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핵’소오름, 러 반란군 무혈 회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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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북한과 주거래 용병집단 , 어떻게 '공룡'이 되었나?

( 진행자 ) 최근에 러시아에서 용병집단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했고, 하루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나요?

( 이일우 ) 러시아에는 국방부가 통제하는 정규군이 있고, 지난 2013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비밀리에 만든 사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이라는 용병회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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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바그너센터 입구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있다. /AP

바그너그룹은 여러 차례 북한에서 무기와 탄약을 구매한 적이 있어 북한 무역 일꾼 가운데는 이 조직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권 사업을 처리하는 지저분한 일들, 예를 들어 금광이나 유전 개발과 보호, 독재자 경호, 내전 참여 등을 처리했는데,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며 문제가 시작됩니다.

러시아군은 규모가 거대하고 핵무기도 보유한 강군으로 알려졌지만, 밑바닥은 내무 부조리로, 간부들은 부정부패로 썩어 전쟁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 했는데, 개전 초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던 러시아군을 돕기 위해 투입된 바그너그룹은 해외 실전 경험이 있는 엘리트 부대의 면모를 과시하며 모든 전선에서 활약했습니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푸틴의 요리사, 푸틴의 더러운 손 등으로 불리면서 영향력을 키웠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용병 조직의 덩치와 회사, 자금,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불리면서 단숨에 거물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러시아 정규군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지난해 겨울부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 진행자 )러시아 절대 권력자인 푸틴 대통령의 호위무사들이 서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거네요.

( 이일우 ) 바그너그룹의 승전보는 러시아 정규군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춰졌고, 이 때문에 작년 가을부터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견제를 시작함. 무기와 탄약 공급을 제한하거나 막아버렸는데, 최대 격전지가 된 바흐무트 전선에서 이 문제가 폭발하며 결국 바그너그룹과 러시아군이 총격전을 벌이고, 바그너그룹이 러시아군 지휘관을 체포해 고문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바그너가 통제 불능이 되자 러시아 국방장관은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모든 용병조직들은 국방부 통제 아래로 7월 1일까지 들어오라 지시했는데,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를 거부하면서 위기가 고조됩니다.

쇼이구 장관의 지시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자신의 돈을 들여 구축한 수만 명의 용병을 잃게 되고, 용병이 사라지면 자신의 신변도 안전하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반란을 일으켜 자신의 세를 과시한 것입니다.

러시아군은 왜 '바그너의 난'에 무기력했을까?

( 진행자 ) 일개 용병집단이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도 못했던 모스크바 함락을 이룰 뻔한 상황이 전개됐는데 러시아군은 왜 이렇게 무기력했을까요?

( 이일우 )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시작된 곳은 러시아군의 군사 행정구역상 남부군관구였고, 모스크바는 서부군관구 지역이었습니다. 남부군관구는 반란 거병 몇 시간 만에 사령부가 바그너그룹의 손에 들어가며 무혈 제압당했고, 서부군관구는 주력부대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에 보낸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대응할 병력이 없었습니다.

러시아에 있는 여러 무력 집단 가운데 과거에 내무군이라 불렸던 국가근위대 병력이 있었고, 이와 별개로 연방보안국, 북한으로 따지면 국가보위성 비슷한 조직 산하에도 국경경비대와 대테러부대가 있었는데, 바그너그룹이 진격로로 활용한 M04 고속도로 축선에는 이들 병력이 배치돼 저지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으로 치면 사회안전군 정도의 2선급 준군사조직이었기 때문에 중무장한 바그너그룹을 막을 수 없었고, 러시아군과 보안조직 내에서도 프리고진에게 동조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반란군을 막기는커녕 합류하는 병력들도 많았습니다.

반란 소식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던 여러 부대들도 공격 명령 수행을 거부하고 반란군에 합류하겠다는 선언들을 했는데, 그만큼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군의 피로도가 높았고,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항공전력을 동원해 바그너그룹을 공습하는 전술을 취했는데,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최고급 자산인 전자전기와 공중지휘기, 다수의 공격헬기가 격추당했습니다.

가벼운 회군 발걸음에 드리워진 '핵' 그림자

( 진행자 ) 모스크바를 코앞에 둔 바그너그룹이 갑자기 회군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요? 진격로 상에서는 교전이 거의 없었는데, 보로네슈 지역의 일부 도시에서는 큰 교전이 있었다고요?

