용한 북한의 기습 핵공격 능력 강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자산들을 하나씩 구비해 나가고 있는데, 최근 북한 잠수함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최강의 무기가 한국해군 일선 부대에 인도되기 시작했다고요?
(이일우) 한국해군은 해군항공사령부 예하에 P-3 해상초계기 3개 비행대, 16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종은 1990년대에 8대, 2000년대에 8대 도합 16대가 도입됐는데, 1990년대 도입된 기체들은 나온 지 오래돼 단종된 P-3C 생산라인을 다시 살려 도입하는 바람에 도입비용이 치솟아 8대 밖에 도입하지 못했고, 2000년대에 추가 도입이 추진된 P-3C는 미국이 퇴역시켜 사막에 장기 보관 중인 기체들을 재생해 P-3CK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기종들입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P-3C는 우수한 성능의 해상초계기였지만, 원형이 1960 년대에 등장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 현대전에는 맞지 않는 항공기가 됐는데, 2010년대 들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하자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로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이 추진됐습니다.
미 해군의 최신예 해상초계기였던 P-8 포세이돈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비싼 기종으로 어지간한 나라들은 그림의 떡 정도로 여겼는데, 2015년 이후 발주량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며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 과정에서 스웨덴의 소드피시 기종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며 잠깐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소드피시는 포세이돈과 체급이 달라 전체적인 성능에서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약체여서 포세이돈이 선정됐습니다.
한국은 2018년에 포세이돈 6대를 도입하기로 확정하고,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에 최초의 포세이돈 운용 부대를 창설했습니다. 첫 기체는 2022년에 출고됐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도가 계속 지연되다가, 6월 17일 3대, 28일 3대를 인수하기로 결정돼 순차적으로 인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신형 해상초계기는 민항기 시장의 베스트셀러, 보잉 737 시리즈 중 737-800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기종인데, 제트엔진을 탑재한 기종이어서 터보프롭 엔진 방식의 P-3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넓은 지역을 초계할 수 있습니다. 엔진 출력이 대단히 강력해서 많은 양의 임무 장비와 무장도 탑재할 수 있는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해상초계기 가운데서는 최정상급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포세이돈이 탑재한 레이더는 최대 470km 거리의 해상 표적을 탐지, 추적할 수 있고, 60~80km 거리에서 잠수함의 잠망경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잠수함은 디젤-전기추진 방식이어서 일정 시간에 한 번씩 수면 위로 부상해 배기 파이프를 내놓고 디젤 엔진을 돌려 발전기를 충전해야 하는데, 그 작은 파이프, 잠망경도 원거리에서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이 포세이돈입니다.
포세이돈은 최대 129개의 소노부이를 실을 수 있습니다. 소노부이는 1회용 음파탐지기인데, 운용 모델에 따라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8~12시간 작동하며 물속의 음향 정보를 수집해 잠수함 유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포세이돈은 고속으로 비행하며 잠수함 은거 예상 해역에 소노부이를 대량으로 투하해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체 무장인 어뢰를 발사해 격침시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기존의 P-3 계열 해상초계기 16대는 퇴역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여기에 포세이돈을 추가해 더 촘촘한 초계 작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인데, 이들 전력이 작심하고 바다로 나가면 북한은 잠수함 운신의 폭은 매우 좁아질 것입니다.
포세이돈이 북 잠수함 잡는 N가지 방법
(진행자) 항공기의 이름부터가 바다의 신 이름인 포세이돈인 것을 보면 그 성능이 정말 대단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포세이돈, 어떤 방식으로 북한 잠수함을 사냥하나요?
