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북한측 ‘불순녹화물’의 의미는?.
2024.09.12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MC: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항상 자신들이 ‘혁명투쟁’을 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북한 체제에서는 한번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북조선식 문화대혁명’이라고 하는 일명 한류문화 유행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시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셨습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얼마 전 북한 내에서 촬영된 동영상 하나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요. 세상 사람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 넣은 이 동영상은 어떤 것이었나요?
안 찬 일: 네, 우리는 최근 북한에서 흘러나온 영상을 통해 불과 10대 중반의 청소년들이 사회안전원들에 의해 수갑이 채워지고 강제로 끌려나가는 인권침해의 절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도 저렇게 미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아무런 영장도 없이 일종의 인민재판인 공개재판장에서 수갑을 채우고 끌고 나가는 일은 김정은 체제 3대세습의 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희세의 인권침해 참상입니다.
MC : 그런데 이 청소년들은 무슨 혐의를 받고 있으며, 도대체 얼마나 무거운 죄를 지었길래 수갑까지 차게 된 건가요?
안 찬 일: 네, 영상 속에 등장한 16살의 앳된 북한 소녀는 자신이 100여편 이상의 한국 영화를 보고 160여회의 드라마를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그 소녀만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대부분 소년, 소녀들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평양의 고위층 자녀들이 그 부분에선 최고 선봉이지요. 그런데 유독 시범케이스에 걸린 힘없는 가정의 소년 소녀들만 그렇게 재판장에 끌려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건 법률적 재판이 아니라 사상교양의 비판무대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MC : 북한 당국이 공개한 영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안 찬 일: 네, 한국의 KBS는 대북 소식통을 통해 2시간 넘는 분량의 북한 내부 영상 10여 편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2021년 5월 이후 제작됐습니다. 또 군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조선인민군군사과학교육영화촬영소'와 '조선중앙통신사 콤퓨터강연선전처' 등이 제작한 것입니다.
이 영상들은 군인이나 주민 대상으로 한 '교육용'인데, 북한 당국이 엄중하게 여기는 사회적 문제에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현재 북한이 우려하는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가 담겨 있다 보니, 우리에겐 북한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하고 희귀한 자료들인 것입니다.
MC : 북한 정권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불순녹화물’이라고 한다는데, 도대체 뭐가 불순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안 찬 일: 네, 북한은 자신들이 '불순 녹화물'이라 부르는 '남한 영상'이 북한 주민들에게 퍼지는 것을 한층 더 경계하는 모습이 이번에 다시 확인됐습니다. 과거에도 남한 영상을 본 이들을 본보기 삼아' 반동 문화 사상 배격법'으로 강하게 처벌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영상 중엔 16살 된 고등학생들까지 공개 재판에 세우고 수갑 채운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영상은 적발한 학생들의 얼굴과 실명을 하나하나 공개하며 "나이 어린 학생들이 우리를 녹여보려고 적들이 만들어 들여 보낸 불순 출판선전을 거리낌 없이 보게 된 데는 본인들이 사상 정신적으로 떨떨한 데도 있지만, 부모들과 학교 당 조직과 청년동맹의 일꾼들과 담임 교원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MC : 북한 아이들이 외부 세계의 미디어물에 열광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이런 가운데, 자유물결에 열광하는 건 순전히 그들, 그러니까 피아니스트만의 특권이데 그걸 부모나 정치조직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또 다른 억지라고 봐야죠?
안 찬 일: 맞습니다. 북한의 선전선동물이 최소한 중국 정도만 개방되어 있어도 굳이 그들이 한류열풍에 진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텔레비전에 아무것도 볼 것이 없고 재미가 안 나니 결국 짜릿하고 생동감 넘치는 남조선 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하는 것입니다. 바로 북한 노동당과 김정은 정권이 그렇게 만들어 버린 원흉인데 어린 청소년들에게 수갑이나 채운다고 그것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MC : 이번 영상물의 특징은 북한 군대 내에서도 자유물결이 세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그 내용도 좀 설명해 주시죠.
안 찬 일: 네, 이번에 공개된 북한군을 대상으로 만든 교육 영상에선 북한군들이 남한말투로 문자를 주고받은 실태도 담겨 있습니다. 북한군이 쓴 거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줄임말'과 '외래어'가 자연스럽습니다. 특이한 건 보통 한국에서 ‘문자’라고 부르는 것을 북한에선 ‘통지문’이라고 써 웃음이 나옵니다.
지난 2012년 휴전선 철책을 넘어 탈북한 북한군 출신 정하늘씨는 "소개팅이란 말을 북한에서 이렇게 쓰는 건 처음봤다"며 "외래어를 쓰기 시작한 걸 보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교육 영상은 특히 북한군들이 몰래 휴대전화를 이용해 영상을 반입하는 것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습니다.
영상은 " 군인들이 비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 손전화기로 행사 비밀, 군사 비밀에 속하는 내용들을 망탕(마구잡이로) 말하고 불순녹음녹화물을 구입, 시청, 보관하고 유포시키며 이 과정에 오염된 괴뢰(남한) 말투로 통보문(문자메시지)까지 주고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니, 군인들이 사회 손전화기를 이용하는 그 자체가 이적 행위의 요소, 범죄의 온상이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 확산을 '생사의 문제'로 보고 막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의 위기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MC : 그렇다면, 현재 북한군 병사들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안 찬 일: 네, 현재 북한군에는 대대장 이상에게 당국이 핸드폰을 지급하였는데 간혹 부모가 돈이 많은 경우 핸드폰을 사서 보내주면 부대안에서 병사들이 나눠가며 사용한다고 합니다. 북한군에 핸드폰이 유행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돈이 가져다 준 위력이라고 보아야죠. 북한 사회도, 또 군대도 이젠 돈만 있으면 핸드폰도 생기고, 술도 생기고, 여자도 건드리는 자유주의가 횡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MC :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북한 정권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으로 보이십니까?
안 찬 일: 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로 막을 수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김정일 정권이 한류열풍을 차단할 장애벽은 이미 무너진지 오랩니다. 10대 청소년 몇 십명을 수갑채워 잡아 가둘수는 있어도 수 십만 명 청소년들의 남쪽을 향한 시선과 사고를 억누를 힘은 없습니다.
MC : 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 찬 일: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데스크: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