( 이일우 )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일으킨 곳은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라는 도시였고, 이곳은 M04 고속도로로 모스크바와 연결된 곳입니다. 반란군은 고속도로를 따라 정북 방향으로 진격했는데, 약 600km 정도 진격해 보로네슈라는 도시에 도달한 직후 갑자기 병력을 쪼개 일부 부대를 주진격로에서 동쪽으로 약 170km 떨어진 보리소 글렙스크라는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러시아군의 최신 공격헬기인 Ka-52, 전자전지원기인 IL-22 등이 다수 추락한 곳이 바로 이 지역인데, 이곳은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굳이 공중전력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저지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바그너그룹이 이곳에서 모종의 일을 마치고 돌아간 직후, 보리소 글렙스크 서쪽에 있는 러시아군 전략무기 저장시설, <보로네슈-45>가 바그너그룹에게 점령당했었다는 보고가 현지 경찰당국으로부터 나옵니다.

이 시설은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 가운데 미사일이나 항공폭탄 형태로 실전에 배치하지 않은 미배치 핵무기를 저장하는 시설로, 전략핵탄두가 다수 저장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략핵은 전술핵과 달리 메가톤 단위, 즉 대도시 하나 정도는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의 핵무기를 의미합니다.

러시아의 전략핵탄두는 대부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다탄두 개별 목표 재돌입체 탑재용으로 제작돼 가로, 세로 규격이 1m 안팎으로 소형화됐기 때문에 바그너 그룹이 핵무기 탈취를 시도했다면 기지를 점거했던 몇 시간 동안 여러 발의 핵탄두를 빼돌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그너그룹이 이 기지를 점령했다가 물러난 몇 시간 뒤, 바그너그룹 본대가 모스크바 외곽에서 갑자기 진격 중단을 선언하고 철수했고, 그 뒤로 몇 시간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은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러시아의 모든 핵무기는 온전히 러시아 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는 이상한 발표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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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예브게니 프리고진 전용기 이동 항적. /사진출처: 로스토프나노두-마슐리쉬치 (user)

( 이일우 ) 더 이상한 것은 이후 러시아 정부의 행동임. 푸틴 대통령은 6월 26일 TV 연설을 통해 반란군 수괴들을 비난했지만, 바그너그룹이 집에 가든 벨라루스로 가든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반란군 수괴와 그 가족이 탄 전용기가 모스크바 인근, 상트페트르부르크 인근에서 백주 대낮에 비행하는 것을 보고서도 이들을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누가 푸틴의 '치즈'를 옮겼을까?

( 이일우 ) 반란 직후 러시아 본토로 돌아온 공수군과 체첸군이 바그너그룹을 소탕을 준비를 마친 상태 였고, 반란에 가담한 바그너그룹 전체 병력이 8천여 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단 한 번도 배신자를 용서한 적 없는 푸틴이 반란군을 곧이 그대로 놔둔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후 6월 27일 벨라루스와 러시아 언론에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그곳에서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공교롭게도 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아시포 비치라는 곳이 수도 민스크, 그리고 최근 러시아군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마슐리쉬치 공군기지 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최악의 경우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의 핵을 탈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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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 새 기지와 벨라루스 전술핵무기 운용기지 거리. /구글지도 (user)

( 진행자 ) 일개 용병집단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경우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되는데, 사실이라면 향후 어떤 일들을 예상할 수 있나요?

( 이일우 )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만약 바그너그룹이 핵무기를 탈취하는데 성공했을 경우 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도 큰 위협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스스로를 러시아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애국자 집단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러 온 테러단체입니다.

김정은의 핵을 노리는 북한판 '바그너의 난' 대비해야

( 이일우 ) 이들은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 리비아의 하프타르 반군,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무장 세력과 손을 잡고 있고, 북한과도 무기 거래를 해온 자들임. 경우에 따라 이들이 핵탄두를 돈을 받고 넘기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바그너그룹과 전략 핵무기를 거래하는 상황, 또는 바그너그룹의 이러한 핵 탈취에 고무된 북한 내 반김정은 세력이 북한 내 핵무기를 탈취하는 유사 범죄 행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김정은과 극소수 엘리트 계층에 모든 권력이 집중된 북한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유고 상태가 되면 핵무기에 대한 안정적 통제가 불가능해지는데,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러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핵무기 회수와 확산 방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