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탈북 이후 첫 보험 가입기… 진짜 100년 살아요?
2023.12.18
“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저는 처음 보험 가입할 때 공부를 못하고 가입을 했었어요. 지금은 남한 정착 11년 차 정도 되니 눈에 기름을 넣은 것처럼 뺑뺑 돌아가지만 그때는 무슨 말인지… 우선 보험 가입할 때는 7가지는 잘 확인해야 한답니다. 20년 납 100세 보장 등 납입 기간과 보장 기간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험 청약서에는 반드시 본인이 자필로 서명 즉 수표해야 합니다. 일부 탈북민들은 보험 설계사 설명만 듣고 알아서 하라고 맡기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보험에 들어서 얼마를 보상받는가 보다는 내가 매달 얼마를 내야 하는지에 기준을 둬야 합니다. 또 계약 서류와 회사의 안내장을 무조건 챙겨둬야 해요. 가입할 때는 전부 기억할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요. 그래서 본인이 반드시 참관해야 하고, 끝으로 보험에 들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해연 : 저도 처음 보험에 가입할 때, 가입했을 때 금액과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다를까 봐 사진을 찍어 놨습니다. (웃음) 그게 제일 중요한 거잖아요.
박소연 : 그러면 해연 씨가 이번에 가입한 종합보험은 몇 년을 내야 하는 건가요?
이해연 : 20년 완납을 하면 90세까지 보장받는 보험입니다. 보험 설계사분이 처음에는 100세까지 보장받는 걸로 설계를 해주더라고요. 근데 제가 100살까지 살까요? 그래서 90세 보장은 얼마냐 물어봤는데 상당한 차이가 나더라고요.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해도 통계적으로 봐도 100세까지 사는 사람이 몇 % 안 되지 않아요? 진짜 그렇게 살 수 있나요? 그래서 저는 그냥 90세까지로 했습니다.
박소연 : 잘하셨어요! 정말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봐요. 그리고 해연 씨, 이번에 가입한 보험의 설계사는 누구인가요? 탈북민?
이해연 : 네, 탈북민입니다. (웃음) 보험에 들기 전에 여러 보험설계사들과 만나서 비교했어요. 그중에 남한 분도 있었고, 탈북민도 있었는데요, 솔직히 얘기가 통하는 것은 북한 분들이 더 나았고요. 설명은 남한 분들이 더 잘 해주셨지만 결국 같은 고향에서 오신 분이 나을 것 같아서…
박소연 : 저는 몇 년 전 같은 고향 출신 보험사에게 보험을 들었다가 손해를 봤어요. 남한에 오니 북한에서 뒷집에 살던 아이가 먼저 탈북했더라고요. 그리고 보험설계사를 하는데 어느 날 살려주는 셈 치고 보험 하나 들어달라고 부탁을 해요. 연금보험인데 한 달에 30만 원, 미화로 250달러 정도를 매달 내면 20년 후에 생활비로 이자에 복리까지 붙여서 준다는 겁니다! 연금보험은 내가 늘그막에 받을 돈을 미리 납입하는 차원으로 건강 실손 보험과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 그런데 연금보험은 6년 동안 꾸준히 납입해야 겨우 원금이 된다는 걸 나중에 알았네요. 전혀 몰랐다가 아사할 때 보증금이 필요해서 4년 만에 취소했는데 글쎄… 돌려받은 금액이 내가 납입한 금액보다 200만 원이나 적었습니다! 그때 가서 누굴 탓하겠어요.
이해연 : 저는 아직은 써야 할 돈이 많은 나이잖아요. 앞으로 집을 마련하려 해도 큰돈이 들어갈텐데 연금보험에 묶여 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나중에 그 돈을 찾는다고 해도 이미 가치가 떨어져 있을 것을 생각하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적금하기로 하고 안 들었습니다.
