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민위원회 대의원 선거 앞두고 복수 후보 사상 첫 도입
- 실제 선거 어떻게 진행됐나?
- 북한 당국의 의도는?
- 북한 갑자기 닥친 한파, 물가 20~50% 상승
- 1년 이상 지속 물가 상승으로 북한 경제 버티는 중산층 무너지나?
- 쌀밥 먹던 중산층 강냉이밥으로, 강냉이밥 먹던 서민층의 상황은?
북한에서는 이달 11월 26일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보통 북한의 선거는 당이 정한 1명의 후보에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형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뽑는 예비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이 예비 선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김지은 기자 : 소식통들은 양강도의 선거분구들에서 4일, 유권자 회의가 일제히 진행됐고 바로 이 자리에서 새로 개정된 선거 준칙을 전달되며, 2명의 후보자를 소개했다고 전했습니다. 후보자들의 출생과 학력, 경력, 공로가 발표되고 같은 자리에서 예비 선거를 진행해서 두 명의 예비 후보 중 한 명을 선출했다고 합니다.
예비 선거는 별도로 마련된 방으로 주민들이 투표용지를 갖고 들어가서 2명의 후보자 중 한 명에게 동그라미를 그려서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었는데요,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선거를 지도하는 동사무장이 주민들에게 여러 차례 “반드시 한 명의 후보에게만” 동그라미를 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겁니다. 주민들이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투표 방식이니 이런 식의 설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몇 개 선거분구의 예비 선거 결과를 종합해서 한 명의 대의원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 될 것 같은데요 . 한 명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구는 몇 개의 선거 분구로 구성됩니까?
김지은 기자 : 전체 대의원 숫자가 대략 680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북한의 행정 구역은 1개 직할시, 3개 특별시, 9개 도로 나눠지니 계산해 보면 한 개 도(道)에서 50명~60명 정도의 대의원을 뽑는 셈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몇 개의 선거구로 나뉘고 그게 다시 몇 개의 선거 분구로 구성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규정은 나와 있는데요, 해당 선거분구들의 예비 후보자 선거 결과를 종합해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최종 대의원 후보로 선정이 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다만, 예비 선거는 한 번만 치러진다고 하니, 세부적인 사항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선거는 어떤 방식이었습니까 ?
김지은 기자 : 선거 날짜 이전에 유권자 회의가 열립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후보자가 소개되는데 항상 당이 미리 정한 1명의 후보자였습니다. 또 후보자를 소개하며 후보자의 경력을 알려주는데요, 말하자면 유권자 회의라는 것은 주민들에게 후보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실제 그곳 주민들은 한 번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농촌지역 선거구의 대의원 후보로 도시의 어느 공장 지배인이 지명되는가 하면 반대로 도시 선거구에 어느 협동농장 관리 위원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거날에는 이 후보자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투표가 이뤄지는데 실제로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표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를 표하면 나중에 찾아 처벌합니다.
그야말로 무늬만 선거입니다 .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그러나 당에서는 선거를 인민 주권을 다지는 행사라고 선전합니다. 그래서 선거철에는 '모두 다 찬성투표하자', '일심단결의 위력을 시위하자'라는 등 민주국가에서는 나올 수 없는 구호들이 거리에 나붙습니다.
투표라는 형식으로 포장한 최고지도자, 노동당에 대한 충성 확인일 뿐입니다. 이런 투표가 단일 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 투표에서 선택의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작지만 놀라운 변화로 보입니다.
소식통이 참여한 선거분구의 후보는 2명 모두 여성이던데요, 이 중에서 양정사업소 지배인이 선출됐습니다. 주민들의 70%의 넘는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주민이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지은 기자 : 두말없이 식량문제가 유권자 지지의 첫 번째 기준이었습니다.
소식통이 전한 한 선거분구에 지명된 대의원 후보자는 2명으로 양강도 양정사업소 지배인 최혜영(79년 생)과 압록각 경리(회계 관리) 김인희(73년생)였습니다.
주민들은 먹는 문제, 즉 식량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할 것인가가 표를 던지는 기준이었다는데, 따라서 식량 부분에 오래 근무한 양정사업소 지배인이 많은 표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김지은 기자 : 주민들은 난생처음으로 경험하는 선택적 투표가 놀랍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소식통은 선거위원장을 맡은 동사무장의 선거 준칙 발언을 듣고 후보에 대해 큰 관심을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어떤 인물인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선거 당일에 아침 일찍 나가 출석 확인을 하듯 표를 받아서 투표함에 넣으면 끝나는, 결과에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무의식적인 투표 행위와는 다른 현상입니다.
선거 방식 변화의 의미 , 어떻게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 이번 선거 방식이 내년 3월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도 적용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복수 후보에 대한 선택적 투표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도 적용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지난 8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14기 27차 전원회의에서 대의원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김정은을 선거에서 배제했다는 것입니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은 90년대까지 수령직을 재신임하는 선거를 진행해 왔습니다. 전국 선거가 아닌 1호 선거구를 지정해 100% 선거 참여, 100% 찬성하는 형식적인 선거라도 진행해 왔으나 이제 이런 형식을 아예 없앤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선거 방식 변화에 대한 북한 고위 관리 출신 탈북민들의 의견을 물었는데요, 대부분은 북한이 이처럼 새로운 선거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선거 방식에 '민주주의적' 변화가 있음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민심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선거에서 일종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당국도 복수 후보자를 낸 것은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문성휘 기자 : 지방 선거 입후보자 선택 제도, 이게 북한 주민들로선 너무도 신선하고, 김정은이 무언가 변화를 시도하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김 기자가 지적한 대로 이것이 이번 복수 후보자 도입의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겨우 지방대의원 선거에 입후보자 선택 제도를 도입했지만 동유럽이나 소련과 같은 나라들은 사회주의가 시작된 때부터 농촌이나 공장의 책임자를 선발하는 제도, 지방 의원 선거에서는 입후보자 선택 제도를 일상적으로 실시해 왔다고 하고요.
