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더하기 1

서울-박소연 xallsl@rfa.org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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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더하기 1 서울시 용산구 용산공고에서 2017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 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자존감 더하기 1

 

박소연 : 해연 씨. 안녕하세요?

이해연 : 안녕하세요.

박소연 :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

이해연 : 네, 지난주에는 자격증 따느라 많이 바빴습니다.

박소연 : 시험은 잘 치르셨나요?

이해연 : 네, 잘 봤습니다.

박소연 : 어떤 자격증이었어요? 떨리지 않았어요?

이해연 : 회계 1급이랑 세무 2급인데요. 처음이 아니어서 많이 떨리지 않았습니다.

박소연 : 아니! 자격증 시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한국에 온 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그럼 도대체 몇 번째에요?

이해연 : 4번째에요. 시험도 여러 번 치르다 보니 노하우도 생기고.... 제일 처음에 딴 자격증이 운전면허였는데요. 그때는 엄청 떨렸습니다.

박소연 : 저는 한국에 온 지 6년 만에 운전면허 자격증을 땄어요.

이해연 : 와… 선배님은 진짜 인내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어떻게 6년을 참으셨어요?

박소연 : 처음에는 면허를 따도 차를 몰 능력이 안 됐으니까요. 그런데 처음 도로에 차를 끌고 나가잖아요? 마주 오는 차는 다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것 같아서 너무 놀랐네요. 해연 씨는 어떠셨어요?

이해연 : 저는 필기시험에서 용어가 어렵더라고요. 솔직히 여자들은 자동차 내부에 대해서 물어보면 누구나 어려워할 것 같아요. 처음으로 따는 자격증이기 때문에 진짜 많이 설레고 긴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박소연 : 왜 운전면허증을 먼저 따셨어요?

이해연 : 북한에서는 여자들이 운전을 거의 못 하잖아요. 그래서 운전하고 더 싶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외국 사람이나 한국 여자분들이 운전하는 걸 많이 봤거든요. 대한민국에 오면서 저에게 기회가 생긴 거죠!

박소연 : 저는 여성들이 빨간 뚜껑 없는 차 있잖아요? 오픈카를 타고 까만 색안경에 가죽장갑까지 끼고 운전하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꼈어요.

이해연 : 완전히 멋있죠.

박소연 : 나도 남조선 가면 저렇게 하리라… 그런데 현실적으로 능력이 없으니까 나는 언제쯤 차를 탈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을 하다가 6년 만에 취득했는데, 해연 씨는 그냥 덮어놓고 따셨네요. (웃음)

이해연 : 네, 저는 땄습니다! (웃음) 처음으로 딴 자격증이지만 합격해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자격증 하나하나를 딸 때마다 자존감이 올라가고 나의 가치도 올려주는 것 같고… 어쨌든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자격증들입니다.

박소연 : 저는 남한에 와서 제일 먼저 취득한 게 ITQ 자격증이라고 정보 기술 자격증입니다.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이렇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술을 배우는데 아마 탈북민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자격증일 겁니다. 사실 탈북민들이 남한에 정착하려면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정부에서 ‘내일배움카드’라는 걸 저희에게 발급을 해주는데요, 그 카드를 가지고 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 카드로 학원을 등록하면 학원비는 안 내고 되죠.

이해연 : 저도 그 자격증 땄습니다. 처음부터 수준이 높은 것을 배우려면 받아들이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자격증을 땄는데 저는 엑셀이 많이 어려웠어요.

박소연 : 엑셀은 도표에 숫자를 넣고 계산을 하는 프로그램이죠?

이해연 : 함수로 계산을 하는 거죠.

박소연 : 다음에 또 도전하신 자격증은?

이해연 :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인데 수준이 조금 높더라고요. 자격증을 따면서 사실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영어였어요.

박소연 : 아! 죽음의 잉글리쉬! 영어가 너무 많아요. (웃음)

이해연 : 그렇죠. (웃음) 영어가 너무 어려워서 이론은 한 번 떨어졌어요.

박소연 : 컴퓨터활용능력 2급은 어떤 것들을 기본으로 배우는 거에요?

이해연 : 말 그대로 ‘컴퓨터활용능력’이라서 ITQ보다는 수준이 높고 이론이 엄청 힘들거든요. 한 번 떨어졌는데 주저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더니 합격했습니다. 합격을 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더 올라가더라고요.

박소연 : 한국에 와서 1년 동안 제일 처음에 땄던 게 운전면허 자격증, 두 번째가 ITQ(정보기술자격증), 세 번째가…

이해연 : 컴퓨터활용능력 2급 자격증.

