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북한의 저출산,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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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우리가 한국의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저출산을 위한 대책에 관해서 얘기를 한번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해연 :청년들이 결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국가가 현실적인 문제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느끼는 경쟁에 대한 압박감과 주거 걱정, 양육에서의 불안을 없앨 수 있도록 국가에서 관심을 둔다면, 청년들이 미래가 불안해 연애, 결혼을 피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남한 정착 초기에는 남한은 풍족하니까 결혼이나 출산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한에서 혼자 몇 년을 살아보니 정말 편하고 그냥 이대로도 행복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결혼 생각을 더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솔직한 얘기에요. 혼자 사는 게 편하죠. (웃음) 해연 씨가 주거 문제를 얘기했는데요, 남한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청약 저축도 있고 청년들을 위해서 10년 장기 임대 아파트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많은 시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고 다 결혼할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거예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젊은 층들의 머릿속에 있는 개인주의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혼자 살면 편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결혼이라는 희생의 길에 발을 들여놓기가 싫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먹고 사는 문제가 풀리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높은 것을 바라보기 전에 내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사소해 보이지만 큰 행복에도 관심을 두면 좋겠어요. 바로 그 행복을 아이들이 주는 것이죠.

이해연 :선배님, 정말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시네요! 저출산 문제가 바로 해결될 것 같아요

박소연 :제가 다음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생각입니다. (웃음) 그런데 해연 씨를 보니까 제 말에 공감을 못 한다는 눈빛인데요?

이해연 :네, 공감이 안 됩니다. (웃음) 현재 혼자 사는 삶도 충분히 행복하고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까 아마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러나 본인의 행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이 한국 사회에서 저도 그렇지만 많은 젊은 세대들이 국가가 애를 낳으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박소연 :그래서 어렵겠죠. 국가가 애를 안 낳는다고 감옥에 끌어가지는 않잖아요.

이해연 :남북이 저출산의 원인은 다르지만 모두 결혼을 안 하겠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야 하는 게 핵심일 것 같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오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빨리 극복하는 게 우선 과제일 것 같고요. 남한은…

박소연 :저는 좀 개인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은 북한에 비하면 너무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젊은이들은 혼자 사는 것이 편안하다고 생각하고 또 출산을 대비한 경제적인 기반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입장이더라고요. 그리고 해연 씨처럼 젊었을 때는 뭘 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이가 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 지치잖아요. 그때 자식이라는 존재가 나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우리 젊은 분들이 미래를 생각해 결혼도 하고, 출산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이건 남북 모두에게 하고 싶은 얘기에요.

이해연 :제가 생각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결책,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공장이나 회사에 출근하면 제대로 월급을 줘야 할 것 같아요. 월급이 들어와야 그 돈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으로 매일같이 주민들을 들들 볶는 강제 동원을 꼽을 수 있는데요. 새벽 동원, 낮 동원, 주말 동원 등 정말 많은 동원이 있는데 그런 동원들을 좀 줄여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반면에 남한의 경우 내 집 마련이 문제다, 주거비나 취업이 문제다 등 여러 가지를 얘기했죠.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게 내 집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주거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박소연 :저도 공감합니다! 저는 북한의 경우에는, 북한 아이들은 학교에 '일사금'을 매일매일 내야 합니다. 학교 꾸리기, 충성의 외화벌이 등 학교에 낼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이를 안 낳는 부부들이 많아요. 그리고 공장에서는 월급과 배급을 주고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을 없애 줘야 부모들도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가 있는 거예요. 그게 북한 당국이 시행해야 하는 저출산 대책이고요. 남한의 경우에는 지금도 많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거든요. 예를 들면,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10만 달러를 지원해 주면 그 돈으로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된다면 지금의 상황보다는 좀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국가적인 배려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특히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젊은 세대들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라고 욕하기보다는 다른 면에서 격려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봐요. 기성세대인 제가 개인적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오십 평생을 살면서 언제 제일 행복했냐고 제게 물으면 젖을 먹으며 엄마를 올려다보던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던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첫걸음마를 뗄 때, 로또에 당첨됐다고 해도 그만큼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키우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생은 많았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그 고생을 다 보상해 주고도 남는답니다. 그래서 아직 그런 행복을 경험해 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그 행복을 꼭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해연 :역시 어머니의 호소가 가장 와닿네요. 인생의 선배로서 해주시는 값진 얘기라고 여깁니다. 아직 그 행복을 느껴보지 못한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저도 그런 행복을 좀 느끼고 누려보고 싶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야 겠다는 생각이 조금은 드는데요. (웃음)

박소연 :방송 시작할 때는 그냥 참고할게요, 고민해 볼게요, 하시더니, 분명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럼 앞으로 몇 명을 출산할 생각입니까? 딱 이 자리에서 말해봐요.

이해연 :한 명? (웃음)

박소연 :겨우? (웃음) 엄마들은 산고를 제일 먼저 잊는다고 해요. 그리고 아이는 낳을수록 예쁘고요. 출산의 고통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출산하면서 겪는 진통 때문에 다시는 아이를 안 낳겠다고 맹세하고 금방 잊고 또 낳게 돼요. 출산의 고통은 아이를 안고 느끼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해연 씨가 한 명만 낳을 거라고 했는데 충분해요. 그런데 이제 하나 낳고 나면 줄줄이 또 낳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웃음)

이해연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청년들이 있다면 용감한 선택을 해보시라고 청해봅니다. 분명 행복을 느끼리라 믿고 저도 그 선택에 한 발 가까이 가겠습니다.

박소연 :해연 씨가 방송을 시작할 때보다 개과천선했네요. (웃음) 국가가 아이 안 낳는다고 엄하게 벌할 수는 없죠. 오히려 격려하고 좋은 대책 마련을 통해 권장해야 합니다. 개개인의 고민이고 각 가정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 거예요. 이제 방송을 마치면서 남북의 청년들에게 제가 전달해 주고 싶은 것은 결혼과 출산의 선택은 힘들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행복은 살아가는데 엄청난 큰 힘이 되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용기를 주고 싶어요. 그리고 남북 당국이 젊은이들이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녹음총괄, 제작: 이현주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