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국군의 날 '풍계리 겨냥' 미 초음속기 등장
2024.09.29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초음속 폭격기 미 B-1B, ‘국군의 날’ 힘자랑에 힘 보태러 온다
(진행자) 북한이 최근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고 고위력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미양국도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에 북한을 겨냥한 고강도 무력시위 준비에 한창입니다. 미국이 국군의 날 행사장에 폭격기를 보낸다고요?
(이일우) 한국 정부가 올해 국군의 날에 정말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행사장인 서울공항에서 대규모 장비 공개가 있을 예정이고, 서울 도심 숭례문에서 광화문 대로에서는 첨단 장비와 병력, 헬기와 전투기 등이 대거 동원된 퍼레이드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충남 계룡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산전시회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미국도 한국의 이러한 대규모 행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성남공항 국군의 날 주행사장 상공에 B-1B 초음속 폭격기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국군의 날 행사에 미국의 B-1B 폭격기를 선보이기로 합의하고, 현재는 이 폭격기 좌우에서 호위를 맡을 전투기로 어떤 기종을 내보낼지 협의 중입니다. 현재로서는 한국공군에서 최대 폭장량을 자랑하는 F-15K나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등의 고성능 기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팩트체커: ‘죽음의 백조’ 아니구요, ‘전략폭격기’도 아닙니다.
(이일우)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 몇 가지 잘못 표현되고 있는 부분이 있음. 한국 언론에서는 B-1B를 ‘죽음의 백조’, ‘전략폭격기’라고 부르고 있는데 사실 이 두 표현 모두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죽음의 백조’, Swan of death라는 표현은 한국에서만 쓰는 정체불명의 표현입니다. 사실 B-1B는 모든 기체가 어두운 색으로 도색돼 있어서 백조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데, 누군가 죽음의 백조 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니 전부 그 표현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2015년에 한 월간지 기자가 B-1B처럼 가변익을 사용하는 러시아의 Tu-160 폭격기에 붙은 별명을 B-1B 별명으로 오해하고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Tu-160은 모든 기체가 하얀색으로 도색돼 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도 ‘비엘리 레베츠’, 즉 하얀 백조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이 때문에 한국 밖에서 ‘Swan of death’가 한국의 국군의 날 행사장에 온다고 이야기하면, 외국인들은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한국 행사장에 왜 가느냐고 물어볼 것입니다.
미 공군에서 사용되는 이 폭격기의 정확한 별명은 ‘Bone’입니다. 이 폭격기가 처음 일반에 공개됐을 때 폭격기 Bomber를 뜻하는 약자 ‘B’와 숫자 ‘One’을 붙여서 잘못 읽은 것이 시초인데, 현재는 B-1B bomber 대신 Bone bomber라는 명칭이 일반명사처럼 사용됩니다.
전략폭격기라는 표현도 틀렸습니다. 전략폭격기는 말 그대로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폭격기로,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폭격기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미 공군 항공기 분류에서 전략폭격기로 구분되는 기종은 B-52H와 B-2A 두 기종이고, 핵무기 운용 능력이 제거된 B-1B는 ‘가변익 중폭격기’로 구분됩니다. 원래 B-1B는 1988년 미 전략공군사령부에서 운용되던 핵 투발 겸용 전략폭격기였지만, 1992년 전략공군사령부가 해체되고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핵 투발 능력이 제거되면서 재래식 폭격 용도로 전환됐습니다. 그런데 ‘중폭격기’라고 부르는 것보다 ‘전략폭격기’라고 부르는 것이 어감상 더 멋져 보여서 언론에서 잘못된 분류법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언론에서 B-1B를 언급할 때는 ‘전략폭격기’보다는 ‘초음속 중폭격기’ 정도로 표현하는 것을 권합니다.
2017년 풍계리 핵실험장에 찰라의 순간, B-1B 다녀갔다
(진행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폭격기라면 북한 입장에서는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 B-1B 폭격기, 핵을 사용하는 다른 폭격기보다 북한이 더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요?
(이일우) 미국의 폭격기라는 단어를 제시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B-52H도 그렇지만, B-1B를 실제로 보면 정말 무지막지하게 큽니다. 물론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여객기들보다는 작지만, 일반적인 전투용 항공기, 전투기나 공격기가 길이 15~20m, 폭 13~15m 정도인 것에 반해, B-1B는 길이가 44.5m, 날개를 폈을 때 폭이 41.8m에 달해 정면에서 실제로 보면 위압감이 들 정도입니다.
