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인권, 우리는? (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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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_love_b 탈북자 출신 김규민 감독의 북한인권 고발 신작 영화 ‘사랑의 선물’ 촬영의 한 장면.
RFA '코리아 뷰파인더' 캡쳐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올해도 남한에선 6 25일을 즈음해 많은 행사들이 열렸는데요. 종로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선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가 상영되고 감독과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북한홀로코스트 박물관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인데요. 6.25 전쟁 71주년에 다시 돌아보는 북한 인권,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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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현장음 - 영화) 이것 때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 나가서 말하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 아니 근데, 요즘 왠만한 집들은 보위부에서 도청장치를 다 했다던데.. ‘! 효심아! 오늘 엄마가 한 말~~

 

625, 서울 종로의 한 갤러리에서 영화, ‘사랑의 선물이 상영됩니다. 영화를 만든 김규민 감독은 남한에서 탈북민1호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고난의 행군시절 황해도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인서트2: (영화 중) 그럼 어떻게 해요. 그럼 어떻게 하냐고요! 배급 끊긴 지가 몇 년이나 됐어요. 그나마 직장에서 찔끔찔끔 나눠주던 식량 안 준지 1년이 넘었고요. 제가 뭘 어떻게 할까요? 지금까지 언니네, 동생네, 안 가본 친척네가 없어요. 이제 제가 가면 문도 안 열어 준다고요~

 

이 영화는 상이군인 남편과 사랑하는 딸을 위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한 여인의 고달픈 삶을 담았습니다.

 

인서트3: (김규민 감독) 군에서 장애를 입고 제대한 상이군인과 딸을 책임져야 하는 거죠. 국가에서 식량을 안주다 보니까 여자가 어쩔 수 없이남편은 아프지 먹여 살려야 하니까어쩔 수 없이 최악의 길이지만 가족을 위해서 몸까지 팔면서 살아가는 한 여성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 밖에 그런 이야기다, 그렇게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살아 남기 위해 뭐든지 해야만 했던 시기’.. 그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김규민 감독에겐 고난의 행군이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2000년 탈북한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북한 실상을 고발합니다. 2008년 영화 크로싱의 조연출로 시작해, 2011년 가난과 배고픔으로 인한 모자의 비극을 담은 장편영화 겨울나비를 시작으로 2019년 내놓은 그의 두번째 장편 영화가 바로 사랑의 선물입니다. ‘사랑의 선물은 국제 영화계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해외에서 먼저 알려졌습니다. 영국 런던 독립 영화제, 퀸즈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요.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 상영도 됐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날 상영회는 작은 규모였지만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 자리에 모여 모두들 숨죽인 채 영화에 집중했습니다.  

 

인서트4: (현장음 - 영화) 저 집은 사람 먹을 것도 없다면서 쥐 먹을 건 있나 봐. 부부가 다 쥐약을 사 가네. / 상이군인이니까 특별히 배급 주겠지. / 하긴.. 나라 지키다 병신됐는데, 그 정도는 해주겠지.. / 소정아. 미안해. 당신을 그런 지경까지 가게 한 나를 용서해줘. 내가 죽는 길만이 당신과 효심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기에 먼저 가~

 

당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 높았던 상이군인 남편은, 부인 소정이 자신의 약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불법 성매매소까지 가야했던 진실을 알게 되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쪽지에 적어 놓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인서트5: (영화 중 - 딸 효정의 노래)

 

딸 효정의 노래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소유물을 빼앗아 자신의 출세만을 꿈꾸는 북한 관리들의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부정 부패한 북한 정권의 모습 그리고 부모를 잃은 아이의 담담한 노랫소리에 관람객들은 미동도 없이 모두 침묵합니다.  

 

잠시 후 관계자가 조용한 침묵을 깨는데요.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설명과 함께 김규민 감독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 그 시작을 알립니다. 관람객들 앞에 선 김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침묵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내네요.

 

인서트6: (현장음) 반갑습니다. 영화감독 김규민입니다. 이런 자리에 왔을 때마다 제일 하고 싶은 말이 재미있게 봤습니까.. 하고 물어보는 건데 그런 게 불가능해서.. 언젠가는 빨리 통일이 돼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감독은 영화에 대한 소개와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 모두 찬찬히 들려주는데요. 김규민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요?

 

인서트7: (김규민) 이 땅에서 살아보니까 ~ 내가 살았던 저 땅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어쩌면 인간세상에서 존재하지 말았어야 될 일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사람을 만나면) 얘기를 하잖아요. 말로 하게 되면 그냥 그런 일이 있었는가하고 끝이에요. 여러분들도 누구랑 이야기하고 돌아가서, 3~4일 지나면 내가 그날 그 사람하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정확히 다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대부분이 무슨 내용으로 얘기를 했지.. 하고 끝이에요. 북한인권에 관한 이야기들도 똑같거든요. 제가 예전에 강의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도 뚱뚱하지만 그때도 뚱뚱했거든요. (웃음) 그런데 당신이 (북한) 얘기하니까 실감이 안 간대요. ‘왜요?’ 하니까 북한사람 같지 않다는 거에요. 그래서 북한놈은 다 말라야 되냐라고 했는데 그만큼 사람들은 이야기할 때 감흥을 느끼는 것이 굉장히 짧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이런 영화가 나왔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굉장히 궁금했어요.

 

김규민 감독의 영화를 본 남한 사람들은 배고픔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놀랐고 죄없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현실이라 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영화의 내용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보다 완곡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합니다.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등급심사가 걸림돌이 됐다고 하는데요. 선정성이나 폭력성, 공포스러움 등 7가지 기준으로 전체관람가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12세 이상 관람 등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고난의 행군’은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등급을 넘어버린 비극이었다는 겁니다.

 

인서트8: (김규민) 북한에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려니까 등급 심사에 다 걸려버리는 거에요. 방법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영화제작) 할 때마다 수위를 낮춰서 (진행)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싫어요.

 

-Closing-

김규민 감독은 북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인권이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영화가 시작할 때 실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자막을 넣었음에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 맞냐고 묻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그때마다 김 감독은 말합니다. 이게 현실이라고.

 

마음을 터놓은 김규민 감독의 이야기에 관람객들의 마음과 입도 열렸습니다. 가식 없는 질문과 솔직한 답변이 오간 자리, 다음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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