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 (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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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 (2) 영어특화 충남 천안의 청수도서관에서 시민들이 공부에 몰입하고 있다.
연합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너스레도 잘 떨고 편안하게 말을 잘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있거나 여럿이 모여 있으면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전문가를 찾아 발성과 발음 등 말하기 수업을 받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의견 등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은 예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영어로 말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서툰 영어이지만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향해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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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현장음) Welcome to 14 English speech contest. We start~~

 

2015년부터 시작된, 탈북민만 참가할 수 있는 영어말하기대회! 이번이14번째 대회입니다. ‘I’m from North Korea – 나는 북한에서 왔습니다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영어로 말해야 하죠. 주어진 시간은 10! 참가자 8명은 제한 시간 안에 전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합니다.

 

인서트2: (현장음) Each speaker has up 10minutes. And practice~

 

10분을 넘기면 감점이 되기에 참가자들은 자신이 말하려는 내용을 수십 번, 수백 번씩 연습하고 암기합니다. 적어도 2-3달 동안 대회준비를 해야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서 몇 번의 도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의 이정철 씨도 이번 영어말하기대회가 네번째 참가입니다.

 

인서트3: (이정철) 이런 스피치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영어 공부 엄청 많이 하게 되거든요. 처음 (대회를) 알게 된 것이 2015년도였어요. 그때는 제가 대학생이었고 그때부터 쭉 참가해 왔거든요. 지금은 직장인 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참여해 왔습니다. 저한테는 도전이었어요. 이왕 한 거 한 번 더 참여해서 저번보다는 좀 더 나은 성적을 거두자, 최소한 내가 얘기하고 끝났을 때 내가 느끼는 만족감? 그걸 좀 더 많이 느끼자 이런 게 목표였어요. 그렇게 계속 참여하다보니까 이번에 네번째 (참가)했네요. 사실 참여할 때마다 1등을 하는 친구들 보면서 ~ 나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좀 더 잘 할걸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계속 도전을 하다 보니까 이번에 원했던 결과가 나온 거 같아요.

 

정철 씨가 2015년도에 처음 영어말하기대회에 참가했을 때, 당시 참가자 중 꼴등을 했답니다. 등수에 대한 아쉬움도 컸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고 하는데요. 이번 대회에서는 후회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했습니다. 덕분에 정철 씨는 네 번의 도전 끝에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인서트4: (이정철) 내가 처음에 참여했을 때 1등을 했다면 이 정도의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 꼴등도 하고 3등도 했다가 다시 순위가 낮아지고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좀 더 열심히 하자, 최소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자이런 걸 계속 곱씹었어요. 그 끝에 이번에 1등을 한 거라서.. 거창하게 얘기하면 안 되겠지만 실패를 좀 맛본 이후에 제가 목표했던 걸 이번에 이렇기 때문에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정철 씨는 영어말하기대회를 경험하면서 얻은 것이 더 많다고 합니다. 다른 탈북민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하기도 하고 자신과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인서트5: (이정철) 처음에는 제 얘기하는 거를 좀 꺼렸어요. 유쾌한 기억도 아니고 유쾌한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그 아팠던 과거에 대해서 제가 다시 되짚어봐야 되고 이래서 좀 유쾌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좀 그냥 좀 일반적인 얘기들 내가 한국에서 어떤 점이 좋고 내 대학생활은 어떻고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저에 대해 얘기하는 거에 대해서 좀 그냥 거리낌, 이런 게 없어졌어요. 내가 어떤 삶을 사는 게 중요한 거지, 내 아팠던 과거에 대해 얘기 한다고 해가지고 누가 날 깔보지도 않고 업신여겨 보지도 않을 텐데 그냥 내 자신에 대해서 당당해지자.. 나는 그냥 뭐 내가 정말 경험했던 걸 얘기하는 거고 그걸 당신이 어떻게 판단하든 간에 그거는 당신의 자유고(웃음) 대담해졌다 할까, 아니면 내 과거에 대해서 더 이상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할까 그런 것 같아요

 

부족한 영어실력이지만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스스로도 발전된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정철 씨의 마음은 몇배로 기쁘다고 하는데요. 네 번의 도전 끝에 수상한 1등이 한편으로는 아쉽기만 합니다. 1등 수상자는 더 이상 대회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등부터는 다음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준비하는 기간이 쉽지 않지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 탈북민에 대해 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재 도전을 하는데요. 김명희 씨가 그렇습니다. 1998년에 탈북한 명희 씨는 북송과 재탈북을 경험하면서 10년 만인 2008년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지병으로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있고 지금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영어말하기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는 명희 씨 입니다.

 

인서트6: (김명희) 이번에는 두 번째로 참여를 하는 건데요. 참여한 계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제가 북한에 두 번 북송되면서 감기를 치료를 하지 못한 채 감옥 생활을 하면서 폐렴을 정말 심하게 앓아서 그때 탈북을 바로 하지 못했으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였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재발을 하면서 폐가 안 좋아졌던 거였더라고요. 그런 것도 있었고 그리고 지금 최근에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대대적으로 다시 이렇게 북송하고 이런 상황이 진행되고 있고 중국에서 북한 여성들 데리고 사는 남성들한테 벌금도 주고 여성들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게끔 하고.. 이런 상황들을 북한이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 이게 정말 한 사람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저의 북송됐을 때의 인권침해 이런 거에 대해서 좀 알리는 내용을 써야겠다라고 해서 이번에 영어 스피치에 참여하게 됐어요.

 

탈북, 그리고 인신매매와 원치 않았던 결혼까지. 많은 북한 여성이 경험했던 일들인데요. 명희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살이었던 명희 씨는 10년 만인 29살에 한국땅을 밟았습니다. 지병이 된 폐렴도 치료하고 30살의 나이에 대학진학도 했습니다. 자립을 위해 직장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워야겠다는 꿈이 생겼기에 명희 씨는 돈 버는 일보다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서트7: (김명희) 제가 컴퓨터를 배우려고 복지관에 갔는데 70, 80되신 어르신들이 와서 영어 공부 하시고 화상 통화한 화상통화하는 거 배우시고 막 사진 올리고 편집하고 이런 거 배우시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 사회는 이런 사회구나. 내가 배워야 되는구나. 그래야 살아남을 수가 있고 그래야 내가 진짜 제대로 된 내 인생을 살 수가 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돈이 없으면 많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돈보다 더 좋은 가치가 배움이고 그 배움을 통해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나한테 이익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누군가의 삶을 통해 꿈과 신념이 생깁니다. 명희 씨는 자신의 삶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세상에 알렸고 자신과 같은 탈북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인서트8: (김명희)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됐다는 부분이랑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부분이 굉장히 큰 장점이었던 것 같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이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딱 주어져가지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10분 안에 한다는 게 좀 너무 아쉬웠던 것 같아요.

 

-Closing-

그래서 명희 씨는 다음 영어말하기대회에도 참가할까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으니까요. 명희 씨 뿐 아니라 많은 탈북민들이 영어말하기대회를 통해 북한 정부와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북한의 인권과 실태, 탈북민의 정체성과 역할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북쪽에 있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의 목소리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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