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김정은 은신처 맞춤형 벙커버스터 위력
2024.10.06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72톤 폭탄비에 초토화된 헤즈블라 지도자 은신 벙커
(진행자) 지난 달 말, 이스라엘의 오랜 숙적이자 북한과도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레바논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은신처 일대가 그야말로 초토화됐는데, 이스라엘은 폭격기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융단폭격이 가능했나요?
(이일우) 이스라엘이 지난 9월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다히예라는 지역을 공습해서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습니다. 이 공습 작전은 오후, 그러니까 대낮에 전격적으로 진행 됐는데, 이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폭격을 목격했고, 나스랄라의 은신처부터 그 주변 건물이 융단폭격에 초토화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스라엘은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때도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건물을 공습했지만, 모두 실패했는데, 나스랄라는 그때의 교훈을 바탕으로 주요 은신처를 지하 요새화했고, 이번에 폭격을 받아 죽을 당시 있었던 회의장도 지하 18m, 강화콘크리트로 보호받는 방공호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올해 초부터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동선을 추적했고, 작전 일주일 전, 그가 베이루트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는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서 자신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UN 총회에 가 있다는 사실을 믿고 긴장을 풀고 있다가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공습 작전은 이스라엘 공군에서도 최정예 부대로 손꼽히는 제69비행대가 수행했는데, 이 부대는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F-15I <Ra‘am> 전투기 25대를 보유한 최강의 타격 부대입니다.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한국공군의 F-15K 슬램이글과 기반 기체는 같지만, 내부 장비는 이스라엘 국산 장비들로 채워 넣은 이 전투기는 이스라엘 공군에서도 가장 우수한 폭탄 탑재량을 자랑합니다.
이스라엘이 작전 직후 공개한 영상에서는 2000파운드, 약 910kg이나 되는 GBU-31 JDAM, 즉 GPS 정밀유도폭탄을 잔뜩 장착하고 있는 F-15I 전투기들이 보입니다. 전투기 1대에 6발의 폭탄 장착이 식별됐는데, 이스라엘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8대의 F-15I가 각각 6발씩 폭탄을 달고 이륙했습니다. 물론, 해당 영상에 등장하지 않은 전투기들까지 동원돼 최소 80발의 폭탄이 투하됐습니다.
F-15I 전투기의 제원상 최대 무장 탑재량은 13톤 정도지만, 실제로는 2000파운드급 폭탄 4발 정도를 장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체에 무리가 많이 가고, 기동성이 지나치게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작전에서는 폭탄 무게만 5.4톤씩이라는 엄청난 양이 실렸고, 20대 가까운 전투기가 동원돼 한 지점에 72톤의 각종 폭탄이 단 1~2분 사이에 쏟아졌습니다. 사실 전투기 1대에 10톤에 가까운 무장을 탑재한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B-29 중폭격기 1대에 10톤 정도의 폭탄이 들어갔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폭격을 당한 헤즈볼라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폭격이 융단폭격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벙커버스터, 뚫고 터지는 작동 원리
(진행자) 이번 폭격으로 ‘벙커버스터’라는 무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벙커를 파괴 하는 특수 폭탄인데, 정확히 어떤 원리로 지하 깊숙한 곳에 견고하게 건설된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인가요?
(이일우) 벙커는 콘크리트나 강철 같은 단단한 재료를 이용해 적의 공습으로부터 주요 인물이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특수 시설을 의미하고, 버스터는 파열, 터트린다는 의미입니다. 즉, 벙커버스터 라는 것은 벙커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무기를 통칭하는 것입니다.
벙커버스터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폭탄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폭탄, 특히 항공폭탄은 금속 외피에 ‘작약’이라고 하는 폭발성 화약을 잔뜩 집어넣은 무기입니다. 항공기 내부 폭탄창에 싣거나, 날개에 장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고,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 자세를 잡아 정밀도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꼬리 쪽에 작은 날개를 붙이는 등의 설계가 적용됩니다.
폭탄에 들어가는 화약은 작은 충격이나 불꽃에 의한 유폭을 막기 위해 둔감화약을 사용하고, 대신 그 둔감화약을 터트리기 위한 신관이라는 기폭장치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이 신관은 땅에 떨어 졌을 때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하도록 하는 충격신관, 혹은 접촉신관이라는 것도 있고, 거리 측정기 개념의 전파 송수신 장치를 넣어 일정 거리까지 접근하면 폭발하도록 하는 근접신관, 폭탄이 떨어지는 시간을 계산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하는 시한신관이 사용됩니다.
