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군사 시점’으로 재해석한 ‘계엄의 밤’

0:00 / 0:00

(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707 특임대의 ( 무혈 종료) 국회 투입 내막

( 진행자) 한국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한반도 시각으로 2024년 12월 3일 밤 10시20분이었습니다. 철저하게 군사적인 관점에서 이날의 긴급했던 상황을 풀어보도록 하죠. 계엄은 국회가 계엄해제요구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종료되었는데, 이 와중에 한국 특수부대가 국회에 투입됐죠?

( 이일우) 한국군 최정예 부대인 특수전사령부 예하 제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병력이 국회에 투입됐습니다. 최정예 요원들이 투입됐지만 상황이 종료된 후 확인된 부상자는 담을 넘다가 손가락을 다친 1명을 제외하면 단 1명도 없었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 살상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무기나 탄약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1] 계엄군 휴대 훈련용 탄창(출처 - 언론 보도 영상 캡처).jpg
계엄군 휴대 훈련용 탄창. /언론 보도 영상 캡처

현재 한국 정치권에서는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이 국민에게 총칼을 겨눴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사건 발생 후 하나 둘씩 공개된 채증 영상들을 보면 당시 계엄군으로 국회에 투입됐던 병력들은 출입문을 막고, 진입하는 시늉만 했을 뿐, 물리력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고, 계엄 해제 직후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와 함께 국회를 빠져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 되고 군 병력이 투입됐는데 단 1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은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F-15K 개량시 한반도 하늘에 일어날 일Opens in new window ]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폭풍군단 러 파병 댓가는 전략핵잠?Opens in new window ]

10 달러 무장한 707 특임대, '시뮤니션' 노리쇠부터 달랐다

( 진행자) 당시 계엄군을 투입됐던 한국군 병력은 최정예 부대인 특수전사령부, 일명 검은베레 대원들과 그 검은베레 중에서도 최정예 요원들만 모아놓은 707특수임무단으로 확인됐습니다. 카메라에 잡힌 이들의 모습은 중무장한 군인 그 자체였는데, 놀라운 장비가 발견됐다고요?

( 이일우) 국회 실내에 진입했던 검은 전투복의 계엄군은 한국군 최정예 부대인 특전사, 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자원만 모아 편성한 대테러부대인 707특임단이었습니다. 최정예부대답게 이들 대원 하나 하나가 착용 및 휴대한 장비들은 한국 돈으로 억 소리가 나는 수준, 달러로 치면 10만 달러가 넘는 수준 이었습니다.

[3] 계엄군 SCAR-L 소총 내부 시뮤니션 노리쇠 뭉치.jpg
계엄군 SCAR-L 소총 내부 시뮤니션 노리쇠 뭉치. / 언론보도 영상 캡쳐

헬멧은 근거리에서 권총탄 방어가 가능한 FAST나 Exfil 등의 최신 제품이었고, 방탄복은 미 해군 네이비씰에서 많이 사용하는 JPC나 LBT 시리즈가 많이 보였습니다. 헬멧에 달려 있는 커다란 장비는 밤에도 넓고 밝은 시야 확보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4안(眼) 야간투시경으로 1개당 가격이 3만 달러가 넘는 최고급 장비였고, 이들이 들고 있는 SCAR-L이나 KS-3 소총은 한국군 제식소총인 K2 소총보다 4~5배가 넘는 가격의 고성능 총기입니다. 각각의 총에 달려 있는 광학조준경이나 레이저 사이트, 전술 라이트들도 최고급 제품들이었습니다.

많은 장비들이 눈에 띄었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장비가 있었습니다. 당시 계엄군 병력이 들고 있던 총기 중 한국산 K1A 기관단총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산 총기는 탄창을 삽입한 상태였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계엄군이 실탄을 장전하고 국민을 위협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을 잘 아는 사람이 계엄군의 총을 보면 이 총들이 실탄을 장전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탄피배출구를 통해 보이는 노리쇠 뭉치가 어두운 금속 재질이 아니라 파란색이었기 때문입니다.

