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북한의 공부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

서울-박소연 xallsl@rfa.org
2024.08.05
[우리는 10년 차이] 북한의 공부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 평양 인민대학습당에서 한 북한 병사가 책을 읽고 있다.
/Reuters

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남한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이해연 : 북한도 지금은 영어, 중국어, 악기, 노래, 댄스를 돈 주고 배우고 있어요. 제가 나오긴 전까지는 남한 음악에 맞춰 디스코 춤을 배우는 추세입니다. 

 

박소연 : 과거에 비해 많이 변했네요. 솔직히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공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어요. 하지만 해외로 유학 갔다가 탈북 한 북한 대학생들을 만나보면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어요. 북한에는 상위층에 속하는 자녀들만 해외 유학생을 나갈 수 있어요. 이들은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다고 해요. 유학 기간이 끝나 북한으로 돌아가면 기껏해야 핵무기를 만드는 군사시설에 갇혀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날이 보이지 않아 탈북을 결심했다고 하고요. 북한을 포기하면 모든 것을 얻게 되지만 북한을 고집하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한 거죠. 우리가 북한에서 살았다면 해외 유학생들 그림자도 못 봤을 겁니다. 근데 남한에 오니 탈북 출신 유학생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탈북 유학생 중에는 국제 수학 콩쿨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2등을 했던 학생도 있었어요.

이해연 : 북한 내부에서는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놓는 순간에 감옥에 갈 수 있어서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느라 볼 수가 없는 거죠.

박소연 : 그럼요. 남북은 공부에 대한 기대감이나 환경도 따르지만 교육 방법도 달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유학생 출신 탈북 청년들은  한국의 최고대학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북한 아이들도 남한 같은 좋은 교육환경에서 살았다면 천재들이 많이 나왔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해연 : 맞습니다. 특히 공부하는 방식이 남북한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남한은 시험 보는 것도 많이 쉬워졌고, 공부하는 방식도 매우 쉬운 것 같아요. 공부하다가도 부족하거나 알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주변에 도서관 같은 것도 있어서 쉽게 책을 찾아볼 수도 있어서 좋잖아요. 근데 북한은 그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죠.

박소연 : 북한에서는 공부한다고 하면 여러 명이 같이하는 걸 말해요. 근데 남한은 대체로 혼자 하더라구요. 북한에서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은 공부 못하는 아이하고 잘 하는 아이가 같이 붙어서 하는 걸 뜻하는데요. 이유는 누군가 가르쳐줘야 하니까요... 보통 선생님이 조를 짜서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잘하는 애를 붙여줘서 문제 풀이를 돕도록 하는데 그런 점이 서로 너무 다르죠.

이해연 : 북한에서는 방학 때 혼자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성격이 급한 애들 같으면 그 문제를 가지고 바로 선생님 집에 찾아갑니다. 그나마 그 정도로 노력하는 애는 정말 공부를 잘하는 친구이고요. 대부분은 그러진 않죠. 그렇다고 같은 반 애에게 간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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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 그리고 남북이 다른 게 또 있어요. 북한은 선생님들마다 수준이 다 달라요. 근데 남한은 대학을 나와도 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시라는 어려운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의 수준이 정말 높아요. 그런데 북한은 교원대학을 졸업하면 무조건 소학교(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사범 대학을 나오면 중·고등학교와 지방대학 교수까지 해요. 대학 졸업증만 있으면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해연 : 북한은 대학 졸업증을 따는 순간부터 교원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이 주어지죠.

박소연 : 그렇죠. 가령 뇌물을 주고 대학을 졸업한 선생님이 교원으로 올 경우, 학생들은 교원의 실력을 거의 다 알아요. 교사가 수준이 없어도 부모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실 이게 참 곤란한데, 남한은 학년마다 담임교사가 바뀌지만 북한은 1학년 1학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같은 선생님이 끝까지 담임을 맡거든요.

이해연 : 북한 소학교는 모든 과목을 한 선생님이 다 맡아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박소연 : 그렇죠. 부모들은 선생님이 수준이 낮아도 잘못 보이면 자녀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북한 아이들의 공부는 그야말로 운인 것 같아요. 수학을 잘하는 선생님이 담임으로 오면 그 학급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게 되는 거죠. 