박소연 : 잘하셨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연 씨처럼 종합 보험하고 실손 보험만 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아들이 남한에 10살에 오다 보니 미성년자여서 보호자가 대신 보험을 들었습니다. 보험료는 매달 4만 원 정도, 미화 35달러 정도 들었어요. 그 후 3년 후에 아들이 운동하다가 부상을 당해 목 수술을 했어요. 그 당시 수술비가 미화로 한 2,000달러 정도가 나왔어요. 그런데 보험사에서 수술비의 90%인 1,800달러가 나온 거예요. 그동안 매달 내던 보험료 아까워하던 마음이 말끔히 사라지더라고요. 사실 보험은 민간 보험사들이 자신들의 기업 이득을 보기 위해서 만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입자들도 매 순간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고 등에 마음 놓고 대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해연 : 맞습니다. 걱정이 좀 덜하죠. 저는 아직까지 선배님처럼 보험금을 타보진 않았지만, 저 대신 주변에서 타시는 분들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보험료로 나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박소연 : 그런데 보험에 가입했다고 꼭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최근에 자동차 사고가 났어요. 제가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백두의 혁명 정신으로 쾅하고 박았어요. 횡단보도에 내 차가 서게 돼서 건너는 사람들이 불편할 것 같아 옆으로 비켜선다는 게 하필 외제차 옆을 살짝 충돌한 거죠. 바로 자동차 보험사에다 알려서 처리했는데 정말 화나는 일은 나중에 생겼습니다. 물론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박았기 때문에 100프로 제 과실인 것은 맞아서 사과했고, 피해자도 멀쩡하게 차에서 내려 사과를 받았는데요, 글쎄 차량 충돌로 스트레스도 받고 머리가 아프다고 피해 차주가 병원에 입원한 겁니다. 물론 보험사가 다 해결했지만 그 사람은 있지도 않은 꾀병을 부려서 수백만 원, 미화로 수천 달러를 그냥 취한 거죠. 결론은 그거예요. 자동차 보험이 있어도 사고를 내지 말아야겠다. 일단 사고를 내면 사로 처리와 보상은 모두 보험에서 알아서 처리하지만 결국 내 보험료가 할증이 되잖아요. 결론은 안전운전이 제일이라는 겁니다.
이해연 : 저도 나중에 내가 그런 피해 상황이 오면 머리 아프다며 입원해야겠다는 생각이… (웃음) 농담입니다!
박소연 : 어쨌든 이 일로 속이 좀 부글부글 며칠 끓다가 지금은 차 사고를 낸 내 잘못이지 하며 다음부터는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 해연 씨, 남한에는 실비나 종합보험 외에도 일일 보험이 있는 거 알고 있어요? 제 아들이 운전면허가 있어요. 근데 차가 없어요. 이때 엄마 차를 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일일 보험을 듭니다. 보험사에다가 가입의사를 밝히면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하다고 알려줘요. 단, 가족일 때 가능합니다. 차는 없지만 가족의 차를 타고 하루 강원도를 갔다 올 경우, 일일 보험료가 한국 돈으로 한 7-8000원, 미화로 한 5-60달러를 내면 돼요. 그래서 무슨 사고가 나도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이런 보험이 있어서 차가 없어도 가족의 차를 타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이해연 : 우리가 지금까지 4대 보험, 종합보험, 실비보험, 자동차 보험 등 다양한 보험 얘기를 했는데요. 이 밖에도 보험 종류가 엄청 많습니다. 그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주택 화재보험, 전세 보증보험, 하자 보험, 여행자 보험이 있습니다. 여행자 보험은 여행을 갔을 때 다쳐서 치료를 받는다거나, 물건을 잃어버렸을 경우 보상을 해주는 보험이고요. 전세 보증 보험은 전세를 살 때 작은 돈이 아니라 목돈을 보증금으로 주게 되는데 이 돈을 지키기 위해서 드는 보험입니다. 주택 화재보험은 내 집이나 이웃집에서 불이 날 수도 있잖아요. 그 불로 손해를 봤을 때 보상을 받는 보험입니다. 하자 보증 보험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등에 건설업체 실수로 하자가 생기면 그걸 일정 기한 내에 다시 공사를 하거나 공사비를 물어줘야 하는 보험입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남한 노래가 있습니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이런 노랫말의 노래인데요. 요지경은 확대경과 거울로 만든 아이들 장난감입니다. 렌즈 구멍에 눈을 대보면 여러 가지 모양의 현란한 그림이 보이고 이걸 돌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데요. 세상은 정말 요지경 속처럼 알쏭달쏭하고 묘한 일 많습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저나 해연 씨가 가입한 보험은 정말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험이고요,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는 보험도 존재합니다.
요지경 세상 속 보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녹음, 제작, 에디터 : 이현주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