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은 그런 일탈적인 행동을 생각하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계획적이고,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배웠고 질서가 주는 아름다움, 그리고 질서에서 오는 조화로움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선 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무질서 또 즉흥성, 부조화 속에서 질서보다 깊은 아름다움을 찾았습니다. 가능한 얘기일까 궁금하실껍니다.. 저는 바로 '재즈'라는 음악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었는데요 질서보다 조화보다 규칙보다 아름다운 무질서와 부조화의 음악, 재즈. 여러분께 오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 곡입니다.
Chico Freeman-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재즈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에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이 고생스러운 삶을 한탄하거나 위안을 얻기위해 시작한 음악입니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흑인 노예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음악으로 표현한 겁니다. 지금 뒤로 흐르는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썸타임즈 아이 필 라이크 어 마더레스 차일드 - 나는 때때로 엄마 잃은 아이처럼)도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의 마음을 표현한 곡입니다. 미국의 비주류, 흑인 음악이었던 재즈는 1900년대 초부터 백인들에게 퍼졌고 유럽을 거쳐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함께 합니다. 이젠 음악 전반의 큰 흐름을 주도하는 중요한 표현 양식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미제의 것으로 치부돼 전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재즈 라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계기는 호주 멜버른에서는 매년마다 열리는 국제 재즈 축제에 연주가로서 참여할 때부터입니다. 클래식 피아니트스가 왜 재즈 축제에 초대됐냐고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제가 고향을 떠나온 사연을 듣고, 행사의 관계자가 저를 초대를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재즈를 듣고, 자유로운 음악에 대한 갈망으로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뛰쳐나온 저의 이야기가 정말 ‘재즈적이다’ 라고 말하더군요. 이처럼 제가 만난 사람들은 이 ‘재즈’라는 음악을 ‘자유’에 대한 추구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재즈를 통해 만나본 세상. 이 노래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 아! 이 멋진 세상이라는 곡입니다.
Louis Armstrong - What A Wonderful World
'재즈'가 ‘재즈’ 라는 이름의 갖게 된 것은 1800년대 말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즈에서부터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뉴올리언즈 재즈'라고 불렸습니다. 뉴올리언즈 재즈의 초기 악단들은 6-7명으로 구성돼 주로 트롬본, 튜바 같은 관악기를 연주했습니다. 연주자들은 각각의 선율을 함께 연주하기도 하지만, 중심 연주자가 알려주는 주선율을 중심으로 즉흥적인 곡조를 창조해서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뉴올리언즈 재즈 거장으로는 킹올리버, 닥터존, 그리고 지금 뒤에 흐르는 곡을 부른 유명 트럼펫 주자. 루이 암스트롱이 있습니다. 걸죽한 목소리 우린 이걸 막걸리 목소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런 막걸리 목소리에 걸맞는 넉넉한 외모의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나쁘지 않으시죠? 한곡 더 들어보겠습니다. ‘안녕 돌리’라는 곡입니다.
Louis Armstrong -Hello Dolly
1940년대 초 많은 흑인들은 남쪽 시골에서 군수 산업이 모여있는 북쪽으로 이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들과 함께 건너온 흑인 음악들이 스윙, 멜로디와 합쳐져서 '리듬 앤드 블루스'라는 새로운 음악이 탄생을 합니다. 기쁨과 슬픔 다양한 인간 감정들을 노래 가사와 리듬, 곡조에 담는 이 음악은 악기조차도 사람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감정에 충실한 새로운 재즈의 한 양식으로 자리 잡습니다. 리듬 앤드 블루스의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레이 찰스를 들 수 있습니다. 레이 찰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는데요. 흑인과 맹인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고 ‘리듬 앤드 블루스’의 거장이 된 그의 음악 인생은 최근 ‘레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레이 찰스의 ‘힛 더 로드 잭’ 번역하면 ‘잭 떠나!’ 정도 되겠습니다.
Ray Charles - Hit the Road, Jack
1960년 들어선 재즈는 폭동과 논쟁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를 겪으며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악기로 귀청이 찢어지듯 날카로운 소리를 만들기도 하고 음악이 아닌 소음을 이용해 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음악가들은 지금까지 들어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을 추구했습니다. 마치, 이 시기 젊은이들이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던 것과 같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 음악은 여러분께 들려 드리기에 너무 전위적이고 또 기네요.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재즈 음악이 추구하는 바가 ‘자유’ 듯 재즈는 어떤 한 가지로 꼭집어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음악이든지 재즈가 될 수 있고 재즈는 또 어떤 음악도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연성, 즉흥성, 자율성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재즈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흑인들의 자유를 향한 목소리가 이런 음악으로 자리잡았듯이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 출구를 찾기 마련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유를 향한 우리들의 목소리는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식으로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억압되고 눌려졌다고 하더라고 자유를 향한 목소리와 갈망은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끝으로 기분 좋은 재즈 음악 한 곡 들려드리면서 저는 물러갑니다. 척 맨지오니의 ‘필소굿’ ‘기분이 좋아’라는 곡입니다. 다음시간까지 안녕히계세요.
Chuck Mangione- Feels so good
지금까지 진행에 피아니스트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