소련의 경우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전 기간 연방의회, 북한으로 말하자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죠. 이런 선거에서도 입후보자 선택 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북한이 앞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도 입후보자 선택 제도를 허용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설령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도 입후보자 선택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이건 체제 결속을 위한 것이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북한 주민들의 활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달라질 것도 없을 것이라 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 서울은 이번 주부터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는데 북한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라고요.
문성휘 기자 : 네, 양강도의 경우 지난 3일 저녁부터 갑자기 눈이 내리면서 기온이 급속히 하락했다고 하는데요. 소식통들의 주장으로는 11월 1일, 한낮의 온도가 영상 15도로 초여름의 날씨였는데, 11월 5일에는 한낮의 온도가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방한용품을 비롯해 다른 물가도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군대 동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북한의 군인들에게 겨울용으로 보급되는 솜 신발인데요. 일반 주민들도 구입해 신습니다. 군대 동화의 경우 진품과 가품이 있습니다. 진품은 공장에서 만든 정품을 뜻하고 가품은 개인들이 집에서 모방해 만든 가짜 상품인데요. 혜산 장마당에서 11월 1일까지 군대 동화 진품은 북한 돈 54,000원(6.35달러), 가품은 북한 돈 31,500원(3.7달러)이었는데, 눈이 내리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11월 5일에는 군대 동화 진품이 북한 돈 75,600원(8.89달러), 가품이 54,000원(6.35 달러)으로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또 날씨가 추워지면서 계란 가격이 북한 돈 1천 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는데 이는 날씨가 추워지면 닭들이 알을 낳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개인들이 집에서 제조한 술도 날씨가 따뜻했던 11월 1일까지 한 병에 북한 돈 3천2백원이었는데, 날씨가 추워진 11월 5일에는 한 병에 북한 돈 4천원으로 올랐는데 그 이유가 땔감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초겨울을 맞아 북한에도 감기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11월 1일까지 1알당 북한 돈 80원이던 중국산 감기약 P500은 11월 5일에 1알당 북한 돈 110원으로 올랐다고 하고요. P500은 우리 탈북자들이 흔히 정통편이라고 부르는 중국산 감기약입니다. 기존엔 알약에 한자로 ‘정통편’이라고 새겨져 있었는데 지금은 P500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항생제인 중국산 목사졸, 한국에서는 코트리목사졸이라고 부르는 알약인데요. 11월 1일까지 목사졸은 1알당 북한 돈 300원이었는데 11월 5일에는 1알당 북한 돈 500원으로 올랐고, 아목실린, 한국에선 아목시실린이라고 부르죠. 아목실린도 1알당 북한 돈 230원에서 300원으로 올랐고, 설사약인 테라미찐, 한국에서는 테라마이신으로 불리는 약입니다. 테라미찐은 한 통에 10알씩 포장된 약인데 11월 1일까지 한 통에 북한 돈 300원이었으나 11월 5일에는 한 통에 400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약값 상승률은 거의 두 배를 상회합니다 .
문성휘 기자 : 그렇습니다. 다만 이런 물가 상승은 추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코로나 봉쇄 이전보다 높습니다.
북한 역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영향을 받은 것인데요, 다만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미 2020년부터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데 비해 북한은 그보다 훨씬 늦은 올해 2월부터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2월부터 물가가 상승해 5월엔 절정을 이루었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이 늦게 시작되었지만 그만큼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북한 주민들이 근래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쌀 등 곡식 가격은 어떻습니까 ?
문성휘 기자 : 예년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가을철을 맞으며 북한의 식량 가격은 많이 내렸습니다. 올해 북한의 농사가 잘되었습니다. 예년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물가와 비교할 때 북한의 식량 가격은 안정세를 찾은 것으로 보이고요.
올해 북한에서 식량가격이 제일 높았을 때가 8월 초였는데 당시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에서 입쌀(쌀)은 kg당 북한 돈 8,200원(0.96달러), 밀가루 kg당 8,500원(1달러), 강냉이는 4,500 원(0.52달러), 메주콩이 6,000 원(0.70달러)이었는데요.
11월 1일 기준 혜산 장마당에서 입쌀은 kg당 5,600원(0.65달러), 강냉이는 2,600원(0.30달러), 메주콩은 3천400원(0.4달러)이라고 합니다. 8월 초에 비해 입쌀은 2,600원, 강냉이는 1,900원, 메주콩은 2,600원이나 하락한 것입니다.
기사에서 지적하셨지만 주민들이 장마당에 내다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품목은 가격이 그대로이고 구입해야 하는 물건의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는데요 , 일정 기간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 서민 경제 전반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문성휘 기자 : 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오른 가격들은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장기적인 영향은 분명 있습니다. 올해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제일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이 중산층이라고 합니다.
올해 북한에서 아사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남한의 여러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는데요.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서민층도 타격을 많이 받았지만 중산층 역시 수입은 늘지 않았는데 물가가 급격히 오르다 나니 이를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순수 쌀밥을 먹던 중산층이 입쌀(쌀)에 강냉이를 섞어 먹든지, 아니면 아예 주식이 강냉이로 바뀌는 등 서민층으로 떠밀리는 현상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국경을 개방하고 중국과의 교역을 활성화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중산층이 서민층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해 봅니다. 결국 중산층이 서민층으로 밀려난다는 건 그만큼 북한도 경제적으로 쇠락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지은,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