노리쇠는 총을 쏠 때 약실에 탄약을 밀어 넣고, 격발시 약실을 폐쇄해주고, 재장전 과정에서 탄약을 당겨서 배출한 뒤 다음 탄약을 밀어 넣는 부품입니다. 소총 사격을 하는 사람을 옆에서 볼 때 탄피가 튀어 나오는 구멍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부품이 바로 노리쇠이고, 이 노리쇠와 붙어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 노리쇠 뭉치, Bolt carrier입니다.

특전사 대원들의 총에 노리쇠 뭉치가 파란색이었다는 것은 이 노리쇠 뭉치가 실탄 발사용이 아니라 ’시뮤니션‘ 발사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Simunition은 Simulation과 Ammunition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모의탄입니다. 시뮤니션은 탄피 부분은 일반탄과 같은데, 탄두 부분이 뭉툭한 립스틱처럼 생긴 특수탄입니다. 화약량이 매우 작기 때문에 발사하면 화염과 폭음이 나긴 하지만, 그 탄두를 맞아도 살상 효과는 없는 탄입니다. 물론 맞으면 아프고, 멍이 들긴 하지만, 사람을 죽거나 크게 다치게 할 수는 없는 훈련용 탄입니다.

[4] 5.56mm Simunition (출처 - Wikipedia).jpg
5.56mm 시뮤니션Simunition. /출처: 위키피디아

계엄군이 들고 있던 총기 중 권총은 모두 탄창이 제거돼 있었고, 소총의 경우, 시뮤니션용 노리쇠 뭉치를 사용할 수 없는 K1A 역시 모두 탄창이 제거돼 있었습니다. 탄창이 삽입돼 있던 총기들은 모두 파란색 노리쇠뭉치가 식별됐거나, 해당 대원이 아예 파란색 훈련용 탄창을 휴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에게 ’살상‘ 또는 ’무력행사‘를 통한 국회 진압 의도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쿠데타‘나 ’반란‘을 할 때 반란군은 살상무기를 들고 가서 상대방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고 권력을 찬탈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계엄군의 무장 정도를 감안할 때 그정도의 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펙트체크: 계엄군은 실전용 아닌 '마일즈 장비' 훈련총 소지?

( 진행자) 보통 총을 이용한 전투 훈련을 하면, 총알이 들어있지 않은 빈총을 들고 입으로 총소리를 흉내 내며 싸우거나, '마일즈 장비'라는 레이저 보조기구를 사용해서 훈련을 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시뮤니션 장비를 비롯해 최근 한국군은 마치 실탄을 쓰면서 서로를 쏴서 맞추는 것 같은 실전 같은 훈련을 위해 여러 첨단 장비들을 쓰고 있다고요?

( 이일우) 사실 일반인들은 계엄군이 들고 있던 총이 무엇이고, 시뮤니션이 무엇인지 알기 힘듧니다. 그래서 계엄군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이 사실인데, 이 장비들은 특전사가 실전적인 훈련을 위해 최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여러 훈련용 장비들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군을 비롯한 여러 서방 국가들은 모의교전 훈련을 할 때 레이저를 이용한 ‘마일즈 장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마일즈 장비는 총에서 공포탄이 발사될 때마다 이에 맞춰 레이저를 쏴주는 보조 장비를 총에 달고, 헬멧과 몸에 그 레이저를 수신할 수 있는 센서를 달아 상대방에게 레이저를 쏴서 맞추는 식으로 모의 교전을 하는 훈련 장비입니다.