B-1B 폭격기는 이전 세대 모델인 B-52H와 비교했을 때 길이나 폭이 더 짧지만, 폭탄 탑재량이 더 많은 폭격기입니다. B-52H가 최대 31톤의 각종 폭탄을 싣는 것에 반해, B-1B는 내부에 34톤, 외부에 23톤 등 최대 57톤에 달하는 엄청난 각종 폭탄을 장착할 수 있음. 물론 연료나 기체 컨디션, 레이더 반사면적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최대 폭장량을 채워서 폭탄을 싣는 경우는 없지만, 엄청난 폭탄 탑재량을 자랑하기 때문에 과거 테러와의 전쟁 당시에는 ‘JDAM Taxi’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장거리 비행, 장기체공 능력과 엄청난 폭장량 덕분에 나온 별명인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상공에서 장시간 비행하다가 지상군으로부터 폭격 요청이 들어오면 빠른 속도를 이용해 목표 상공까지 날아간 뒤 정밀유도폭탄 JDAM을 투하했습니다. 항공폭탄 중에 가장 강력한 2,000파운드급 폭탄을 24발, 이보다 작은 500파운드급 폭탄은 84발이나 탑재했기 때문에 1대 만으로도 어지간한 표적은 그 일대 전체를 초토화시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엄청난 폭장량도 폭장량이지만, B-1B가 무서운 것은 레이더 반사 면적 감소 설계가 적용된 초음속 폭격기라는 점입니다. 기존의 B-52H 전략폭격기는 기체 정면을 기준으로 레이더 반사 면적 RCS가 100제곱미터 수준에 달하는데, B-52H보다 조금 작은 수준인 B-1B는 10제곱미터, 다시 말해 일반적인 대형 전투기 정도의 레이더 반사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이더 반사면적도 굉장히 작은데, 고속 성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B-52H는 공기 밀도가 낮은 10km 이상의 고고도에서 최대 시속 1,000km 정도를 겨우 냅니다. 그런데 B-1B는 공기 밀도가 높은 저고도에서 마하 0.92, 시속 1,126km의 속도를 낼 수 있고, 고도를 조금만 올리면 마하 1.25까지 가속할 수 있습니다.
B-1B는 이러한 성능을 살려 지난 2017년, 미국과 북한 관계가 한창 험악하던 시절, 북방한계선 이북으로 돌파해 들어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130km 거리까지 접근했던 적이 있습니다. 2대의 B-1B 폭격기가 동원됐는데, 이 거리는 B-1B에 탑재되는 장거리 활공유도폭탄인 SDB나 JSOW 최대 사거리에 근접한 거리입니다. 소형폭탄인 SDB는 B-1B 1대에 최대 144발, 대형폭탄인 JSOW는 최대 24발이 들어가니,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 당국은 레이더가 형편없이 이 폭격기들이 자신들의 영토에 가까이 왔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그때 북한 방공망이나 지금 북한 방공망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북한은 한반도에 B-1B 폭격기가 뜨면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밀유도장치에 전파교란무기까지 탑재
(진행자) 미국이 최근 B-1B를 대체할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의 시험비행 장면을 공개하면서 신형 폭격기 전력화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는데, 퇴역이 다가오는 폭격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추가 성능 개량을 통해서 이 폭격기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고요?
(이일우)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B-1B 폭격기의 수량은 62대입니다. B-1B는 분명 우수한 폭격기 지만, 가변익기, 즉 날개가 움직이는 복잡한 설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폭격기보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미 공군은 차세대 폭격기인 B-21을 최대한 빨리 전력화해서 B-1B를 퇴역시키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B-1B라는 플랫폼이 가진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개량해서 퇴역 직전까지 최강의 전력으로 운용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위해 최근 대부분의 기체를 개량했고, 또 한 번의 개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단 최근 종료된 개량을 통해 B-1B는 데이터링크 능력과 전자전 능력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데이터링크 능력은 외부 자산이 탐지, 추적해서 찍어주는 표적에 정밀유도무기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됐다는 것이고, 전자전 개량은 적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 전자전으로 이에 대응 하는 능력을 키워 생존성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 공군은 여기에 더해 B-1B의 폭장량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LAM, Load Adaptable Modular pylon이라는 외부 무장 장착대를 추가하는 개량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 미국이 연간 1,000발 이상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 공장을 대폭 확충 중인 JASSM 이라는 미사일이 있습니다. 기본형 JASSM과 사거리 연장형 JASSM-ER, 장거리 타격형 JASSM-XR 세 종류와 대함 타격형 LRASM이 있는데, B-1B는 이 JASSM 계열 미사일을 한 번에 최대 24발 까지 실을 수 있습니다. B-52H보다 4발 많고, B-2A보다 8발 많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B-1B에 LAM이 추가되면, JASSM 계열 미사일 탑재량이 6발 더 늘어납니다. 폭격기 1대에 30발의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싣게 된다는 것입니다.
JASSM은 스텔스 미사일이고, ER형 기준 930km, XR형 기준 1900km를 날아가는 무기입니다. 적의 레이더에 탐지가 되지 않고, 일부 변형에는 CHAMP라고 명명된 고출력 극초단파 방사기까지 달려 적의 방공망과 통신시설을 먹통으로 만들 수도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단 1대만 띄워도 이런 미사일을 30발이나 날릴 수 있다는 것은 적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입니다.
특히 B-1B는 최근 기존의 주력 벙커버스터였던 2000파운드급 GBU-31보다 훨씬 강력한 GBU-72 5000파운드급 벙커버스터를 통합하는 개량도 마쳤습니다. 고고도에서 투하되는 이 폭탄은 폭탄 자체 무게만 2.2톤에 달하는 엄청난 무기인데, 일반 토양은 45m, 강화콘크리트는 무려 5m 두께를 뚫고 들어가서 폭발하는 무기입니다. 북한 방공망의 탐지거리 밖에서 스텔스 미사일을 대량 으로 쏟아 붓거나, 저공으로 고속 침투해서 고위력 벙커버스터를 대량으로 투발할 수 있는 B-1B는 핵무기 운용 능력이 없어도 북한에게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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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