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이 화재신고 ‘119’ 독려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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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 미국은 911, 한국은 119, 북한은?

- 평양 아파트 노인들이 아침마다 도시락 싸서 외출하는 이유

- 주체연호 사라진 '2025년 북한 달력' 김일성, 김정일 생일 명절은?

[ 진행자] 미국에는 911, 한국에는 119가 화재 등 비상 상황 신고 전화입니다. 화재나 사고를 신고하기도 하지만 아플 때 구조를 요청하기도 하는데요. 안 기자, 북한에도 119 가 운영되고 있나 봅니다. 번호도 똑같이 119인가요?

[ 안창규 기자] 맞습니다. 사실 북한은 빛섬유(광)케이블을 사용하는 유선전화를 도입했을 하면서 보위부, 안전부, 소방대 등의 비상 신고전화 번호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때가 2007~2008년 경이라고 생각되는데 당국이 비상 신고 전화번호 사용 독려를 위해 각 기관 공장, 기업소 사무실 벽에 안내문을 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당시 북한에는 휴대전화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고 일반 가정은 물론 공장, 기업소도 유선 전화기가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전화로 뭔가 신고할 여건이 아니었지요.

지금은 각급 기관, 공장, 기업소에 유선전화가 연결되고 휴대전화 사용도 대중화되어 비교적 전화를 통한 신고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화를 통한 신고나 통보를 독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국에 통일된 긴급 번호는 보위부, 안전부 신고에 먼저 도입됐습니다.

[ 진행자] 사고나 화재보다는 반국가 활동 신고를 중요하게 본 것이군요.

[안창규 기자] 그렇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북한은 최근 최고 존엄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나 반당 반국가적 행위, 각종 범죄와 불법행위를 전화는 물론 문자, 우편, 혹은 서면을 통한 신고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문자나 서면으로 신고하는 경우 반드시 신고자의 이름과 직장 직위, 집주소를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 북한에서 119 신고는 화재 진압과 관련된 지원만 가능합니다. 임의 시간에 전화해도 신고가 정확히 접수되고 신속하게 소방대가 출동해야 하는데 이 수준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평양이나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 특히 농촌은 때 없이 정전이 되고 공중에 가설한 전화선이 바람에 끊어지는 일도 잦아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 주민들은 전화나 문자를 통한 신고 체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국이 최근 전화를 통한 화재 신고 체계를 선전하고 독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119는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서도 출동하는데요, 북한의 경우 경제난에 의한 생활고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 좋지 않은데 지방의 경우 아직 응급 의료 지원을 위한 체계는 아직 미비합니다. 따라서 지역 병원 구급과에 전화를 해도 의사나 구급차가 출동할 여건이 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진행자] 과거에도 소방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유명무실하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최근엔 운영은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민들에게 크게 신뢰는 없다고 하죠. 그렇다면 급할 때 북한 주민들이 기댈 곳은 어딥니까?

[ 안창규 기자] 가족이나 이웃입니다. 그나마 평양과 대도시는 괜찮지만 지방은 소방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내 혹은 읍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방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읍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마을에서 불이 나면 도움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소방대가 준비를 갖추고 출동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도로가 좋지 않아 화재 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방 소방대가 보유하고 있는 소방차는 정말 오래된 장비입니다. 2014년경 러시아가 북한에 소방차 50대를 지원했는데 대부분 평양과 주요 대도시에 배분되었고 이미 10년이 지난 일입니다. 지방 소방차가 1960~70년대 소련제 트럭인데 너무 낡아 방수포가 물을 멀리 내뿜지 못하며 차에 적재하고 있는 물량이 적어 주민들이 동원돼 바께쯔(양동이)로 소방차에 물을 보충해 주는 게 보통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방차의 도움을 받았다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북한 소식통들은 소방차가 불길이 다 잡혔을 때 나타나 마지막 마무리나 하는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화재가 나면 마을 주민들이 동원돼 자체로 진압하는 게 보통입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 소방대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점심시간에 갔었는데 당직을 서는 대원 1명만 있었습니다. 다 어디 갔는가 물었더니 주변 민가에 점심 먹으러 갔다고 하더군요. 한국처럼 소방관들이 상시 동원 준비를 갖추고 24시간 대기하는 게 아닌 겁니다.

