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 지도자는 왜 물고기 양식에 집착하나
2024.12.05
-자고 나면 오르는 북한 환율, 최고점 찍었나?
-북한 주민들이 꼽는 환율 상승의 원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
-식량 가격도 견인, 2025년 쌀 1kg 1만 원 넘나
-김정은의 신포 양어장 방문 이후 개인 양어장 직격탄
-2025년 북한 경제 키워드는 ‘양어’?
[진행자] 환율이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올 초 8천 원 선으로 시작한 환율은 지난주 2만 4천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약 3배가량 오른 것인데요. 일부 언론에서는 4배까지 오른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김 기자, 이번 주 환율은 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더 올랐습니다. 제가 환율이 최고치를 찍었다고 보도한 시점이 11월 20일 경인데 그때가 2만 4천원이었습니다. 이후 1달러당 3만 2천 원을 찍었고 12월 3일에는 3만 7천 원까지 올랐습니다. 당초 내부에서도 올 초부터 환율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2025년에는 환율이 3만 원까지 갈 것이라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은 올해 환율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국가 환전소 외에 외화 암거래, 개인 환전상 등을 엄격하게 금지했는데, 이런 규제에도 환율이 폭등한 것이 아닙니까?
외부 전문가들이 꼽는 이유 중 공통적인 것은 북한 당국이 자재, 기계 장비 등 대규모 수입이 필요한 토목 공사를 진행해 외화 수요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또 올해 근로자 생활비(월급)의 인상으로 북한 돈이 많이 풀렸으나 물자가 부족하면서 내부 경제 상황이 아주 불안정해졌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지은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올해 북한이 근로자의 생활비(월급)를 20배까지 올렸습니다. 조정되기 전의 북한 노동자의 생활비는 한 달에 2천 원 선이었고 간부도 4천 원 선이었습니다. 1kg에 3천 원 하는 통강냉이도 살 수 없는 돈이었습니다.
오른 월급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치였는데요, 북한 당국은 오른 월급을 공식적인 조폐지가 아닌 종이 돈표를 찍어냈고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은 4월부터 급속히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아닙니까?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돈을 줘야 살 수 있다는 의미는 북한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지금의 고환율은 북한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뿐 아니라 앞서 진행자가 말한 것처럼, 내부의 달러 수요 급증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전체적 불균형이 수면위로 떠오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주민들은 고환율의 원인,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김지은 기자] 북한 정부의 잘못된 경제 시책의 결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올해 1월 초, 1달러 환율이 2만 원까지 치솟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당국은 전국에 화폐 안정에 대한 해설문을 하달하고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화폐를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바빠 맞은 당국은 4월 5일, 전국 도처에 포고문을 내붙이고 주민들에게 개인외환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법적 처벌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설득과 엄포를 겸하여 회의를 열어 주민들에게 강조했음에도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자 다시 환율안정 해설문을 돌렸습니다.
5월에 발표한 환율안정 해설문의 제목은 “모두가 높은 공민적 자각을 가지고 환율 안정사업에 적극적으로 떨쳐나설 데 대하여”입니다. 해설문에서 북한 당국은 “일부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극단적인 이기주의, 본위주의에 빠져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를 유통시키거나 외화를 암거래하는 행위를 계속 자행하는가하면 환율 상승을 유발시키는 류언비어들이 나돌게 함으로써 민심을 심히 흐려놓고 국가경제의 계획적인 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막대한 해독적 후과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들이 가진 돈은 본인들이 노력해서 번 것이죠. 자기 돈을 좀더 좋은 환율로 바꾸려고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마치 김정은의 돈을 주민들이 도둑질 하는냥 선전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겠습니까. 자기가 노력해서 모은 돈을 본인이 여기서 바꾸던 안 바꾸던 국가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주민들은 국가에서 내놓는 경제정책에 기대가 거의 없고 나름의 방식으로 경제적 난국을 헤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걸 당국은 법에 위배되는 암거래라고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안전하고 확실하게 환율정책을 내놓으면 누가 개인 거래를 하겠습니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생각은 않고 주민들의 자금을 강탈해 해결하려고 하니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한국도 지금 달러가 강세입니다. 달러가 오르면 수입하는 모든 물품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북한의 경우, 그동안 북한 당국이 수입 물품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고환율은 주민 생활에 주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식량 가격도 환율만큼은 오르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은데요?