벙커버스터는 두 종류입니다. 엄청나게 무겁고 단단한 외피로 작약을 감싼 무거운 폭탄이 땅에 떨어 지면, 떨어질 때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땅을 일정 깊이까지 뚫고 들어간 다음 시한신관 또는 지연 신관을 이용해 터트리는 방식이 있고, 관통용 탄두와 본탄두를 각각 준비해서 관통용 탄두가 먼저 터지면 그 폭발력으로 땅을 뚫고 길을 낸 뒤에 본탄두가 들어가서 터지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사용한 벙커버스터는 전자에 해당합니다. BLU-109라는 관통폭탄 또는 BLU-118 이라는 열압력 관통폭탄에다가 GPS 유도폭탄 키트인 JDAM 키트를 붙여서 만든 것입니다. 두 관통 폭탄 모두 외피가 25mm 강철로 이루어져있고, 전자는 일반 폭약, 후자는 열압력 폭발물로 충전 되어 있어 일단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동에너지로 지면을 뚫고 들어간 뒤에 지연신관을 이용해 폭발합니다. 이 폭탄은 조건에 따라 1.8미터에서 정도의 강화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간 뒤 폭발하는데, 이스라엘이 한 지점에 수십 발을 퍼부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나스랄라는 18미터 깊이의 지하에 여러 겹의 강화콘크리트 방벽으로 보호받는 벙커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뚫으려면 같은 지점에 여러 발을 떨어뜨려야 했습니다.
무거운 탄두의 운동에너지로 직접 지면을 뚫는 방법 외에도 관통용 탄두를 따로 써서 지면을 뚫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는 주로 미사일에 사용되는데, ‘타우러스’라는 미사일에 들어가는 ‘메피스토’라는 탄두는 관통용 탄두를 터트려 강력한 열과 압력 폭풍을 일으켜 이를 이용해 강화콘크리트를 최대 5미터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서 소개한 관통력은 강화콘크리트 기준이기 때문에 강화콘크리트보다 훨씬 약한 일반 토양은 수십 미터가 뚫립니다. 아무리 건축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강화콘크리트 두께만 수십 미터로 방공호를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지간한 지하 구조물이나 벙커들은 현존하는 벙커버스터 폭탄에 의해 어렵지 않게 파괴된다고 봐야 합나다.
아래로 아래로 숨을 수록 더 커지는 김정은의 불안감
(진행자) 이번 헤스볼라 수장 제거 작전을 보면서 가장 간담이 서늘했던 것은 북한의 김정은과 지도부일 것 같습니다. 북한 역시 지하에 각종 지휘시설과 대피소를 구축해 놓고 있고, 한국도 유사시 이를 파괴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스라엘과 한국의 무기체계가 아주 유사하다고요?
(이일우) 이스라엘의 주적인 하마스나 헤즈볼라, 이란은 오래 전부터 북한과 협력해 지하 시설을 건설하 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번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 전역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지하 군사기지의 일부를 촬영해 보여주면서 이스라엘이 공습을 가해도 자신들의 지하 기지를 파괴할 수는 없다고 자신만만해 했었는데, 이스라엘은 9월부터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이 지하 기지의 절반 이상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이스라엘은 적의 지하시설 파괴를 위해 여러 종류의 벙커버스터 무기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데, 사실 한국은 이스라엘보다 더한 벙커버스터 대국압나더. 중동 지역 대부분의 토양은 석회암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반면에 한반도는 석회암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도를 가진 화강암 지형이 대부분입니다. 광물학에서 암석의 단단함 정도를 비교하는 모스 굳기계를 보면, 가장 약한 경도 1부터 가장 강한 경도 10까지의 암석으로 구분되는데, 석회암이 2.7~2.9 정도인 것과 달리 화강암은 5.5에서 7에 달할 정도로 단단합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이런 단단한 땅을 파서 ‘전국토의 요새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지하 시설이라도 중동에 있는 지하 벙커와 북한에 있는 지하 벙커의 방호력은 천지차이이고, 이 때문에 한국은 오래 전부터 이 지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무기에 아주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나스랄라 거점을 초토화시킨 BLU-109나 BLU-118은 한국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이보다 좀 더 큰 GBU-28이라는 대형 폭탄도 많이 운용 중입니다. 앞서 소개한 BLU-109는 2,000 파운드급 폭탄인데, GBU-28은 4,700파운드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의 벙커버스터입니다. 폭탄 하나 무게가 2.1톤에 달하는 엄청난 괴물인 만큼, F-15K에서만 운용할 수 있는데, 일단 투발되면 9km를 날아가서 일반 토양은 50m, 화강암 암반은 30m, 강화콘크리트는 6m를 뚫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레이저 유도 방식이기 때문에 벙커 주변에 GPS 전파 교란을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벙커버스터 GBU-28(Guided Bomb Unit 28)
