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10-20
Share
classroom.jpg 19일 오전 광주 북구 신용초등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그리고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이런 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줄여서 ‘소확행’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개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의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작지만 좋은 것’을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루키는 소설에서 ‘소확행’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서랍 안에 가지런히 개켜진 속옷, 일을 끝낸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리고 새로 산 하얀 와이셔츠 입기….

 

행복은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은 아니겠죠.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것에서 소확행을 느끼고 계십니까?

 

의정부에 있는 탈북민 대안학교 ‘한꿈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코로나 비루스로 몇 달 만에 다시 열린 학교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한꿈학교 이야기,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인서트1: (현장음) 걸어서 가요. 동현아, 용민아. 저쪽 가서~

 

오랜 온라인 수업 끝에 다시 열린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들리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갑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 충분히 감사하지만

원족(소풍)도, 체험학습도 한번도 못 한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답니다.

 

인서트2: (권순란) 안녕하세요. 저는 한꿈 고등반 담임을 맡고 있는 권순란입니다. 코로나19때문에 모든 체험활동이나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우리 아이들이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고 활동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자치활동을 제안하게 됐고 그 활동으로 체험활동을 오늘 나가게 됐습니다. / (리포터) 다른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 (권순란) 일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라서 다 만족해 하셨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려고 의견을 내주시기도 해서 다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런 선생님들의 마음이 모여 준비된 반별 자치 모임은 각 반별로 다르게 준비했습니다.

한국어 반은 학교 근처에 있는 뒷동산에 가서 게임도 하고

다 함께 모여 햄버거를 먹는다는데요. 박일동 선생의 말입니다.

 

인서트3: (박일동) (교실이) 지하이다 보니 밖에 날씨가 좋은지, 비가 오는지.. 그런 걸 모르고 (학교생활을) 하니까.. 아이들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그런 곳에서 공부를 하면 좋겠다… 그게 저의 소원입니다.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여기(학교)에만 계속 있으니까 너무 힘들어해서 저희는 산으로 가서 아이들 스트레스도 날리고 즐겁게 놀려고 합니다.

 

작은 규모의 한꿈학교는 한 상가건물 지하에 위치해있습니다.

그래서 박일동 선생님은 평범한 낮의 햇빛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거죠.

아이들보다 더 설레는 박 선생님의 모습에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인서트 4 : (현장음)자! 그럼 출발할까요?

 

중학교 반도 서둘러 수업을 마치고 반 별 자치 모임을 하기 위해 교실을 나서는데요.

학생들은 갑자기 나가자는 선생님의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네요.

가장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서는 김혜진 씨.

지난 6월부터 한꿈학교에 다닌다고 하는데요. 잠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인서트5: (리포터) 아직 수업이 끝날 시간이 아닌데 다들 가방을 들고 나오고 있어요. 어디 가세요? / (김혜진) 야외 활동 간다고 해서 지금 가고 있어요. 나가서 새로운 것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체험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북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혜진 씨는

한국에 와서 35살, 뒤늦은 나이에 중학교 과정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많게는 20살 어린 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늦깎이 학생인 거죠.

게다가 코로나비루스로 원격 수업이 진행되는 시기에 혜진 씨가 한꿈학교에 입학했기에

같은 반 친구들을 인터넷 상으로 화면을 통해 먼저 만났습니다.

대면 수업이 가능해지면서 교실에서 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함께 한 시간이 부족했기에 아직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낯설기만 합니다.

반 친구들은 모두 다 교실 밖으로 나간 상태.

혜진 씨를 계속 잡고 긴 얘기를 나눌 순 없었는데요.

혜진 씨가 오히려 저에게 반별 자치 모임에서 뭘 하냐고 묻네요.

중학교 반, 황기 담임 선생님의 말입니다.

 

인서트6: (황기) 그냥 공원에서 산책 좀 하다가 맛있는 걸 먹고 집으로 가는 거죠. 길게 가기가 힘들어요. 원래는 영화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많이 모이면 안 되니까 그냥 이야기 좀 하다가 서로 좀 알아가고 맛있는 것 먹고 기분 좋게 헤어지려고 해요. 학교생활이 답답했는데 즐겁게 지내면서 서로 더 알아가고 일상에서 벗어나서 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싶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음식점, 뷔페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코로나비루스가 종식된 단계가 아니기에

장소는 실내 대신 야외로 잡고 음식도 포장하는 것으로 대체합니다.

긴 시간을 여럿이 모여있는 것도 조심스럽기에 서둘러 이동하고 교장선생님은 배웅을 해주네요.

 

인서트7: (현장음) 자! 이제 갑시다~ / 재미있게 놀아요. / 네. / 좋은 시간 되세요. / 교장선생님. 가보겠습니다~

 

한국어반, 초등반, 중등반... 이렇게 차례대로 반 별 자치 모임을 떠나고

이제 학교엔 고등반 학생들이 남았네요.

고등반 교실에선 쉬는 시간에 학교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찾느라 권순란 선생님이 분주합니다.

 

인서트8: (현장음) 소영! / 우리.. 모이래. / 빨리! 교실에 있어. 이제 선생님이랑 같이 움직이자. 미션지 들고 볼펜 챙기고~

 

뭔가를 해내야 하는 임무가 적힌 종이를 미션지라고 하는데요.

고등반 자치모임엔 미션지와 볼펜이 필요하답니다.

인서트8: (권순란) 저번 주에 추석이 있었고요. 10월 9일 한글날이 있기 때문에 추석 명절과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싶었어요. 저희 한꿈반 학생들은 중도입국자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한국의 문화와 한글날의 의미를 되살려 주고 싶어서 이런 취지로 자치활동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공부와 놀이를 같이 준비한 자치활동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리포터) 어디로 가서 뭘 하실 거에요? / (권순란) 조금 위험스럽긴 하지만 실내 공간보다는 야외를 선택하게 됐고 한국문화를 체험시켜주고 싶어서 시장이라는 공간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나가는 곳은 의정부 제일시장이고요. 그 공간에서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Closing-

시장에서 할 수 있는 문화 체험은 뭘까요?

그러고보니 고등반 친구들은 손에 다들 종이 한 장씩을 들고 있네요.

아마도 시장에 가서 해야 할 임무가 적힌 미션지가 아닐까 싶은데…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