[김지은 기자] 요즘 세관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 물품이 많지 않고 또 환율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몰라 장사꾼들이 물품을 팔지 않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의 수요만 충족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율 상승의 추이에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돈이 없으니 손을 놓고 구경만 하는 셈입니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생산한 국내산 상품보다 수입산 중고 물품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낡은 전자제품이나 옷가지, 생필품이 그나마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식량 가격도 지금이 가장 눅은 때인데 8천 원대를 넘어섰습니다. 일부에서는 2025년 임박해서는 입쌀 1kg에 1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 화폐 개혁에 대한 보도가 많습니다. ‘연내 화폐 개혁이 있을 거란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주민을 총살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북한 경제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바로미터로 보이기도 합니다. 두 기자는 이런 소문,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북한은 지금까지 경제가 극한 상황에 이르면 기습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해 왔습니다. 지금 경제가 바닥을 치는 상황이니 주민들 사이에 화폐 개혁에 대한 소문이 도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9년 당시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화폐교환이 아니고 화폐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주민들 수중의 현금을 휴지 조각을 만들어 버렸는데요. 이제 또 그런 방식의 화폐개혁을 하면 아마도 내부의 반발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주민들의 불만이 극도에 달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9년 당시, 북한 당국은 구권과 신권을 100:1로 교환해줬습니다. 문제는 교환 상한액을 10만 원으로 정하고 더 이상은 교환해 주지않은 것입니다. 나머지 현금은 국가은행에 넣으라, 10년 뒤 국가경제가 안정이 되면 교환금액을 돌려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걸 누가 믿었겠습니까. 지금도 그 돈을 되찾았다는 주민이 없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돈 있는 사람들은 요즘 물품을 사들여 장만한다고 합니다. 물품은 화폐교환을 겪고도 다시 팔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겁니다.
[안창규 기자] 화폐 교환을 하자면 종이, 잉크 구입에 외화가 많이 드는 만큼 쉽진 않겠지만 화폐 교환 소문이 전혀 무근거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찾아본다면 북한이 현재 화폐를 사용한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화폐 교환 주기는 1979년은 13년 만에, 1992년은 17년 만에 실행된 것입니다. 그리고 2009년 교환 이후 15년간 지금의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북한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보면 말이 화폐이지 비닐 테이프로 다닥다닥 이어서 붙인 종이 조각 모자이크를 연상시킵니다. 화폐의 그림이 다 사라진, 쓰레기 같은 화폐를 쓰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없을 겁니다. 워낙 북한 화폐의 종이 질이 나쁘기도 하지만 2009년 이후 과거와 달리 손상되었거나 오염된 화폐를 회수해 새 화폐로 교환하는 환수를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낡아도 너무나 낡은 화폐를 교환할 때가 되긴 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북한은 화폐 대신 돈표를 발행해 사용하도록 했는데 이에 대해 당국은 새 화폐를 찍어낼 종이, 인쇄 잉크 등이 없어 임시로 돈표를 발행한다며 돈표 관리를 잘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또 주민들 속에 돌아가는 소문이 항상 정확한 건 아니지만 관련 기관이나 간부를 통해 새어 나온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북한이 화폐 교환을 기획했을 수도 있지만 설사 지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새 화폐 발행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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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이 소식은 심심하면 한 번씩 나오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양어장을 방문했다는 보도 이후 각 지방의 양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검열단을 파견했습니다. 철갑상어, 산천어, 열대메기, 연어 양어 등 바로 생각나는 것이 한두 어종이 아닙니다. 이렇게 계속 실패하면서 북한 당국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건 왜일까요?
[안창규 기자] 한마디로 지도자의 발언이나 지시가 헌법 등 모든 것 초월하는 지위를 가지는 북한 특유의 독재정치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발언과 지시는 절대적인 것으로 그 누구도 거부는 물론 그에 의문을 가지거나 불만을 가질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무조건 집행해야 할 의무만 있는 겁니다.