또 북한 소방대원은 군복무를 하는 병사들입니다. 뇌물이나 부모 힘을 이용해 군대에 가지 않고 안전부에 소속된 소방대에 근무하는 건데 이들은 도시에서 편안히 지내면서 있다가 대부분 대학으로 빠집니다. 결국 몇 년간 군 경력을 쌓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북한은 국가가 화재 진압에 필요한 소방차의 연료를 보급해 주지 않습니다. 소방차가 출동한 경우 화재가 발생한 기관이나 가정에서 기름값을 내야 합니다.

주민 세대에 화재가 나도 문제지만 공장 기업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을 북한 당국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관에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기 위한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형식이지만 물탱크, 모래주머니 등 당국이 지정한 방화 도구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 진행자] 소방차 연료를 불을 낸 가정이나 공장 기업소가 내야 한다면 소방대를 부를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방대는 편하게 있다 가는 곳이라는 얘기가 나오나 봅니다.

평양 아파트 얘기도 좀 해보겠습니다. 한국은 아파트마다 베란다를 설치하는데 요즘은 없애는 게 추세죠. 북한은 베란다가 있는 새 아파트가 요즘 부러움의 대상이라고요. 그 이유를 보면 새 아파트 외관은 흠잡을 데가 없지만 주민들 생활에는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안창규 기자] 그런 면이 큽니다. 북한 아파트는 한국처럼 각종 물건이나 식자재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방의 경우 각종 잡동사니는 물론이고 김치독 같은 걸 바깥 창고에 보관하지만 평양에서는 보통 베란다에 보관합니다.

하지만 베란다가 노출된 상태다 보니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바람과 빗물이 그대로 들이치고 눈이 오면 눈도 쌓여 물건을 보관하는데 불편합니다. 그래서 과거 일부 평양 주민들이 베란다 전면을 비닐로 창문을 만들어 둘러 막았습니다.

베란다를 이렇게 둘러 막으면 물건을 보관하는 데도 좋고 난방에도 도움이 돼 방 온도가 최고 3도 정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겨울에 온수 난방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평양 아파트들은 저마다 베란다에 창문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당국이 도시 미화에 좋지 않다면서 다 해체하게 했습니다.

평양 5만 세대 주택 건설이 추진되면서 지난 3년간 건설된 송화거리, 화성거리, 림흥거리의 새 아파트도 베란다는 개방돼 있습니다. 유독 4,100가구 규모의 전위거리 아파트만 베란다에 규격화된 유리창을 달게 설계됐고 그대로 건설됐습니다.

겨울에 온수난방이 오지 않아도 추위를 막아주고 각종 물건 보관에 편리하며 특히 먹을 때마다 베란다에 놓았던 언 김치를 칼로 뜯어내는 번거로움이 없는 전위거리 아파트를 평양 주민들이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또 북한에는 생계형 도둑이 너무 많아 주민들이 아파트 1~2층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베란다에 규격화된 유리창이 막혀 있으면 도둑을 막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점도 전위거리 아파트를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이런 생활 편의를 고려해 지금 건설하고 있는 화성거리 2단계(전체적으로는 4단계) 아파트 베란다에 규격화된 창문을 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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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사는 사람들이 편하고 살기 좋아야 좋은 집이죠. 그렇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보이는 것에 큰 공을 들입니다. 고층에 깔끔하고 서구적으로 보이는 평양의 새 아파트들, 김정은의 큰 자랑인데요. 2025년 달력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김 기자, 지난해 달력에도 평양의 고층 아파트 거리를 볼 수 있었는데 올해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올해 달력, 주목해서 볼 만한 부분은 뭘까요?

[ 김지은 기자] 2025년에는 아직 지난해와 같이 탄도미싸일 등이 등장한 군사 무기 달력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확인되는 번지는(넘기는) 달력은 4가지입니다. 김정일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일대의 풍경을 담은 달력, 평양시 건축물 풍경, 전국의 이름난 명승지를 담은 풍경 달력이 있고 마지막으로 조선 한복을 선전하는 달력이 있습니다.

