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중러 동해 ‘어장관리’ 깰 미 막강 BTF 총출동
2023.07.30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돌아온 중·러 ‘순찰’ 도발, 이번엔 한반도 바다 ‘어장관리’
(진행자)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상에서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벌였는데 특이한 동향이 관측됐다고요?
(이일우)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동해에서 7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북부·연합 2023>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만 놓고 보면 최근 미국과 일본 주도 반중 동맹 강화에 맞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내려고 실시한 연합훈련 같은데, 내막을 들여다 보면 안보 상황이 아주 위중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훈련에서 러시아와 중국 양측은 군함 10여 척, 군용기 30여 대를 동원해 대잠수함전, 해상전, 대공전, 선단 호위 등의 훈련을 실시하고, 아주 복잡한 조건에서 높은 수준의 작전 능력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러시아는 우달로이-1(Udaloy-1) 급으로 분류되는 대잠 구축함 어드미럴 트리뷰트(Admiral Tributs), 어드미럴 판텔레예프(Admiral Panteleyev), 스테레구시(Steregushchiy)급으로 분류되는 알다르 치덴자포프(Aldar Tsydenzhapov), 그레먀시급으로 분류되는 그레먀시(Gremyashchiy) 등 4척의 전투함을 내보냈고, 중국은 052D형 방공구축함 구이양(貴陽), 치치하얼(齊齊哈爾), 054A형 범용호위함 자오좡(棗莊), 리자오(日照), 903형 군수보급함 타이허(太湖)와 815A형 정보수집함 카이양싱(開陽星) 등 6척의 군함을 보냈습니다.
(이일우) 이와 별개로 중국공군 전투기와 수송기, 조기경보기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우글로보예(Uglovoye) 공군기지에 배치됐습니다.
북한도 간접 참여한 중·러 해상 연합훈련
(진행자) 한반도 인근에서 진행된 중국과 러시아의 해상 연합훈련에서 주목할 점들이 있다고요?
(이일우) 이번 훈련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훈련이 6월부터 계속 진행된 전구 작전 수행 훈련이라는 점,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검증 하기 위한 목적에서 훈련을 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간접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임.
이번 훈련은 공식적으로는 7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실시된 단기 훈련이지만, 6월 6일과 7일에 실시된 합동전략순찰 훈련, 6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남중국해와 대만 동부 해역에서 실시된 러시아 해군의 해상 차단 훈련, 이 훈련에서 곧바로 이어 7월 5일까지 중국 상하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된 연합훈련의 연장선에 있는 훈련입니다.
러시아는 사상 최초로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에 태평양함대의 주력 전투함인 소베르쉔니 (Sovershennyy)와 그롬키(Gromkiy)를 남중국해와 대만, 서해 일대에 투입했고, 같은 기간 중국 해군 역시 이들과 함께 움직이며 동중국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과거 동해에서 실시됐던 중·러 연합훈련에서 중국 군함들은 북해함대와 동해함대에서 차출된 전력이 섞여 있었지만, 이번에는 북해함대 소속의 전투함들이 건제(編制, establishment)를 유지한 상태로 투입됐음. 앞서 소개한 중국 전투함들은 모두 북해함대 제10구축함지대 소속입니다.
군사적으로 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의 훈련은 보통 작계훈련(ROC Drill, Rehearsal Of Concept Drill), 풀어서 말하면 작전개념 수행 예행연습으로 실시됩니다. 즉, 사전에 수립해 놓은 작전계획을 연습하고 검증해보는 훈련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연합함대는 훈련 종료 이후 해산하지 않고, 태평양 연합 순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는 공동 작전 계획을 수립했을 가능성이 높고, 훈련 기간 중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 미사일,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 미사일은 훈련에 참가할만한 해군 전투함이 없는 북한이 북한판 A2/AD를 시연하는 것으로 훈련에 간접 참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일우) 이번 훈련의 이러한 특이동향은 미국과 일본도 감지해 미국은 매일 RC-135W와 RC-135U 정찰기를 보내 이번 훈련을 감시했고, 일본은 아예 일본판 대형 헬기항모인 휴우가를 러시아 인근 해역까지 보내 밀착 마크 감시를 수행했습니다.
미 대응① 전략자산 3총사 부산 전개
(진행자) 북·중·러 연합훈련이 이루어진 셈인데, 이들 국가의 위협적인 행보에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죠, 어떤 대응이 있었나요?
(이일우) 7월 한 달 사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사건들을 하나씩 순서대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7월 12일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7월 18일, 북한 전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화력을 가진 전략원잠인 오하이오(Ohio)급 잠수함 ‘켄터키(Kentucky)’를 한국 부산에 전개했습니다.
7월 18일 켄터키가 부산기지에 입항할 때 이례적으로 미국의 최고급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존 핀(John Finn)’과 ‘랄프 존슨(Ralph Johnson)’도 부산 앞바다에 함께 전개됐는데, 이는 7월 16일 밤부터 7월 17일 새벽 사이 중국 함대가 대마도 인근을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략원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즉, 한국에 전개된 미국 전략자산은 켄터키 하나가 아니라 존 핀, 랄프 존슨까지 3척이었습니다.
(진행자) 북한도 이에 대응해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중국과 사전 조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구요?