앞서 잠깐 소개한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 미사일도 강력한 벙커 버스터 수단임. F-15K에서 운용하는데, 이 미사일도 강화콘크리트 5m를 관통해 내부에서 폭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탄도미사일에도 벙커버스터를 달아서 대량으로 투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단거리 무기인 KTSSM의 경우, 초고속으로 낙하하면서 앞서 소개한 다른 벙커버스터 이상 깊이를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열압력탄을 터트립니다. 한국이 싸게 대량으로 투발해 북한의 갱도 포병을 잡으려고 만든 KTSSM은 180km를 날아가는데, 이 미사일에 명중한 지하시설에서 열압력 탄두가 터지면 탄두의 폭발을 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더라도 지하 시설이 진공상태가 되기 때문에 질식해서 죽게됩니다. 한국은 이 KTSSM의 사거리를 300km로 늘린 KTSSM-II를 개발했고, KTSSM-II 2발을 연속 발사할 수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을 367문 보유 중입니다.
한국형 단거리 전술 지대지 미사일 (KTSSM:Korean Tactical Surface-to-Surface Missile)
이와 별개로 현무 시리즈 탄도미사일도 고위력 관통 탄두를 장착 중입니다. 사거리 300km, 500km 수준인 현무-IIA와 현무-IIB는 이미 수 백발이 배치돼 있고, 앞서 소개한 벙커버스터 폭탄들보다 훨씬 무거운 2.5톤의 탄두를 마하 10에 가까운 속도로 지면에 꽂아버리는 사거리 800km의 현무-IV도 대량 배치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사거리를 300km로 줄이면 최대 9톤의 탄두가 들어 가는 현무-V도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전문가마다 평가는 다르지만, 적게는 100m, 깊게는 300m 일반 토양을 관통해 100m 이상 깊이에 있는 평양의 지하 시설도 파괴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유사시 한국은 평양 김정은 관저 주변에 수십 발의 현무-V를 쏴서 지상은 물론 지하까지 완전히 초토화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현무-V가 평양까지 날아가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만큼, 한국이 작심하고 달려들면 언제든 북한 지도부를 기습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합니다.
촘촘한 한미 정보자산 업그레이드의 효과
(진행자) 한국이 작심하면 평양의 지하시설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한국군의 작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확충해야 할 분야가 있다고요?
(이일우) 이스라엘이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고, 좀 더 앞서서는 이란 수도 한복판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정보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30일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튀르키예 CNN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란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해 최정예 방첩조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방첩조직의 수장은 물론, 핵심 간부 20여 명이 모사드가 심어놓은 요원이었고, 그 요원들 때문에 핵개발 관련 기밀자료와 고위 인사 개인 자료를 털리고, 핵 과학자도 암살 당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공작을 위해 10년 이상 공을 들여 이란 내부에 협력자 네트워크를 구축 했는데, 사실 북한은 이란보다 더 폐쇄적인 집단이고, 내부에 침투해 들어가기 어려운 집단입니다. 최근에는 한국 정보사 기밀 유출 사건이 벌어지면서 북한과 중국 등에 있는 인간정보 자산들을 잃게 됐습니다.
미국은 첨단 정찰위성과 신호정보수집기 등을 이용해 김정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지만, 한국은 미국의 정보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김정은의 동선을 감시할 수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벙커버스터 자산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최상의 정보공조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이와 별개로 독자적인 대북 정보망 재건도 서둘러야 합니다.
최근에 CIA가 북한 문화어로 북한 내부 협력자를 구하는 공고를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한국도 공개, 비공개 모든 방식을 사용해 북한 내 협력자를 만들고, 이를 발전시켜 김정은을 비롯한 주요 표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관련기사>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핵엔 이거 한방" 스텔스 핵미사일 'SLCM-N'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평양150m 지하벙커 초토화” 미 핵폭격기 전진 배치 이유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