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80일 전투는 무의미하다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0.10.23
80days.jpg 사진은 북한 평양시와 각 도에서 '80일 전투'를 독려하기 위한 근로단체일꾼과 동맹원들의 연합궐기모임 모습.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5일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습니다. 또한 이 회의에서는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회의에서는 첫째 의정으로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에서 전투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간혹 신세대 학생들은 북한의 노력전투가 진짜 전투인 것처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안찬일: 맞습니다. 북한의 용어는 상당히 전투적 의미를 담고 있어 충분히 혼돈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전투는 말 그대로 ‘노력 전투’로 경제 부문에서 단기간 내에 비약적 성과를 달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절대로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의 전투가 아닙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북한이 생산 분야에서 전투란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 역사에 대해서도 잠깐 짚고 넘어가시죠.

안찬일: 북한이 평소에도 ‘모내기 전투’ 풀베기 전투‘등 상당히 격한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것은 결국 전체주의 체제의 생산독려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25 남침 전쟁을 통해 남조선 해방은 커녕 북한 전체를 잃을 뻔한 북한 인민들에게 ’전투‘의 의미는 크며, 심지어 상당한 트라우마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일 전투‘니 ’70일 전투‘니 하는 용어는 김정일 시대 태동과 맥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김정일은 후계자로의 지명을 앞둔 1971년 <100일 전투>를 발기하게 되는데 이것은 노동당이 제시한 인민 경제계획이 미완성될 것 같자 발기하게 된 첫 전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뒤부터 오늘의 80일 전투까지 북한은 총 13세 번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질문 3: 이번 80일 전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요?

안찬일: 사실 오늘날 북한은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습니다. 장기적인 대북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태풍 피해까지 겹치는 삼중고 속에서 내년 당 8차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기도 쉽지 않자 초고속 성과를 내기 위해 다시 한번 '80일전투'라는 노력동원운동을 추진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꼭 이렇게 어떤 계기를 만들어 노력전투를 발기하여 왔습니다.
이를 노동당 정치국은 "전당, 전국, 전민을 80일 전투에 총궐기시키기 위하여 전투적 구호를 제정하고 전당의 당 조직들과 당원들에게 당 중앙위원회 편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국 회의에서는 "당 제8차 대회까지는 80여 일 남아있다"며 "남은 기간은 올해 연말 전투기간인 동시에 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마지막 계선인 만큼 전당적, 전 국가적으로 다시 한번 총돌격전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회의에서는 "80일 전투의 기본목적과 전투기간 견지할 주요원칙, 이 기간에 수행하여야 할 부문별 목표들을 제시했으며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방도들을 심도 있게 연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덧붙였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은 내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계획을 이미 밝혔습니다.

질문 4: 그런데 북한은 곧이어 내각 전원회의를 열고 80일전투를 잘 진행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는데 이건 또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요?

안찬일: 사실 북한의 내각은 노동당의 정책을 실천하는 경제집행기관입니다. 경제발전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은 내각의 임무인데, 그래서 북한은 간혹 내각 총리를 경제총사령관이라고 호칭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이 경제총사령관의 권한과 힘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가 항상 말밥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총사령관이 가진 권한은 전무하고 책임만 따르다보니 당 최고 책임자는 한 번도 안 바뀌고 내각 총리만 자주 바꾼다는 것이죠.
지난 10월 5일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80일 전투가 발기되자 곧이어 10월 19일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진행되였습니다. 회의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내각 총리인 김덕훈을 비롯한 내각성원들이 참가하였습니다. 또 내각직속기관 책임일군들, 도,시,군 인민위원회 위원장들, 도농촌경리위원회 위원장들, 시,군 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들, 주요 공장, 기업소 지배인들이 방청으로 참가하였는데 회의는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되였습니다.
회의에서는 《3.4분기 인민경제계획 수행정형 총화와 80일전투를 힘있게 벌려 당 제8차대회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로력적 성과로 맞이할 데 대하여》를 토의하였습니다.
회의에서는 토론들이 진행되였는데, 토론자들은 주체혁명위업을 승리와 영광의 한길로 확신성 있게 향도하는 당에 대한 인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심이 더욱 승화되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위한 자력갱생 대진군이 힘차게 벌어지는 격동의 시기에 온 나라 전체 인민이 조선로동당창건 75돐을 성대히 경축한데 대하여 언급하였습니다.

질문 5: 아니 가만히 들어보니 내각 전원회의가 경제집행 기관의 회의 같지 않아 보이는데 그래 가지고 80일전투가 예정했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안찬일: 바로 그 점입니다. 적어도 80일전투를 벌이려면, 나머지 기간 동안 어떤 부문에 얼마만큼의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여 어떤 성과를 거두자는 회의로 되어야 할 내각 전원 회의가 정치적 구호나 남발하고 있으니 이래서 80일 전투는 실제 경제전투라기보다 ‘정치행위’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내각은 현재 평양 종합병원 하나 제대로 건설할 여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현재 북한의 국영기업은 30%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각은 노동당이 제시한 80일 전투를 앵무새처럼 따라 외치고 있으니 그게 무슨 전투냐 말입니다.
적어도 북한은 전투 타령 이제 그만두고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어떻게 낡은 경제방식을 개혁하고 폐쇄적인 북한 경제를 국제사회에 개방할 대안을 지금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 실제로 북한의 경제방식이 하루빨리 바뀌기를 학수고대해 보겠습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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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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