그러니 아무리 어려움이 있다 해도 무조건 양어를 해야 하며 이미 시작한 양어를 절대 중단할 수도 없습니다. 그랬다간 큰일 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양어를 하든지 하다못해 흉내라도 내야 하는 건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북한 지도자의 발기나 지시로 추진된 사업이 시작은 요란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없던 일로 된, 다시 말해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무슨 사업이든 공짜로 추진되지 않는 만큼 수십 년간 막대한 재부가 하늘로 날아간 것입니다.
1990년대 말 김정일이 인민에게 민물고기를 먹인다며 열대 메기 양어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는데 북한 발표에 따르면 2000년 말까지 전국에 200여 개의 열대메기 양어장이 설치되고 메기 가공공장도 여러 개 건설됐습니다.
북한 동해안에서 가장 큰 함경남도 영광군 청년양어장의 경우 면적이 무려 30만 정보였습니다. 대부분 논과 밭을 파헤치고 건설한 것입니다. 82개의 양어 못과 부화장, 6개의 미생물 서식장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서 매년 수백t의 고기를 생산한다고 떠들었습니다.
열대메기 요리를 발전시킨다며 수차 메기 요리 경연, 요리품평회 등이 열렸고 평양과 주요 도시에 열대메기 식당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10년 넘게 추진된 열대메기 양어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지역의 열대메기 양어장에 고기가 거의 없는 상황이고 메기 고기를 먹어봤다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김정은이 지시로 시작된 철갑상어 양어와 대서양 연어 양어는 어떻습니까? 이것도 성공이 요원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7월에 이어 지난 11월 말 김정은이 함경남도 신포를 다시 찾아 바다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라며 밥조개(가리비)와 다시마 양식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신포시를 바다 양식의 본보기로 만들어 전국에 일반화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신포시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바다를 낀 북한의 모든 지방에서 바다 양식 바람이 불 것입니다. 다시마 양식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철갑상어와 연어 양어에 이은 밥조개 바다 양식이 잘 될지는 의문입니다.
[진행자] 바다 양식장 사업에 집중하면서 개인, 일부 기관들이 운영하던 소규모 양식장은 몰수했습니다. 동시에 20x10 정책으로 수산물가공공장이 지어지는 바닷가 지역에도 같은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국가 양식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개인 양식장의 규모가 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창규 기자] 네, 2010년경 이후 북한은 양식업을 하려는 무역회사와 외화벌이 기관들에 양식 허가를 내주면서 양식장 면적에 따라 돈을 받았습니다. 이후 통폐합되거나 없어진 무역회사와 외화벌이 기관들이 많은 만큼 국가가 돈만 뜯어낸 격이 됐습니다. 이런 일은 북한에서 보통이죠.
육지와 달리 바다는 북한에서 미개척지라 할 수 있습니다. 양식, 어로가 가능한 바다에 대한 관리가 치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양식을 먼저 시작한 일부 수산협동조합과 어민들이 좋은 위치를 차지한 상황입니다.
김정은이 지시한 바다 양식장을 어느 한쪽 구석에 설치할 수는 없는 만큼 해당 지역에서 육지에서 잘 보이고 양식에 유리한 위치에 설치하려 하는 건 뻔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기업과 주민의 이익은 안중에 없는 당국이 “여기에 국영 양식장을 꾸리게 된다, 현재 양식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했을 것이고 기업이나 주민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정확히 말해 각 지방 당국이 일부 기업과 개인 소규모 양식장을 몰수했다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내쫓고 그 자리를 당국이 차지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바다 양식에 대한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으니 각 지방이 그 관철을 위해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내년부터는 많은 주민이 바다 양식장 설치에 동원될 것이고 여기에 없는 돈이 또 투자될 것입니다. 김정은이 바다로 가라고 하면 전국이 바다로 가고, 김정은이 산으로 가라고 소리치면 산에 가서 산을 뚜져야(파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그런 지시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내려졌기를 바라지만 그마저도 전국이 동일한 기준으로 같은 사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명령식 경제 체계의 한계를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 새로운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