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북한 러시아에 올인했나?
2024.10.24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MC: 현재 북한 특수군의 러시아 전쟁 파견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벌써 북한 특수군 1만 2000명 중 1500명이 러시아 현지에 도착했으며, 앞으로 1만 2000명이 속속 러시아 전쟁터로 나간다고 세계 각국의 언론매체가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러시라 전쟁터로 가는 북한 특수군은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란 제목으로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MC: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현재 러시아 지역에 파견된 북한 특수군의 모습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안 박사님 보시기에 진짜 파병이 이루어진 게 맞는 것 같습니까?
안찬일: 네, 맞다고 확신하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전인 지난 21일 우쿠라이나 언론은 러시아 본토에서 작전에 배치됐다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장병 18명이 붙잡혀 구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와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등 현지 언론은 자국 군·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당국이 지난 16일 이탈 지점에서 60㎞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주 코마리치에서 이들을 검거했다고 전했습니다.
MC: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앞서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북한군 18명이 쿠르스크주와 브랸스크주 경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7㎞ 떨어진 지점에서 부대를 이탈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매체들은 쿠르스크주 코무토프카 지역에 북한군 교관 약 40명과 러시아 장병 50명이 배치돼 있었으며 북한군은 군사 목적의 '풍선' 사용법을, 러시아군은 현대식 보병 전투 전술을 서로 가르쳤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훈련을 마친 북한 인력들이 식량을 배급받지 못하고 아무런 지시 없이 며칠간 숲속에 방치됐으며 일부가 러시아군 지휘부를 찾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북한군 40명 전원은 공격 작전에 투입되기 위해 쿠르스크주 코무토프카에서 같은 주 리고프로 재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매체들은 덧붙였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8월초 국경을 넘어 자국 쿠르스크주에 진입한 뒤 일부 지역을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앞서 러시아군이 제11공수돌격여단에 북한군 장병으로 '부랴트 특별대대'를 조직하고 있으며 이들이 쿠르스크주에 배치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MC: 북한군이 러시아 전쟁터에 자기 군대를 보낸 것을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네, 오늘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행태가 ‘도발’을 넘어 ‘도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휴전선과 북·중 국경의 담장을 높이고 경의선과 동해선을 차단하더니, 급기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군을 파병하기 시작했습니다. 외화벌이와 전략 무기 기술 이전이라는 ‘대박’을 노리고 러시아에 ‘올인’하고 나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군 특수부대가 이달 8-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 갔으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 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라는 호재를 만나, 한국은 물론 중국과도 담을 쌓고 있습니다. 정권의 안위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핵무기라고 믿는 김정은 총비서는 분수를 넘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의 완결을 위한 기술을 얻기 위해 러시아에 파병까지 감행하고 나선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은 북한의 파병 자체보다,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받느냐에 있는데, 푸틴이 김정은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모르나, 군사 위성 지원 및 방공 시스템 구축, 군 현대화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지원까지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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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일각에서는 평양 정권이 과거 대한민국 정부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사례를 따라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찬일: 한국이 과거 베트남전 파병을 통해 주한 미군 철수를 막고 경제적 이득을 얻었던 사례는 대단한 성공사례로 남아 있지요. 그러나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GDP는 전 세계 GDP의 40%에 달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GDP는 2023년 기준 1.5%에 불과합니다. 러시아의 충분한 지원을 바탕으로 북한군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푸틴의 요청과 자신들의 탈출구를 찾고자 무기 및 병력 지원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현재는 북한군 파병 초기 단계이므로, 푸틴이 ‘협상의 달인’이라면 ICBM 재진입 기술 등을 당장 북한에 넘겨주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북·러 군사 협력이 지속되고 심화한다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현대화하고 핵·미사일과 같은 전략 무기 능력이 완성 단계에 도달할 거라는 점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했으므로, ICBM 재진입 기술을 통해 미국 본토의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대한 보상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한다면,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 지원은 물론 파병의 규모와 속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란 점에서 도박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MC: 이번에 러시아로 파병되고 있는 북한 군인들이 어디 소속인지는 알려졌습니까?
안찬일: 네,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하는 4개 여단은 11군단 소속으로, 11군단은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로 일명 ‘폭풍군단’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한데, 예하부대로는 ‘번개'라고 불리는 경보병여단과 ‘우뢰39’로 불리는 항공육전단, ‘벼락'으로 불리는 저격여단 등 10개 여단이 있고, 전체 병력 규모는 4만∼8만명으로 우리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둔지가 평남 덕천으로 알려진 폭풍군단은 특수 8군단을 모체로 창설된 최정예 특수부대로, 특수 8군단은 지난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을 일으킨 124군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에 만들어졌는데, 지속적으로 부대를 확대·개편해 폭풍군단을 창설했습니다. 지난해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폭풍군단의 군기가 이 부대의 훈련 장면 영상과 함께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근래 김정은 총비서가 이 폭풍군단을 자주 찾는 모습이 북한 매체게 공개되었는데, 그때 벌써 파병이 결정되고 준비작업이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MC: 그런데 북한군의 해외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안찬일: 네, 북한군의 첫 해외 파병은 베트남 전쟁 때였습니다.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고 다음 해 한국도 파병을 결정하자, 북한은 각종 군수 물자와 함께 군 병력 수백 명을 베트남민주공화국(북베트남)에 파견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2011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북한 전투기 조종사 87명은 북베트남에서 미군 전투기 26대를 격추시키는 성과를 냈고, 또, 북한 심리전 요원 100여 명은 파병된 한국군을 상대로 귀순을 유도하는 내용의 라디오 방송을 제작해 퍼뜨리고 투항 권유와 포로 심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북한의 국력이 발전단계에 있었다는 점, 그리고 오늘은 북한 사회주의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모처럼 감옥같은 북한을 떠나 멀리 해외로 나간 북한 젊은 군인들이 과연 얼마나 살아서 돌아올지? 또 얼마나 탈출해 새로운 자유세상을 찾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MC: 안찬일의 주간진단,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