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지뢰 매설, 평양정권의 패착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05.23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지뢰 매설, 평양정권의 패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지난 1월 김정은 총비서가 두 개 조선 정책을 선언하더니 뒤이어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이 철거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 당국은 북한 애국가에서 삼천리 금수강산마저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북한군이 최전선에서 수 천명의 군인들을 동원해 온통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지뢰 매설로 물리적 분단을 공고화 하는 평양정권의 패착” 이란 주제를 갖고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안 박사님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북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안에서 9년간이나 군복무 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의 지뢰매설의 배경을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지뢰는 참 무서운 것입니다. 사실상 1945년 8.15 해방이 되고 38선이 그어지면서 한반도는 두 동강이 났지만 그때까지 전선에 지뢰가 매설되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6.25 남침전쟁으로 3년 동안의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다시 휴전 상태에 돌입하면서 휴전선은 지뢰밭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북한군은 비무장지대 전체를 거의 지뢰로 막아 버리는 물리적 분단을 공고화하였습니다. 저는 9년 동안 군복구하며 지뢰를 밟거나 지뢰가 터져 간접적으로 다리가 날아가거나 눈이 멀고 배가 터지는 군인들을 무수하게 보아와 지뢰의 공포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하였습니다. 또 지뢰밭은 건너 대한민국으로 탈북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천만다행으로 지뢰를 밟지 않아 목숨을 건지는 행운도 따랐습니다.

 

MC :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군이 다시 중장비와 수 천명의 군인들을 동원해 다시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는데, 왜들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안찬일: 대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김정은 총비서의 두 개 국가론 선포에 이어 이제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만들어 영구분단 체제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조국통일을 외치던 자들이 이제는 선진국가로 변하는 대한민국이 두려워 지뢰밭으로 만리장성을 쌓고 저들끼리 석어빠진 사회주의 두루마기를 걸치고 거지처럼 연명하겠다니 이 얼마나 가소로운 일입니까. 북한의 모든 인민들은 한국의 노래와 영화에 열광하고 특히 북한 신세대들은 한류열풍에 조국통일을 외치는데 평양 정권의 집권세력은 나라를 다시 쪼개겠다고 궁색을 떨고 있으니 그 역사적 죄악을 어떻게 씻으려는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MC : 그렇다면, 북한의 지뢰매설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이 된 건가요?

 

안찬일: 네, 원래 비무장지대는 완충지대로 가장 긴장이 적은 지역이어서 문자 그대로 비무장지대로 선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동안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로 변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동서로 248km에 달하는 휴전선(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에 지뢰 매설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병력 수천 명과 굴착기 등 중장비까지 비무장지대(DMZ)에 대거 투입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요 축선(軸線·남북이 공격 및 방어 작전을 수행할 때 쓰는 휴전선 일대 접근 통로)을 중심으로 지뢰를 매설하는 것은 물론 철조망, 신규 감시초소(GP) 등 각종 구조물까지 설치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휴전선 일대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런 조치가 이뤄지는 건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서 모두 한반도를 물리적으로 영구분단 시키려는 평양 정권의 망상에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MC : 북한의 지뢰매설 작업이 어디 어디에서 이뤄졌는지 지역별 설명도 가능할까요?

 

안찬일: 네. 북한군은 지난 4월부터 하루에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 병력을 휴전선 일대에 투입해 지뢰를 매설하고 있는데, 매설 지역은 강원도 고성 일대 등을 접한 동해안 축선부터 철원·경기 연천 등에 접한 중부전선 축선의 북측 지역에 많은 지뢰를 매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뢰 매설 범위를 서부전선 축선 즉 개성 남측 지역까지 확대해 사실상 6·25전쟁 때 형성된 전 전선에 걸쳐 전방위로 지뢰 매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DMZ 내 경의선 육로 등에 지뢰를 매설한 바 있습니다.

 

MC : 이런 지뢰매설은 모두 평양정권의 한반도 영구분단론에 따른 집행조치라는 분석인데요. 김정은 총비서는 이와 관련해 뭐라고 했나요?

 

안찬일: 네, 올해 1월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접경 지역의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전 전선에 걸쳐 지뢰를 매설하는 건,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남북 간 눈에 보이는 국경선을 만드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휴전선은 분단선이 아니라 국경선으로 만들라는 평양 정권의 망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남북 간 유일한 연결 육로인 DMZ 내 경의선(서부)과 금강산으로 통하던 남북 연결 육로인 동해선(동부)에 지뢰를 매설한 바 있습니다. 또 남북이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해 개설한 DMZ 내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강원 철원·중부) 북측 구간에도 일제히 지뢰를 매설했습니다. 남북 교류·화해의 상징 격인 도로를 우선 택해 집중적으로 지뢰를 묻으며 사실상 관계 단절을 선포한 것으로, 북한은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당시 지뢰를 매설하지 않았던 구간에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지뢰를 촘촘히 매설하고 있습니다.

 

MC : 결국, 이러한 북한의 조치는, 북한 정권이 더 이상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안 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이제 남북 관계에 대한 ‘완전 단절’ 조치에 나선 평양정권이 오늘은 지뢰밭을 넓혀가고 있지만 내일은 비무장지대에 ‘대수로’를 파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미 정보당국 감시 자산에 수시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한-미에 보란 듯 노골적으로 관련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소식통은 “DMZ 내 특정 지역에 한 번에 북한군 수천 명이 투입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한미 군 당국은 관련 동향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6·25전쟁 당시 서부·중부·동부에 걸쳐 형성된 사실상 전 전선에 걸쳐 지뢰를 매설하는 건 남북 관계를 6·25전쟁 또는 정전협정 직후 벼랑 끝 대치 중이던 당시로 되돌리겠단 의미인 것으로 보입니다.

 

MC : 끝으로, 이렇게 지뢰매설로 인해 피해를 많이 본 나라로는 어디 어디가 있을까요?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과거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르완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나라들에서 지뢰 제거작업은 엄청난 재앙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지뢰를 가지고 놀다가 목숨을 잃고 어른들이 다리가 잘라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MC: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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