제가 눈여겨 본 달력은 백두산 달력인데요,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의 고향인 백두산 달력은 12장짜리 달력 하나로 제작한 반면에 김일성의 고향으로 일컫는 만경대 사진은 북한 명승지를 소개하는 달력에 단 한 장만 실려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해 달력에서도 지적한 부분이지만 북한의 달력을 보면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달력에 비춰진 평양의 야경은 번쩍이는 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지만 도로에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실사가 아니라 컴퓨터로 그려 만든 사진이라고 해도 너무나 비현실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도 전기가 없어 시간제 전기를 공급한다고 합니다. 하루 3시간 정도 공급되면서 30층 이상에서 살고 있는 노인들은 아침저녁으로, 전기가 잠깐 와서 승강기가 움직이는 출퇴근 시간에 맞춰 외출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신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아침에 승강기를 타고 밖에 나왔다가 저녁에 다시 승강기를 타고 귀가한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것이 불빛 찬란한 평양의 고층 건물에 가려진 주민들의 생활입니다.

[ 진행자] 북한 당국은 2025년 달력에는 주체 연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격도 낮춘 광명성절과 태양절은 여전히 표기한 배경은 뭘까요?

[ 김지은 기자]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북한 당국이새해 2025년 달력에 어떻게 표기할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올해 초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4.15 또 2.16 명절로 부를 것을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김일성과 관련한 삭제 조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여론이 좋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항상 그래왔습니다.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슬며시 던져놓고는 대중의 반응을 보고 시행해 왔습니다. 김일성의 손자, 김정일의 아들이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 아버지의 후광을 지우는 것에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런 주민들의 비판 여론은 악화된 내부 경제 사정과 관련이 큽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강냉이 쌀이나마 식량을 배급했고 가정용품도 공급했습니다. 비록 질이 낮아도 된장, 간장, 신발, 비누를 공급했습니다. 물과 전기도 지금처럼 아예 몇 달 이상 끊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전기는 못 보는 게 당연하고 생활고에 이웃이 강도로 변하는 지금, 북한 주민들에게는 김정은 보다 김일성이 그립지 않겠습니까.

[ 진행자] 지난해 달력 가격이 상당히 비쌌습니다. 올해 달력 가격은 어떻습니까?

[ 김지은 기자] 지난해 가격보다 조금 더 비싼 편입니다. 인민반에서는 1장짜리 달력은 북한 돈 1천 원에 판매하고 장마당에서는 3배 비싼 3천 원으로 거래됩니다. 12장짜리 번지는 달력(한 장씩 넘기는 달력)은 4만~5만 원(1.66~2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보다 비싼 편이어서 구매자가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 진행자] 2024년 달력으로 방송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2025년입니다. 저희는 격주로 방송을 하니 오늘이 2024년의 마지막 방송인데요. 김 기자, 안 기자 2025년은 북한 주민들에게 또 당국에 어떤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 김지은 기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생겨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과 같이 주민들이 생활난을 겪은 시기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360만 명의 대량아사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지금처럼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생계 활동의 자유가 정권에 의해 탄압받지는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위해서라도 온 나라 인민들을 노예로 삼지 말고 더 지체하지 말고 진정한 인민의 지도자로 거듭나 행복한 북한으로 꾸려나가길 바라봅니다.

한국에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디 삶의 희망을 잃지 마시고 자유롭고 행복한 날에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새해의 인사를 드립니다.

[ 안창규 기자] 북한 주민에게 있어 올해 2024년은 화폐개혁으로 온 나라, 전국의 가정에 비운과 절망이 가득했던 2009년을 연상케 하는 어렵고 불안한 한 해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인민의 생활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과감한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새해 2025년도 올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민족이 사는 한국은 나날이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도 높아가는데 왜 북한은 그렇지 못할까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민의 어버이’라 자처하는 김정은이 조금이라도, 한순간만이라도 인민의 고충을 헤아리고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하면 좋겠습니다.

북한 주민 모두는 지난 30년간 자기 스스로 살길을 개척하며 억척같이 살아왔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아무리 커도 부디 희망을 잃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항상 여러분을 잊지 않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 지구촌에 적지 않습니다. 새해 2025년에 북한 주민의 모든 가정에 소소한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길 바라며 새해 인사 삼가 드립니다.

[ 진행자] 한 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길 바라며 오늘 방송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