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북한 거리에 싱크홀이 생긴 이유
2024.09.16
“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남한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이해연 : 요즘 TV를 틀면 뉴스에서 계속 얘기를 하잖아요. 금값이 오르고 금을 엄청 많이 사들인다…
박소연 : 금값이 오르니까 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나 높은 겁니다. 우리도, 지난 시간에 이어서 금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금을 놓고도 남북은 사실 많이 다르거든요. 오늘 얘기 시작해 볼까요?
-북한에서 개인은 일정량 이상 금 소유하는 것 불법
-한 때 북한의 모든 사람이 매달렸던 금 캐기
-북한 금 광산, 모든 공정을 한 공장에서 처리하지 않는 이유?
-1년에 한 번, 평양에 금 올라가던 날
박소연 : 사실 북에서 살면서 ‘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한 간부의 공개 처형 때였습니다. 한때 비사회주의 그루빠가 간부를 검열하고 지역별로 호위사령부가 내려와서 막 총살하고 그럴 때였는데, 저는 지금도 기억나요. 그때 처음, 저희는 금이라는 게 이렇게 몇 kg짜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큰 기업소 초급당 비서를 총살했는데 이 사람이 공장 자재를 빼돌려 가내 수공업으로 물건을 만들어 중국에 팔았고 그 돈으로 금을 사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자기 아버지 묘에 묻었다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강 옆으로 가서 사금을 했죠.
이해연 : 지금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웃음)
박소연 : 사람들이 강 옆에 천막을 짓고 금을 찾고 2천 년도부터 2010년대까지는 그냥 농촌길을 가보면 무슨 폭탄 맞은 것처럼 여기 저기 길에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금광을 찾는다고 구멍을 막 냈죠.
이해연 : 지금도 그런 광산도 있고 개인들이 하는 그런 굴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박소연 : 그때는 뭔가 큰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 그랬죠. 잊혀도 안 치는 게… 중국에서 넘어온 무슨 금속 탐지기라는 게 있었어요. 사람들이 그거를 들고 마치 고고학자들처럼 일본 강점기에 있었다는 옛날 금광을 찾아 온 산을 누볐습니다. (웃음)
이해연 : 그런데 북한에서는 사실 개인이 금을 못 캐게 하고, 개인들이 금도 소유를 못 하게 하잖아요? 만약 캐도 국가에 고스란히 바쳐야 합니다. 굳이 내 노력으로 캔 금을 왜 나라에 바쳐야 하는지 진짜 억울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래야 했는지 너무 억울해요.
박소연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납니다. 일단 북한에서는 개인이 금을 소유하면 안 돼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양이 제정돼 있습니다. 아주 적은 양이고요. 북한에서는 금을 캐는 광산을 보통 ‘화포 광산’이라고 하는데요, 거기서도 노동자들을 믿지 못해서 모든 공정을 다 나눠 놓습니다. 절대 한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금을 캐는 사람들, 금돌 만지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미분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녹여서 금을 만드는 완성 직장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정말 계급적 토대도 좋은 사람들, 그 광산에서 채로 친 알짜배기 계급들이 모여 있죠.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하냐면요… 금을 먹어요. 먹는다고요. 예전에는 이빨 안에 금을 붙여서 나왔는데 이제는 탐지기에 걸려서 먹어서 나온다고 합니다.
이해연 : 저도 그런 금장 주변에 가서 잠깐 일을 해봤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금을 녹여내는 그 공정은 해봤었거든요. 거기 가보니까 금 캐는 동네의 사장들은 진짜 부자들이거든요. 집도 엄청 크고 뭐 집에 들어가면 으리으리합니다. 그런 집들을 가면 금을 어디에 감췄을까 막 그런 생각도 하고 그러거든요. (웃음)
박소연 : 지금 생각해 보면 북한에 금이 많아요. 금이 안 나오는 지역이 거의 없어요. 화폐 교환을 하면서 사람들이 완전 배신감을 느낀 거죠. 이제 북한 돈을 안 믿는다, 다 중국 돈을 보유하고 있고 좀 더 머리가 깨신 분들은 금을 보유한다거나 이런 방식으로 좀 하는 것 같아요.
이해연 : 사실 남한에서는 뭐 금값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게 남한 내부에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경제 상황하고 연관이 있잖아요. 북한은 다르죠.