[2] 계엄군 휴대 훈련용 탄창(출처 - 언론 보도 영상 캡처).jpg
계엄군 휴대 훈련용 탄창. / 출처: 언론 보도 영상 캡처

훈련 과정에서 공포탄을 쏘기 때문에 그럴싸하지만, 이 마일즈 장비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몸에 두른 센서에 레이저가 맞았는지를 확인해 사망 또는 부상을 판단하기 때문에, 이 센서를 가리기만 하면 훈련에서 죽지 않는 무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훈련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뭇잎으로도 센서가 가려지기 때문에 이걸 이용해서 꼼수를 쓰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 마일즈 장비로 모의교전을 해봤던 적이 있는데, 그을음이 많이 생기는 공포탄을 쓰다보니 기능고장도 잘 일어나고, 숲에서 쏘면 나무나 풀에 가려져 바로 앞에 있는 적을 맞추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한국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두 가지 유형의 훈련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하나는 이른바 ‘BB탄총’이라고 부르는 에어소프트건이고, 다른 하나는 시뮤니션입니다. 이 중 에어소프트건은 일단 구입하면 유지비가 매우 저렴해서 많은 부대에 보급되고 있고, 미군과 프랑스군 등 선진국 군대에서도 도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훈련용 에어소프트건은 배터리로 작동하는데, 작동 원리가 실총과 거의 비슷하고, 실총과 비슷한 구조로 분해결합 훈련도 할 수 있습니다. 반동이 꽤 있어서 실총을 쏘는 느낌으로 사격할 수 있고, 실총과 마찬가지로 탄창의 탄이 다 떨어지면 노리쇠가 후퇴 고정됩니다. 장난감 같지만 1정당 가격이 1500~3,000달러 정도 하기 때문에 실총과 비슷한 수준이고, 근거리에서 맞으면 꽤 아픔. 그래서 주로 실내 전투 훈련을 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시뮤니션은 화약을 이용해 실제로 탄을 사격하는 방식인데, 그 탄이 일종의 페인트탄이어서 살상 능력이 없습니다. 화약을 쓰는 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총성, 화염, 반동을 다 구현됐고, 실총의 노리쇠 뭉치만 바꿔 사용하기 때문에 원래 쓰던 총을 사용해서 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비들은 개발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가격도 제법 비싼 편이기 때문에 지금은 일부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그 보급량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계엄의 밤'으로 가늠하는 한국군 전투능력

( 진행자) 마일즈 장비가 처음 실용화됐을 때까지만 해도 전투 훈련의 혁신처럼 여겨졌는데, 이번에 소개 해주신 장비들을 사용하면 보병 개개인의 전투 능력이 대단히 높아질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특수부대에서도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데, 이런 장비로 훈련한 한국군과 그렇지 못한 북한군이 실전에서 붙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 이일우) 빈총을 들고 입으로 '빵야빵야'를 하면서 훈련도 해봤고, 마일즈 장비, 그리고 앞서 소개한 첨단 훈련 장비들을 이용해 모의교전을 해보기도 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러한 첨단 장비 훈련은 개개인의 전투 능력을 그야말로 눈부시게 향상시켜 줍니다.

예를 들어, 빈총을 들고 싸우는 훈련에서는 누가 총을 맞췄는지를 목소리 크기로 정함. 총을 쏘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이나 입으로만 싸우기 때문에 실제로 총을 조작하고, 조준하고 격발하는 각각의 연속 동작을 숙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뮬레이션 장비는 실제로 탄이 발사되는 총을 쓰기 때문에 누가 먼저 보고 누가 먼저 쐈는지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고, 이 때문에 실내, 도심, 산악 등 여러 환경에서 총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다뤄야 신속하게 조준하고 격발해 적을 명중시킬 있는지 학습이 됩니다.

총이라는 것이 TV 화면으로만 보면 아무나 들고 쏴도 백발백중이 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 총을 내 몸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숙련도를 쌓으려면 같은 동작을 수백, 수천 번 반복해 숙달해야 합니다. 이런 첨단 훈련 장비는 그러한 숙달을 돕는 역할을 하고, 이런 장비로 훈련한 전투원은 그렇지 못한 전투원보다 실전에서 능숙하고, 우발상황이 생겨도 잘 극복할 수 있는 대처 능력이 생깁니다. 한국군은 지금 그런 훈련을 개별 전투원들에게 시키고 있고, 이렇게 훈련 격차가 커지면 커질 수록, 북한군 병사들은 한국군 병사를 상대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계엄으로 안보 허점은 없었나?

( 진행자) 계엄으로 인한 한국 특수부대의 이동이 남북 군사 대치의 한반도 상황에서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요?

( 이일우) 한반도 안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은 야간에 실시가 됐고요. 계엄군으로 동원된 부대들은 경계 작전부대가 아니라 특수부대가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병력들을 일부 뺀다고 해서 안보의 공백이 발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평상시에 이런 부대들은 뭐 국내에서도 훈련을 하지만 해외로도 굉장히 많이 나가면서 순환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소규모의 병력을 뺀다라고 해서 한반도에 어떤 안보 공백이 생긴다. 이런 것은 기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