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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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해연 씨, 한국 대학등록금이 비싼 걸로 유명한데요. 사이버 대학은 등록금이 얼마입니까?

이해연 : 학교마다 좀 다른데요. 일반적으로 1학기에 1,500달러 정도 됩니다. 청취자분들은 이 정도 금액이면 남한에서 한 달 정도 시간제 일하면 사이버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댈 수 있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박소연 : 일단 정규 대학보다는 등록금이 낮네요. 그래도 탈북민들의 경우 만 35세까지는 대학 학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해주죠. 35세 이상이라고 해도 정규 대학은 학비 지원이 없지만 사이버 대학의 경우엔 60세가 넘어도 나라에서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줍니다. 탈북민들은 특히 교육에 대한 부분에서는 진짜 배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해연 : 주변 남한 분께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혜택이 많을 때가 있어요. (웃음) 하지만 남한 학생들 같은 경우에도 대학교 내에서 성적 장학금을 받거나 부모의 재산에 따라 국가 장학금을 받는 혜택도 있더라고요.

박소연 : 솔직히북한에서 장학금은 공부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 주로 받는 것인데, 남한에서는 어떤 환경에 사느냐에 따라 주는 장학금도 많아요. 해연 씨나 저는 탈북민이기 때문에 탈북민 전형 장학금을 타고, 어떤 사람은 생활이 어려워 타기도 하죠.

이해연 : 하지만 남한의일반 대학의 경우에는 한 학기에 거의 5,000달러 정도로 학비를 내야 해서 너무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비싸죠. 제 아들이 다니는 대학은 탈북민 특별 지원 사항이 포함이 안 되는 대학입니다. 실용 사립 대학들 중엔 이런 지원이 없는 학교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4년 대학 등록금을 모두 내야하니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학자금 대출이라는 게 있더군요. 이율이 년에 0.7%밖에 안 돼요. 거의 무료로 대출해주는 셈이죠. 서류는 대학 재학증명서만 제출하면 됩니다.

이해연 : 남한 친구들이학자금 대출금이 남아있어서 아직 생활이 빠듯하다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 있어요. 학자금 대출도 어쨌든 빚이니까요.

박소연 : 맞아요. 졸업하고 취업하면서 그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더라고요. 제가 회사에 취직했을 때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남한에서 유명한 대학을 나왔는데도 아직도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금이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부모들이 돈이 없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와서 보니 많이들 그렇게 하더라고요. 대학 등록금이 그만큼 비싸기도 하고요. 장학금이 있다고는 해도 모든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남한 분들 앞에서 섣불리 우리가 무료로 대학을 다녔다는 말을 미안해서 못 하겠어요.

이해연 : 4년 동안 등록금을 모두 내야했다면 저도 대학 갈 엄두를 감히 못 냈을 것 같습니다.

박소연 :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저는 남한 정착 초기에 지하철을 타고 직장에 다녔어요. 지하철에서 본 남한의 대학생들의 모습은, 책가방을 메고 안경을 쓴 피곤한 모습이었어요. 남한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부하는 대학생들도 많습니다. 대부분 기숙사나 월세 방에서 살고 있어요. 물론 부모들이 생활비를 보태주는 분들도 있지만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서 해결하는 대학생들도 있습니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아르바이트, 다들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해연 : 정말 동의합니다. 남한 대학생들, 진짜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북한 대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남한 대학생들을 보면서 남한이 북한보다 더 잘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박소연 : 그럼요. 잘사는 데는 이유가 있죠.그런데요, 이런 점이 북한하고 달라서 더 열심히 사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남한은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의 기간이 늘어나면 또 승진하고...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 삶이 윤택해진다는 희망이 있죠. 그래서 이 모든 과정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이게 북한과는 완전히 다르죠. 북한은 그런 희망을 갖고 살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해연 씨, 북한에도 통신 대학이라고 있잖아요? 이게 좀 사이버 대학과 비슷할까요?

이해연 :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통신대학은 간판만 있을 뿐 실제로 대학에 다니는 사람도 없고 당연히 운영 되지도 않습니다.

박소연 : 통신대학, 야간대학… 유명무실하고요. 북한에서 대학은 선택 받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이에요. 남한은 정규 대학도 있고 전문대학, 사이버 대학 심지어는 평생교육원도 있어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평하게 선택해서 갈 수 있게 돼 있어요. 이게 남북한 대학의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이해연 : 북한은 대학에서 선택 받은 사람들을 위주로 나라에 필요한 인재로 키운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천재성을 가진 사람도 토대가 나쁘거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에 가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요. 지금은 공부는 못해도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북한 대학입니다.

박소연 : 맞아요. 북한에서 한 때 대학 졸업증을 시장에서 돈 주고 팔기도 했어요.

이해연 : 의학 대학 졸업증 같은 경우는 더 비싸게 팔리죠. 그런 걸 보면 인재를 개발한다는 말은 허울 좋은 말뿐이지, 실제 인재는 돈 때문에 학교도 못 다니고 생업을 위해 무거운 손수레를 끌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박소연 : 북한에는 대학 입학에도 지역 차별이 있어요. 평양에 주로 좋은 대학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1년에 김일성 종합대학 3명, 김책공대 4 명… 이런 식으로 제한을 두고 중앙에서 뽄트를 내려 보내요. 남한은 지방 사람이라도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사람이 많아요.

이해연 :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필요해요…

박소연 : 남한의 경우 서울대학교가 북한으로 말하면 김일성 종합대학이라고 할 수 있죠. 서울대학교에도 농어촌 특별전형이 있습니다. 지방 출신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학원이나 이런 시설이 많지 않으니 그런 상황을 고려해서 조금 낮은 점수를 받아도 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서울대뿐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이런 특별 전형들을 마련하고 있고요.

이해연 : 남한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교육의 기회를 다양한 계층에 보장해주면서 국민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사실 북한은 대학을 다니면 완전히 다른 부류로 보죠. 그래서 대학 나온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평등한 게 좋다고 생각해요. 또 지역 뿐 아니라 나이도 상관없죠.

박소연 : 그렇죠. 북한은 배울 수 있는 나이가 따로 있다고 하고, 그게 중·고등학교 때라고 말합니다. 나이 40에 대학에 간다는 것은 아예 꿈도 못 꾸죠.

이해연 : 제가 지금 북한에 살고 있다면 이 나이에 대학에 가서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이 나이에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설렙니다. 배움을 통해 내 삶에 또 다른 길이 열리고 더 나은 삶이 펼쳐지 것이라는 희망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박소연 : 북한에서는 기회를 놓치면 끝이라고 해요. 북한 기준으로 볼 때 맞는 말이에요. 근데 남한은 본인이 원하면, 노력하면 많은 기회가 차려집니다. 현재 해연 씨가 20대, 저는 50대잖아요. 50대인 저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으니 해연 씨는 진짜 이제 시작이죠. 대학 입학이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 해연 씨에게 큰 응원을 보내며 오늘 방송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인사드리고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녹음총괄, 제작 : 이현주 에디터 : 양성원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