박소연 : 맞습니다. 북한에는 거의 금값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밀수하고만 연관이 돼요. 그리고 금을 깔고 있는 사람들 소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잘 사는 사람들은 기가 차게 잘 살고 북한에는 못사는 사람들이 태반이잖아. 화폐 교환할 때 북한 돈이 휴지 됐으니까 사람들은 중국 돈도 불안해했거든요. 뭘 좀 주면 형제의 나라고 뭐 안 주면 기회주의 나라다, 맨날 이렇게 욕하니까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도 중국 돈 갑자기 쓰지 말라 하면 이것도 휴지가 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있었어요.
이해연 : 금은 남한에서는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어떤 경우에도 크게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안전한 재산이라는 얘기입니다.
박소연 : 북한에서는 ‘썩지 않은 물건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이해연 : 그리고 북한의 금 시세는 국제 시세와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요. 내부적으로 사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안 되는 데다 최근 코로나를 전후로 해서 몇 년간 중국과 밀수가 막혔잖아요. 금값이 많이 안 올랐어요. 이게 동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금 시세와는 북한이 조금 괴리가 있습니다.
박소연 : 전국에 화포 광산들이 많잖아요. 국가보위부나 국가안전성이 관리하는 광산들이 거의 70~80% 예요. 1년에 계획이 한 20kg 정도인데요, 이게 다 노동당 자금, 충성 자금이라고 해서 노동당에 올라가거든요. 매년 한 번씩 올라갈 때는 볼만해요. 딱 그 국방색, 그 철로 딱 용접한 차에다가 호위병이 붙어 가지고 운반을 하죠. 기차로도 운반을 안 해요. 요란하게 가니까 우리가 당자금으로 올라간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쓰이는 지까지는 모르죠. 신경 쓸 것도 없고요. 그런데 이번 수해 때,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비싼 차를 타는지 봤잖아요. 그리고 북한에는 놀랍게도 당 간부들이 다 벤츠 타고요. 한국에 와서야 알았잖아요. 그게 십만 달러가 넘어가는 차라는 걸. 그게 다 어디서 났겠어요? 금이나 이런 당 자금을 국민들은 인민들은 모르지만, 나라에서는 그걸 외국에 나가 비싸게 판단 말이에요.
이해연 : 그런데 그 금이라는 게 어차피 사람들이 열심히 캔 거니까 알고 보면 북한 국가의 재산이 아니라 국민들이 낸 세금이죠.
박소연 :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된 혈세죠. 그걸 인민들이 알면 얼마나 분노하겠어요. 그러니까 그게 다 극비리에 붙여지는 거 아니겠어요? 남한 같은 경우에는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다 이런 계획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허술하게 쓴다 비판도 하는데, 북한의 경우에는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다 이런 거죠. 금의 사용처도 거기에 포함되는 것이고요.
이해연 : 이젠 좀 용기를 내서 말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제가 여기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얘기겠죠? (웃음)
박소연 : 그렇죠. 지금 남조선 오니까 이렇게 주둥이 살아서 할 말 다 하는 겁니다. (웃음) 우리가 북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혈압이 좀 올라가는데 다시 낮춰서… 금값이 지금 계속 오른다, 오른다 하는데 도대체 얼마까지 오른 거예요?
이해연 : 2024년 9월 현재 금 가격은 금 한 돈, 3.75g이 303달러 정도입니다. 같은 날짜의 지난해 가격은 265달러였거든요. 2022년 같은 날짜의 한 돈 가격은 240달러. 그러니까 금값이 요 1년 사이에 엄청 많이 올랐습니다.
박소연 : 작년에 이러고 살지 말고 금을 사놨으면 내 삶이 달라지겠는데… (웃음) 가장 큰 원인이 전쟁 때문이라고 하죠?
이해연 : 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이란, 하마스 전쟁도 있고요. 미국 대선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금의 수요가 늘어 난다기보다 안전자산의 수요가 늘어나서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부동산, 현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안전한 금을 선호하는 거죠.
박소연 : 중국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도 금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고 중국 국민들도 금을산다고 합니다. 보도 시간에 나오는데 중국 금 매장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 있는 겁니다. 요즘 중국 경제가 좋지 않으니 금에 투자한다고 해요. 이렇게 수요가 많으니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고요.
이해연 :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워낙 금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약간 과시용인 거죠? 내가 이렇게 돈이 많다?
박소연 : 그렇죠. 북한에서 그랬다가는 목이 날라가는데…(웃음)
[클로징] 추석입니다. 모든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하는 시간이 ‘금’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황금색으로 일렁이는 가을 들판 같은 풍요로운 추석을 빌며 오늘 시간 인사드립니다. 금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함께하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