(이일우) 한·미 양국은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잠수함의 출항 여부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잠수함이 출항하면, 해당 잠수함이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상태에서 잠항에 들어갔다고 가정하고, 해당 잠수함이 배터리 재충전 없이 잠항할 수 있는 최소 거리와 최대 거리를 예측해 은거 예상 해역을 설정합니다. 보통 가로 세로 수십 킬로미터가 넘는 범위인데, 은거 예상 해역이 결정되면 이곳에 SSQ-53이라는 일회용 소노부이를 투하합니다. 수중 환경은 수심에 따라 온도나 염도 등 매질이 다르고, 이 때문에 음파의 산란, 굴절, 왜곡, 손실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고려해 잠수함의 예상 심도에 맞춰 소노부이의 작동 심도를 설정하고 투하하는데, 포세이돈은 한번에 64개의 소노부이가 수집한 데이터를 동시에 수신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소노부이가 촘촘하게 투하되면, 이 소노부이들은 물속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수집해 무선으로 포세이돈에 송출합니다. 북한 잠수함, 특히 김군옥영웅함과 같은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은 선체에 돌출부가 많아 물을 헤치고 나아갈 때의 소음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데, 멀리서 이런 소음이 잡히면, 포세이돈은 잠수함 예상 은거 해역 범위를 점점 좁혀가며 결국에는 잠수함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북한 김군옥영웅함이나 자매함이 동해 공해상으로 나오면, 포세이돈은 긴 항속거리와 체공 시간을 활용해 북한 잠수함 활동 예상 해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북한 잠수함이 접근하면, 어뢰를 발사해 격침시킬 수 있습니다. 포세이돈은 한 번 뜨면 8,300km, 최대 10시간 정도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기체들과 교대로 번갈아가며 집중 감시가 가능합니다. 이 6대가 전부 동해에 투입돼 북한 전술핵잠수함 감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이 잠수함들은 공해상으로 나오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포세이돈 개량형, 북은 물론 중국도 떤다
(진행자) 한국이 도입한 포세이돈은 북한 잠수함에 대해서도 대단히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약간의 개량이 이루어지면 북한은 물론 중국에 대해서도 대단히 위협적인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는데, 어떤 내용의 개량인가요?
(이일우) 미 해군은 포세이돈을 장기간 운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여러 성능 개량을 진행 중인데, 단순한 해상초계기를 넘어서는 다목적 플랫폼으로 포세이돈을 진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소노부이와 어뢰 같이 잠수함을 잡기 위한 장비와 무장을 탑재하는 것은 물론, 더 다양한 무장 탑재가 계획돼 있습니다.
포세이돈은 기체 내부에 5개, 날개에 6개 도합 11개의 무장 장착대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지상 타격을 위한 GPS 유도폭탄인 JDAM이나 레이저 유도폭탄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개발이 완료돼 올해부터 실전에 배치되는 퀵스트라이크-ER이라는 무기는 JDAM 유도 폭탄을 기반으로 개발한 장거리 투발 기뢰입니다. 64km 정도 거리, 즉 북한 영공 밖에서 투발해 북한 신포나 원산 앞바다를 기뢰밭으로 만들어 북한 선박과 잠수함의 통행을 묶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통합 실험이 완료된 LRASM 역시 포세이돈의 강력한 펀치입니다. 이 미사일은 500~600km 이상을 날아가는 장거리 스텔스 대함 미사일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유도장치가 탑재돼 있고, 미사일 스스로 목표물을 식별하고 사전에 입력된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그 목표물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미사일인데, 스텔스 미사일이기 때문에 탐지도 안 되고, 명중률도 높은 위협적인 무기입니다.
한국해군이 만약 이 옵션을 선택해 포세이돈에 LRASM을 장착한다면, 북한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인 무기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미 당국은 북한 잠수함 기지를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 중이고, 잠수함 출항 준비 동향이 포착되면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 김군옥영웅함의 출항 준비 동향이나, 핵미사일 탑재 동향을 파악하고 선제타격을 결심하면, 북한 잠수함이 바다로 나오기도 전에 강원도 인근에서 LRASM을 발사해 파괴해버릴 수 있습니다. 북한 방공망으로는 이 미사일의 접근 사실 자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이 LRASM은 북한은 물론, 중국의 군함들도 방어가 어려운 무기이기 때문에, 한국이 포세이돈 탑재용으로 이 미사일을 도입하면, 중국에게도 대단히 위협적인 전략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