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 수백 명이 짜내는 막말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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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엘리트 수백 명이 짜내는 막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4일자 신문 2면 상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남조선 당국의 묵인 하에 탈북자 쓰레기들이 반공화국 적대행위 감행'을 게재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소개한 노동신문 2면.
/연합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 선전선동 매체들에서는 막말이 예사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언론은 표준말에다가 지극히 도적인 언사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라고 할 때 북한의 언론은 말 그대로 선전선동 수단이지 진정한 미디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특히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북한 언론들의 표현은 도를 벗어난 지 오래이며, 최근에는 북한의 2인자 김여정 부부장까지 직접 나서 막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여 오늘은 ‘북한 엘리트 수백 명이 짜내는 막말, 정말 조잡하기 짝이 없다’ 이런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근래 북한 언론들이 쏟아낸 막말을 실례로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안찬일: 네, 얼마 전인 지난달 30일 북한의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여정은 한국의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며 비난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비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유엔 결의 위반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로 빗대 조롱한 것입니다.
북한의 기상천외한 ‘막말’은 때로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정밀 포착했다”는 남측을 향해서는 “희떠운(말이나 행동이 분에 넘치며 버릇이 없다) 소리”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국제적 예의나 의전은 안주에도 없이 그저 제멋대로 쌍욕을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2: 북한의 막말은 미국의 지도자나 일본 지도자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고 있지 않지요?

안찬일: 미국과 일본 지도자들도 북한 막말의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려잡아야 할 미치광이”, 아베 전 총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사무라이 후예”란 모욕을 들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과거 미국 대통령 오바마에 대해서는 ‘원숭이’이란 표현까지 사용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었습니다. 마치 큰 나라 지도자를 모욕하는 것을 그 무슨 자랑거리로 여기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논리가 없으면 쌍욕이 나온다”는 진리를 북한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3: 역시 북한은 선전선동의 나라군요. 문제는 이런 막말을 누가 생산해 내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북한에서 이런 막말 생산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지요?

안찬일: 네 있습니다. 북한의 각 기관에는 글을 쓰는 전문 부서가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막말은 대외 메시지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가 작성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통 일전선부는 주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메시지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인데, 선전선동부는 기본적으로 북한 대내 선전 담당 부서다. 하지만 북한 내 2인자인 김여정에겐 소속이나 직함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 외교정책의 본산인 외무성엔 글쓰기 전문 부서 ‘9국’이 있습니다. 20명 내외 인력이 외무성 이름으로 발표하는 성명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군 관련 성명은 북한군 내부 정찰총국 산하 전략 기획 담당 부서가 맡고 있는데, 인력만 10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입니다. 김 위원장의 발표 승인을 북한에선 ‘방침’이라고 하는데, 이후 신문·방송을 통해 김여정과 외무상, 총참모장 등의 이름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질문 4: 아 그렇군요. 그러면 그 인력들은 대체 어떤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라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네! 글쓰기 전문 부서엔 문학적 소양을 지닌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나 김형직사범대 작가양성반 출신의 엘리트들이 대거 발탁됩니다. 대학 내 ‘글쓰기 방법’이란 90분짜리 수업에서 교수는 노동신문 기사를 읽어주고 작문 과제를 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수가 ‘한·미 양국이 벌이는 연합 군사 훈련 팀 스피릿(Team Spirit)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한 페이지 분량의 선전문을 쓰는 식입니다. ‘요즘엔 남조선 논밭에 개구리가 일찍 땅에서 나왔다고 한다. 팀 스피릿 훈련에 동원된 탱크가 지나가니 놀라서 뛰어나온 것’이란 참신하고 문학적인 표현을 써내면 우수한 점수를 맞는다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각 부서에 속해 충성 경쟁 식으로 과격하고 기발한 선전 표현을 내면 조직 내에서 승진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게 북한 출신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질문 5: 그러니까 글쓰기 전문가, 아니 이런 ‘글쟁이’들은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한다고 봐야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이런 글쓰기 전문가들은 자기만의 ‘단어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부서가 발표한 성명 중 좋은 표현은 메모해 놓고 더 나은 비유나 은유를 고민하는 것이죠. 또 약 2000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작가동맹 문학 작품도 참조한다고 합니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는 북한 문학 작품의 두 축이 있는데 끊임없이 김씨 일가를 찬양하거나, 미국과 남한이라는 ‘적'을 비하하거나.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일상 언어와 표현도 개발해야 합니다. 북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단어도 수집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대남 성명은 한국 신문과 방송을 통해 흔히 쓰는 표현을 수집해 넣는데, 최근 성명에 등장하는 ‘자해’ ‘자중지란’ ‘차원’이란 단어는 북한에서 쓰지 않는 남한식 표현들입니다. 정책 수위에 맞는 적절한 표현도 써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트럼프를 ‘골목깡패’ ‘미친개’로 비난하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선 ‘미 집권자’라 표현하며 순발력 있게 분위기 완화를 추구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들은 한 마디로 노동당의 입으로써 역할을 하는 일종의 ‘막말 작전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6: 북한의 이런 언어의 막말은 시기와 정세에 따라 ‘조령모개’식 즉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친다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봐야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언어 표현의 순화를 적용합니다. 지난 2018년 우리 한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는 대통령 각하라고 호칭해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래웠습니다. 그러니까 언어를 말 그대로 선전선동의 무기로 시의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막말은 곧 북한체제야말로 비정상국가라는 것을 널리 광고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선동술은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지만, 그만큼 북한을 비정상국가로 만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먼저 언어 사용에서 막말을 버릴 때 정상국가의 첫 출발을 보게 될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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