 

박소연 : 대학도 마찬가지죠. 북한에서 준박사를 남한에선 석사라고 부르지만 박사는 같아요. 북한은 박사가 아니어도 대학교수를 하거든요. 남한은 대학 교수들은 거의 다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입니다. 북한에서는 공부를 잘하거나 열중하면 ', 너는 박사하려고 그러니?' 얘기해요. 그만큼 박사가 귀하거든요. 근데 남한은 흔히 박사가 발에 차인다고 하죠? 그만큼 많다는 얘깁니다. 남한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했어요. 배움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교육 수준이 그만큼 높은 거죠.

이해연 : 남한은 그렇게 배워도 보람이 있잖아요. 힘들게 배워도 사회에 나가면 그걸 인정을 해주고 그에 따른 대가가 주어집니다. 북한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장마당에 앉아서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박소연 : 과거 북한에서 대학을 선호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간부가 되기 위한 3대 기준 제대군인, 대학졸업, 노동당 입당을 갖추기 위해서였어요. 근데 남한은 대학을 3개씩 나온 사람들도 있어요. 대학을 이미 졸업했는데도 어떤 분야에 호기심이 생기면 그걸 또 전공하러 대학에 간다는 거예요. 지금도 저는 이해는 안 돼요.


이해연 : 저는 이해됩니다.

박소연: , 그럼 다른 입장인 제가 뭐가 돼요! (웃음) 해연 씨는 어떤 점에서 이해가 돼요?

이해연 : 내가 선택한 데 대해서 항상 만족하는 건 아니잖아요. 비록 선택 했어도 해보니까 이건 내 길이 아니라고 하면 유턴해서 다른 걸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현재 새롭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자격증을 딴다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감정도 느끼면서 살면 좋을 것 같거든요.

박소연 : 그걸 남한에서는 배움의 즐거움이라고 하잖아요.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운다는 선조들의 얘기가 많이 와 닿네요. 그런 면에서삶은 인생의 대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연 : 제가 사이버 대학을 다니는 목표는 취업을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배우는 과정이 필요해서인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에 있었으면 싫은 공부를 왜 하냐고 할 텐데... 지금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방학이라 잠깐 공부를 안 하고 쉬고 있잖아요. 공부와 일을 같이하던 일상이 갑자기 바뀌니까 허무한 거예요.

박소연 : 너무 허무해 하지 마세요. 한 달 후면 바로 시작이거든요. 사람은 중간에 쉼이라는 점이 꼭 있어야 해요. 저도 사이버 대학 다닐 때 일하면서 공부했어요. 막상 기말고사까지 끝나고나니 너무 허전한 거예요. 뭐라도 막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 시간도 잠깐이더라고요. 금방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현재를 즐기세요. 머리도 좀 쉬어야 합니다. 조금은 다른 얘긴데 요즘에는 남한으로 유학형 탈북을 하는 북한 젊은 층들이 늘고 있다고 하죠?

 

이해연 : 제 주변에도 있어요. 한 친구는 평양에 있는 박사원을 다니다가 졸업하면 뭘 할까 생각하니까 앞이 깜깜해지더라는 거죠. 결국 탈북을 선택했고 지금은 남한의 명문 대학을 다니면서 꿈을 펼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박소연 : 인생에서 꿈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중 80% 정도가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했어요. 북한 같으면 꿈도 못 꾸는 현실이죠. 물론 남북의 교육 환경이나 교육의 질이나 교육을 통해서 얻어지는 목표나 성과가 다르지만, 자식을 공부시키고 싶은 부모들의 바람은 남이나 북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이해연 :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이 대학에 가지 않고 장마당에 앉아서 감자나 파는 것을 바라겠어요. 자식이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사각모를 쓰고 졸업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로서는 최고의 행복인데, 그 꿈을 펼칠 수 없는 환경에 살다 보니 차라리 시장에서 돈을 벌라는 말로 위로한다고 생각해요. 진심이 아닌 거죠.

 

박소연 : 통일이 되면 탈북민들이 남한에서 배웠던 지식들을 북한에 가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순간들이 꼭 올 거라고 믿어요. 북한 주민들도 배우지 못한 한을 풀 수 있는 세상에서 하루빨리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방송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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