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을 자유

서울-박소연 xallsl@rfa.org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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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년 차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을 자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사직 제1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하지 않을 자유

 

박소연 : 해연 씨, 안녕하세요.

이해연 : , 안녕하세요.

박소연 : 좀 지나긴 했지만, 6 1일에 남한에서는 큰 선거가 있었잖아요?

이해연 : 있었죠. 북한에서 6 1일은 아동절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선거일이었어요. 대한민국에 와서 처음으로 참가하는 선거였습니다.

박소연 : 대통령 선거는요?

이해연 : 이번에는 내가 사는 지역의 시장이랑 도지사, 시의원 등을 뽑는 지방 선거였는데요, 사실 저는 대통령 선거 때는 참가 안 했어요.(웃음)

박소연 : 북한 같으면 당장 생활 총화입니다! (웃음)

이해연 : 바로 처벌하죠.

박소연 : 대통령 선거는 올해 3 9일에 있었죠?

이해연 : 그때는 남한에 온 지 얼마 안 됐고,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몰라서 그냥 참가 안 했어요.

 

10년 전, 정착 1개월 만에 투표소 갔던 소연 씨와

모르는 건 안 하는 해연 씨

모르는 것에 당당한 태도는 세대차인가, 10년 차일까?”

 

박소연 : 해연 씨와 저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10년 차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10년 전에 하나원에서 나온 지 한 달도 못 돼서 대통령 선거를 하는 거예요. 당시엔 북한의 혁명 정신이 살아있었어요. 국가에서 하라는 건 죽어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선거 당일 바지 주름을 쫙 세워서 갔죠. 동네 복지관에서 하더라고요. 그런데 남한 인민들은 편하게 슬리퍼를 신고 왔더라고요. (웃음) 대통령 선거를 하러 갔는데 저도 해연 씨랑 똑같은 게 내가 이 사람이 과거에 뭘 했는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아예 모르는 겁니다. 그런데도, 그때는 좋았어요. 자유민주주의 나라에 와서 내 손으로 직접 도장을 가지고 대통령 후보자들이 여러 명 있는데, 팔짱을 딱 끼고 봤어요. 누구를 찍을 것인가? 개폼을 잡긴 했지만 결국은 개념이 없이 찍었던 경험이 있는데, 해연 씨가 지금은 모르니까 참가를 안 했다는 소신은 또 그대로 좋은 거 같아요.

 

정착 2년 차, 남한에서의 첫 투표는 어땠을까?

투표 과정 자체는 간단했지만

누굴 찍어야할 지 고르는 것이 가장 힘들어

 

이해연 : 일단 가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도착하면 먼저 신분 확인을 하더라고요. 신분 확인이 끝나고 투표지를 4장 정도를 주는데 신기했어요. 북한은 선거하면 후보가 한 사람 정해져 있고, 인민들은 그저 찬성한다고 표시만 해서 그거를 투표함에 그냥 넣기만 하면 돼요. 투표하는 곳은 천으로 가려져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서 비밀스럽게 찍을 수 있게 돼 있고요. 투표장은 정말 너무나 조용했어요. 잘 못 온 줄 알았습니다… (웃음) 문제는 누구를 찍을지였는데요. 투표하러 오기 이미 오래전에 공약집 자료가 집으로 오잖아요? 그걸 다 읽어봤는데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쨌든 내 마음 가는 대로 찍고 나왔더니 이번엔 2차까지 있다고 투표용지를 또 줘요나는 한 번 하면 끝나는 줄 알았어요. 투표 자체는 간단하긴 했는데 누구에게 표를 줄 지 그 선택이 힘들었어요. 제가 투표했던 기준은 예를 들면, 내가 사는 마을에 지하철이 없어요. 근데 지하철을 여기에 들여오겠다는 공약을 했다든지, 제가 청년이다 보니 청년들이 취업하는 게 큰 문제로 느껴지거든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분들을 위주로 투표했죠.

박소연 : 6 1일은 남한에서 전국 동시 지방 선거의 날이고, 지방 선거는 도지사, 시장, 구청장을 비롯해서 교육감, 그리고 시, , 구마다 의회가 있어요. 그 의회 의원들과 광역시 의회 비례대표, 기초의원 비례대표 등을 뽑는 선거랍니다

이해연 : 투표용지도 많고 당도 너무 많아서 머리가 복잡했어요.

박소연 : 북한은 장군님 한사람이면 끝이잖아요. (웃음) 남한은 너무 많아 복잡해요. 아까 해연 씨가 투표장에 갔는데 너무 조용했다고 했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은 선거일이 정해지면 그날 하루에 다 해야 해요. 사전 투표가 물론 있기는 있어요. 그러나 그게 극소수에 불과해요. 장애인이거나 거동을 못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인민반장과 위생반장이 투표함을 가지고 가서 직접 받아와요. 그리고 장기 출장 간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당일에 해요. 남한과 달라요. 남한은 사전 투표 날짜를 미리 열어놓았기 때문에, 꼭 투표날이 아니더라도 사전에 가서 미리 하니까 당일은 좀 한가한 것 같습니다.

