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제1비서 신설, 쌍두 수령제의 불길한 징조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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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제1비서 신설, 쌍두 수령제의 불길한 징조 지난 1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모습. 이 대회에서 당 비서로 선출된 조용원(하얀 원)이 당대회 주석단에서 김정은 총비서 바로 오른편(김정은 기준)에 자리하고 서 있다.
Photo: RFA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최근 북한 노동당 규약이 공개되면서 지난 1월에 진행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북한 정치사상 최초로 노동당 제1비서 제가 만들어졌는데, 대관절 제1비서란 무슨 일을 하는 직책인가? 왜 북한 노동당이 현시점에서 제1비서 제를 만들었는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기는 매우 어렵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분명한 것은 북한의 정치문화는 벌써 쌍두 수령제에 매우 익숙해 있고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안 좋다는 고려에서 북한은 벌써 그 대리인을 임명하지 않았나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해서 오늘은 ‘노동당 제1비서제 신설, 쌍두 수령제의 불길한 징조’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북한 노동당 규약에 전혀 새로운 제1비서 제가 신설된 것과 관련해 북한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 이런 조항이 신설된 것입니까?

안찬일: 정확히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신설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당 규약에 제1비서 제를 신설하고도 그 자리에 어느 누구도 임명했다는 보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들은 현재 노동당 내에서 2인자 역할을 하는 조용원 조직비서가 제1비서를 겸한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분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언론들은 조용원을 조직비서라고 콕 집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가 제1비서에 임명됐다면 그렇게 보도하지 숨길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즉 북한은 제1비서 제를 당분간 비워두고, 또 그 제도 신설 자체를 숨겨오다 이번에 신규 당규약 입수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질문 2: 아 그러니까 북한 당국은 아직 이 노동당 규약 즉 제1비서 신설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거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제1비서 신설이 지난 1월 당 제8차 대회에서 이뤄졌는데 아직 북한 내부는 물론 나라 밖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아주 최근 그러니까 5개월이 지나서 한국의 통일부와 소식통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신규 규약에 보면 제26조가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 이 얼마나 중요한 대목입니까? 그런데 그걸 비공개로 한다는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즉 북한은 쌍두 수령제를 만들어 놓고 쉬쉬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질문 3: 우리의 관심사는 과연 이 자리가 왜 생겨났으며, 또 누가 제1비서에 임명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안 박사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안찬일: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은 이미 2대 세습인 김정일 시대부터 쌍두 수령제 정치문화에 대단히 익숙된 체제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최초의 일이라 북한 인민들이 속아주고 따라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징조는 무척 불길해 보입니다. 김일성은 1972년 환갑을 지낸 후 본격적인 쌍두 수령제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김정일의 나이 겨우 30이었고, 현재 김정은의 나이 겨우 37살입니다. 그런데 왜 후계자나 대리인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그의 건강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싶지만, 또 하나 더 그에게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북한 권력은 2대 세습 때부터 작동 능력을 상실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은 노동당 간부들에게 기만당하고 인민들로부터 배신당했습니다. 그걸 모르는 김정은이 지난 2009년 3대 ‘수령’에 책봉되었습니다. 원래 수령제는 유일적 지도자라기보다 복수의 리더 개념입니다. 러시아 육군 대장 출신이며 유명한 철학자 내지 역사학자인 드미트리 볼코고노프는 일찍이 ‘크렘린의 수령들’(1996년 초판)이라는 책에서 그와 같은 철학을 전개하였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총 7명의 수령들이 존재하였다는 것입니다. 레닌에서 스탈린, 흐루시초프,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 고르바초프가 그들로 소련의 수령들은 유일 지배가 아닌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상징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소련의 수령들에게 개인 숭배는 스탈린 이후 금기사항이었고 세습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질문 4: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김씨 왕조의 유지를 위해 수령제가 왜곡되고 심히 굴절되었다는 말씀인가요?

안찬일: 바로 그 점입니다. 북한은 1945년 고스란히 소련식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하였고 적어도 1967년 유일사상 체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노동당의 집단지도체제를 고수함에서 명분만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김정일이 노동당에 둥지를 틀면서 북한 사회주의는 봉건주의로 타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북한은 하나의 당에 수령이 두 명인 쌍두체제로 줄달음치기 시작하더니 결국 3대 세습을 선택하고 사회주의 종말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당 규약에 새로 삽입한 제 1 비서 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과도기 시기 잠깐 도입했던 임시직제였는데 그런데 그걸 아예 신규 당규약에 버젓이 집어 넣은걸 보면 아예 4대 세습을 공식화 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질문 5: 일각에서는 현 조용원 조직비서가 제1비서에 임명된 건 아니냐고들 하는데 거기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어떤 언론들은 제1비서는 현재 조용원이라고 보도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 권력은 혈통 계승을 떠나 재생산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조용원은 분명 조직 비서로 호칭되고 있습니다. 조직비서의 권한은 대단합니다. 김일성의 친동생 김영주는 1967년 조직비서에 올라 북한 노동당을 ‘김일성의 당’으로 만든 장본인이고, 그의 제거 후 김정일은 무려 그 자리를 36년간 지키며 북한 노동당을 맑스-레닌주의 당에서 김일성-김정일 주의 당으로 만들었습니다. 노동당 제1비서 자리는 김여정 자리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북한은 아직 제1비서 직책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선출하고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공석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김정은이 그 자리를 자기 혈통이 아닌 자에게 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김여정을 제1비서에 임명한다고 북한 통치력이 강화되고 체제가 안정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북한은 이미 체제 재생산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됐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후계자 그림이나 그리지 말고 북한 인민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경제 되살리기 그림을 그리는 게 현명할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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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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