박소연 : 그리고 이번에 도전한 자격증이 네 번째네요.

이해연 : 네, 회계 1급이랑 세무 2급 자격증입니다. 회계를 시작한 이유가 있어요.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다 보니까 경제에 대해서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잘 살려는 욕망이 누구나 있습니다. 그런데 잘 살려면 그냥 잘 살아지는 게 아니고 또 열심히만 산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도전한 것이 세무였어요. 대한민국은 누구나 내야 하는 것이 세금이고 세금의 ‘세’자도 몰랐던 북한에서 살다가 오니, 세금이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렵던 용어들이 배우고 나니 이해도 되도 내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박소연 : 해연 씨 얘기를 들으면서 남한에 온 지 1년인데 많은 것을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한에서는 돈 셀 줄 알고, 모르는 게 약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북한은 장사도 단순하고 자격증이 필요가 없어요. 자격증을 가지고 벌어먹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모르면 안 됩니다.

이해연 : 맞아요.

박소연 : 탈북했으니까 저를 써주시요…. 이게 통하지 않습니다.

이해연 :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가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도전을 했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앞으로 그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박소연 : 해연 씨가 남한에서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게 혹시 최근 북한도 자격증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건 아닐까요?

이해연 : 북한은 자격증이 있어도 쓰임을 못 받으니까… 북한 아시잖아요? 많은 돈을 들여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도 월급 주고 이러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대학 가서 뭘 하는데. 장사해서 돈 버는 게 땅 수지(정답)’라고 말합니다.

박소연 :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격이나 이런 데 신경을 안 쓴다는 얘기네요.

이해연 : 일단 대학을 다니면 보는 눈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그 안에서는 변화가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북한 같은 경우엔 교원 대학을 나오면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고, 예술 전문학교를 나와도 고등학교 음악 교사로 일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남한은 다릅니다. 저도 남한에서 와서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4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과정을 마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저절로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자격증 시험은 따로 치더라고요. 또 남한 같은 경우에는 대학 졸업하고 취득하는 자격증과 학원에서 취득한 자격증이 부류가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해연 : 학원은 아무래도 단기간에 하는 거니까 다르겠죠.

박소연 :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민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잖아요. 그래서 나이와 환경에 맞게 학원에 가서 자격증을 딸 수가 있어요.

이해연 : 아… 그렇구나.

박소연 : 아까 해연 씨가 현재 북한은 자격증에 관심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요.

이해연 :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제가 20대 때는 달랐어요. 월급이 나오던 시대였습니다.

이해연 : 월급이 나오던 때도 있었구나. (웃음)

박소연 : 그럼요. 90년도 초반까지는 월급이 나왔는데 제가 받은 한 달 월급이 85원이었어요. 당시 지배인이 120원을 탔어요. 그때는 먹을 알이 있는 기술직 전문학교가 최고의 관심사였는데 최근에는 그런 것들 자체도 인기가 없다니까... 

이해연 : 네, 정말 인기가 많이 없어졌어요. 공부를 해도 사회에서 쓰임을 받지 못하지만, 부모들 입장에서는 대학을 가는 거랑 안 가는 거랑은 사람이 보는 시선이 많이 다르잖아요. 시야가 많이 넓어지고 하니까 그래서 자식을 대학을 보내거나 전문학교를 보내는 것이지 쓰임을 받기 위해서 보낸다? 그거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와서 한 가지 느낀 게, 젊은 친구들이요. 젊은 친구들이 혼자서 자기 계발을 하면서 공부하고 틈틈이 알바도 하고… 너무 멋있어요. 솔직히 제가 학원에서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힘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맞아요. 북한에 있을 때는 내가 주체가 돼서 ‘나 이거 하고 싶어. 내가 하겠다는데 왜 못하게 해?’. 이런 생각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와서 아들을 키우면서 보니까 그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부모가 ‘안돼!’라고 못하더라고요. 이런 면에서 남북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이해연 : 네, 맞아요. 그런 부분에서 보면 한국 친구들은 자기 결정으로 진로를 정해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북한 친구들에 비하면 너무 열심히 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박소연 : 아니요. 해연 씨도 남한에 온 지 1년 밖에 안 되지만 한국 친구들 못지않게 멋지게 살고 있어요. 우리 자긍심을 가집시다!

이해연: 감사합니다. (웃음)

박소연: 저희가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끝날 시간이 됐네요. 다음 시간에도 오늘 우리가 못다 한 자격증 얘기를 하도록 해요. 요즘 탈북 새내기들은 또 어떤 자격증에 관심이 있을까… 이런 얘기를 하면서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해연 씨 감사합니다.  

이해연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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