이해연 : 사전 투표는 굳이 내가 등록한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일 때문에 다른 곳에 가 있더라도 가까운 투표소에 가서 투표 당일이 아닌 공고한 사전 날짜에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네요. 그리고 6 1일 투표 당일에는 자기가 사는 고장의 지정된 투표소에 가서 투표해야 하고요.

 

북한의 선거는 단일 후보의 찬성 반대를 묻는 투표

99% 참여의 99% 찬성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투표장으로

투표소는 온종일 사회주의 찬양 노래가 울리고

초등학교 학생들 꽃부채 들고 도로 행진

 

박소연 : 남한에는 선거 유세를 할 수 있는 날도 정해졌어요. 선거 유세는 선거 전날 자정까지입니다. 그러니까 선거일은 조용한 겁니다. 북한은 선거 분위기를 띄운다고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꽃부채를 들고 도로를 행진하죠.

이해연 : 맞아요. 북한은 무조건 그날에 가서 참가해야 하니까 당일은 사람들이 많이 밀려 있잖아요.

박소연 : 북한은 선거장에 아침부터 가서 기다렸다가 간식표 같은 용지를 나눠주는데, 거기에 표시하고 그냥 하얀 통 안에다 넣고 나오는 게 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해연 : 그냥 가서 무조건으로 찬성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형식적으로 할 걸 왜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오라 가라 하지,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어차피 이제는 남한에 왔으니까 이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요. (웃음) 사실 그렇게 할 거면 그냥 알아서 해야지, 왜 그렇게 할까? 이런 생각이 항상 있었거든요.

 

북한은 인민이 수령에게 공약

남한은 인민들에게 공약

 

박소연 : 그리고 해연 씨가 후보들이 내거는 공약을 잘 몰라서 미리 배포된 공약집을 공부해서 갔다고 했잖아요?

이해연 : 읽어도 잘 모르긴 했지만 그래도 읽어보는 것이 안 읽어보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서요.

박소연 : 보통 공약을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말해요. 내가 만약에 시장이 되면 이런 약속을 실천으로 여러분들에게 보여주겠다. 이거잖아요? 북한으로 말하면 붉은 맹세죠.

이해연 : 북한은 그런 맹세는 잘하는데 실천이 안 되는 것이고…(웃음)

박소연 : 북한은 우리는 장군님과 당에 충실한 인민이 되겠습니다라며 인민이 공약하는 거지 장군님이 공약하지는 않잖아요.

이해연 : 그러니까요. 남한에서는 선거 운동 기간에 밖에 나가면 트럭이나 버스를 타고 스피커를 크게 켜놓고 나는 누구, 후보 몇 번이다. 기호 몇 번이다소리치잖아요.

박소연 : 후보자들이 스피커를 크게 튼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아파트 골목까지 들어와요. 트럭에서 북한에서도 유명한 남한 트로트 노래가 나와요. 예를 들어서 장윤정의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이런 노래가 있으면 노랫말을 바꿔 불러요. ‘무조건 지킬 거예요라는 둥... 처음에는시끄럽게 왜 저래이랬는데 어느 순간에 그 노래를 따라 불러요. (웃음)

이해연 : 들어보면 재미있잖아요.

박소연 : 북한에서는 노래를 왜곡했다간 큰일 나잖아요.

이해연 : 큰일 나죠. 남한은 선거기간에 노랫말을 마음대로 바꿔서 부를 수 있지만 북한 선거는 되게 엄숙하잖아요

박소연 : ‘장군님 따라 천만리등 이런 사상 노래만 부르죠. 이제 10년 차가 되니까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열린 것 같아요. 제가 사는 지역이 경기도라 경기도 지사를 뽑아야 하잖아요. 북한으로 말하면 경기도당 책임 비서인 거예요. 책임 비서 자리는 한 명인데 거기에 후보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집집마다 각 후보의 사진과 공약을 적은 자료들이 와요. 제일 마음이 가는 문구는서민의 삶에 공감하는 경기도 지사가 되겠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서민이면 북한 말로 인민이잖아요? , 이 사람 좋다. 이렇게 공약에 적힌 한 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안 찍을 수가 없죠.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을 찍게 되더라고요.

 

남한에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또 그 역동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또 선거인데요. 실제로 선거 날 개표 방송은 밤을 패고 볼 정도로 긴박감이 있습니다. 남은 선거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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