(이일우) 미 전략자산이 부산에 집결하자 북한은 7월 19일 순안비행장에서 500km 동쪽에 15분 간격을 두고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이 500km 거리를 선으로 그어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면 부산이며, 15분이라는 발사 간격은 앞서 발사한 미사일이 핵탄두일 경우 전자기펄스, EMP와 열복사선에 의해 2번째 미사일의 신관 작동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7월 19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떨어진 곳은 동해 대화퇴 수역 인근이었는데, 이곳에는 훈련을 위해 집결한 중국 함대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중국 군함 쪽으로 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위협 행위가 아니라면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미 대응② 사상 첫 BTF 3부대 총출동
(진행자) 북한과 중국이 발맞추는 걸 미국도 가만히 지켜보진 않았죠?
(이일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은 유사시 북한 공습의 전진기지인 알래스카 엘민도어프- 리처드선 합동기지(Joint Base Elmendorf-Richardson)에 무려 3개의 폭격기 태스크 포스 (Bomber Task Force)를 집결시켰음. 집결한 BTF는 B-1B, B-2A, B-52H가 각각 한 팀씩 있었으며, 미국이 3개의 BTF를 하나의 기지에 불러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일우) 미 전략원잠 켄터키함이 한반도에 전개되자마자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 했고, 가장 중점적으로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켄터키함이 7월 21일 부산에서 출항하자 북한은 다음날 새벽, 서해상에 여러 발의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7월 24일 토마호크 미사일 12발을 실은 LA급 공격 원잠 어내펄리스(Annapolis)를 제주해군기지에 보냈고, 그날 밤 북한은 또 동해상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즉, 지난 2주 간 한반도 주변에서는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전략 자산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였던 험악한 상황들이 벌어졌었습니다.
BTF 뜨면 “동해 찍고 원산 거쳐 평양까지 단숨에 초토화”
(진행자) 미국의 대응 중 가장 눈여겨볼만한 것이 Bomber Task Force의 집결인데, 동해상에 집결한 중·러 함대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요?
(이일우) 미 공군에 폭격기 태스크 포스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 3개의 BTF가 하나의 기지에 집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알래스카에 전개한 BTF는 네브래스카주 미놋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5폭격비행단 예하의 제69폭격비행대 B-52H 전략폭격기 2대, 일본에 전개돼 화제가 됐던 텍사스주 다이에스 공군기지 주둔 제7폭격비행단 예하 제28폭격비행대 B-1B 초음속 폭격기 2대, 미주리주 와잇먼 공군기지 주둔 제509폭격비행단 예하 제393폭격비행대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 등 총 5대였습니다.
(이일우) 각각의 폭격기들은 특성에 맞게 특화된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1대에 24발의 스텔스 미사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B-1B 폭격기들은 적 함대를 공격하는데 매우 위력적이고, 1대에 20발의 스텔스 미사일이나 전술핵폭탄을 나를 수 있는 B-52H 폭격기들은 지상 타격에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북·중·러의 레이더로는 탐지가 불가능한 B-2A 폭격기는 초대형 벙커버스터를 실을 수 있고, 전술핵폭탄 운용도 가능합니다.
알래스카에 전개된 이들 전력이 실전에 투입됐다면 B-1B 폭격기 2대가 동해상에 떠 있는 10여 척의 중·러 연합 함대에 48발의 장거리 스텔스 대함 미사일인 LRASM을 날려 단숨에 수장시키고, 곧이어 B-52H 전략폭격기가 원산-평양 일대의 주요 레이더 사이트를 스텔스 미사일 JASSM-ER로 초토화시킨 뒤, B-2A가 유유히 평양 상공에 들어가서 초대형 벙커버스터나 전술 핵폭탄을 평양 중구역 일대에 쏟아 부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하는 군사적 협력 제스처를 취하며 힘을 과시했고, 미국은 이들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는 압도적인 무력을 전진 배치해 조용한 경고를 보낸 상황입니다.
한·미·일 군사 협력의 딜레마를 넘어 강철대오 가능할까?
(진행자)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신냉전 구도가 점점 또렷해지고 있는데, 미국은 다음 스텝을 준비 중이라고요?
(이일우) 지난 10여 년간 한국 정부와 군에 제출했던 많은 연구 보고서들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신냉전 질서가 구축될 것이라고 경고해왔고, 이제는 신냉전 체제가 공고화되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비를 해 왔고, 일본도 2015년 집단적 자위권 관련 법안들을 개정 하면서 신냉전 상황에 대비해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육·해·공군 할 것 없이 대단히 높은 수준의 연합작전 능력을 갖춰놓고 있지만, 한국은 국내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합류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가 공식 석상에서 한·미·일 3국의 연합군사훈련을 정례화하는 계획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한·미·일 3각 협력에 대해서는 대단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는데, 미 국방부가 3국 협력을 제도화하고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매우 중대한 혁신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한국을 한·미·일 3국 동맹 체제에 확실하게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한국에 대한 적대적 의지를 보여 왔고,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화친을 이야기하지만, 지난해 10월 미 공군이 발표한 중국 로켓군 관련 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한국을 향해 수백 발의 탄도 미사일을 겨누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즉, 이미 명백하게 적대적인 의사를 가진 국가들이 연대해 한국에 대한 위협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미국이 거듭 요청하고 있는 한미일 3국 동맹 체제 강화에 나서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