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30년 전 사라진 메뚜기 시장, 다시 등장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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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 고난의행군 시기 단속 피해 장사를 다니던 일명 메뚜기 장사, 2024년 다시 등장?
  • 북한 장마당 통제는 돈은 가진 주민, 돈주와 뺏으려는 당국의 대결
  • '통일', '남한' 지우라는 김정은의 지시로 금지된 김정일의 노래
  • 김일성, 김정일 노작까지 사라지나?

야간 길목 장사 소식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 단속을 피해 밤에만 길목에서 장이 서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거 메뚜기 장사가 연상됩니다. 어떤 것들 것 팔립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 소식통은 최근 각 지역에서 성행하는 길목 시장을 가리켜 살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당국이 시장을 통제하니 야간 길목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은 거지요.

날이 어둑해지면 장사들이 하나둘씩 모여 이뤄지는 야간 길목 장에는 뭐든 다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옷도 있고, 신발도 있고, 당과류도 있고, 화장품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각종 잡화까지 다 있습니다. 이전에는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팔았지만 당국의 통제로 지금은 팔지 못하게 된 물품들이 다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낮에 운영되는 공식 시장보다 야간 길목 시장이 더 흥성이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가로등이 없어서 장사하기 힘들 것 같은데 , 조명도 각자 해결합니까?

안창규 기자 : 당연히 그 정도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해결합니다. 각자 등을 갖고 나와 설치해 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최근 2월 24일, 정월대보름에는 민속 명절과 관련한 것도 팔렸다고 하는데요.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용 재료 즉 쌀, 콩, 수수, 조, 팥 등을 조금씩 모아 300g, 500g씩 작게 포장해 팔았답니다.

최근 북한 주민들의 생활 형편, 즉 돈주머니 사정이 매우 어렵지 않습니까? 또 쌀, 콩, 수수 같은 걸 제각각 조금씩 사려면 좀 번거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손님들이 자기 형편에 맞게 사갈 수 있게 섞은 오곡을 한끼만 먹을 수 있게 작은 양으로 포장을 달리 판매한 겁니다. 머리를 잘 쓴 건데 당연히 물품을 펴 놓기 바쁘게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 팔렸다고 합니다.

북한은 주민들 대부분이 장사를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구조였는데요 . 갑자기 당국이 장마당을 통제하면서 돈벌이가 막힌 가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안창규 기자 :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 당국은 지난해 연말 즈음, 근로자 월급 인상과 더불어 식량은 양곡판매소에서, 일상 생활용품은 종합상점이나 백화점을 이용하라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즉 장마당에서 지금까지 판매하던 각종 공산품 장사를 못하게 하고 있는데 그 결과 시장에서 장사하던 많은 사람들이 돈벌이가 모두 끊긴 상황입니다.

고양이 뿔을 제외하고는 없는게 없다는 북한 시장에는 다양한 물품이 팔리지만 돈을 좀 버는 장사는 바로 옷, 신발, 가전제품과 같은 공산품 장사입니다. 이런 장사는 물건 하나를 팔아도 채소나 개인이 수공업적으로 만든 간단한 물품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그만큼 이윤도 크지요. 그렇게 때문에 당국에 바치는 장세를 봐도 공산품 장사는 채소 장사에 비해 거의 10배가 됩니다.

많은 주민들이 지난 20년, 혹은 그 이상 공산품 장사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산품 장사가 금지되면서 이들의 돈벌이가 막힌 건데 이들이 재고로 가지고 있던 물건을 처리하기 위해, 혹은 돈을 벌기 위해 야간 골목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돈벌이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한곳을 들러 장을 보면 됐지만 이제는 양곡 판매소 등 여러 곳을 들러야 해서 주민들의 불편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

안창규 기자 : 맞습니다. 곳곳에서 야간 골목 시장이 성행하고 있지만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불편이 큽니다. 북한의 각 지역 시장은 옷, 신발, 식료, 잡화 등 품목별로 구획이 구분되어 있거든요. 누구든 자기가 사려는 품목이 있는 곳으로 가면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이나 품질 같은 것을 비교해보며 원하는 걸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길목 시장은 그런 게 없이 제각기 아무 자리나 차지하고 물품을 팔다 보니 사려는 물품을 찾는게 힘들다는 겁니다. 일일이 여기저기 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거지요.

특히 야간에 좁은 길목에 사람이 가득 몰려 돈지갑이나 물품을 도둑 맞히는 일도 잦습니다. 또 장사가 끝나면 길목 시장 주변이 온통 쓰레기 천지가 된다고 합니다. 결국 매일 아침 길목 시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청소를 해야 하는데 이들의 불편도 보통이 아니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당국의 시장 통제가 이래저래 주민들에게 불편만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 장마당이 주민 경제의 중심이 된 지 벌써 30년이죠? 당국의 단속으로 정말 단기간에 장마당이 역할을 잃었습니다. 이 자체가 당국이 결심하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북한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당국의 장마당 통제, 두 기자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안창규 기자 : 당국이 국영 상업망을 살릴 의도로 시장은 엄하게 통제하지만 30년 가까이 자본주의 시장원리로 운영되는 시장에 적응된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의 경우 물품을 직접 팔아 그 자리에서 이윤을 얻는 장마당이 좋지 물품을 위탁해야 하고, 팔린 물품 대금을 언제 받을 지 모르는 종합상점이나 수매상점이 좋을 리는 없을 겁니다. 북한에서 시장이 공식 허용된 2003년 이전에 한때 전국적으로 수매상점이 굉장히 흥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인기를 잃었는데 앞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입니다. 상품을 위탁한 경우 물품 대금을 빨리 받지 못해 불만이 컸습니다. 수매상점 직원들이 인맥이 있거나 뒷돈을 주는 사람에게 판매 대금을 먼저 주는 일이 수다했고(허다했고) 심지어 위탁한 물품이 팔렸어도 똑같은 물품을 다른 데서 가져다 놓고는 이익을 사취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물품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시장은 자기가 사고 싶은 물건을 만져볼 수도 있고 더욱이 옷 같은 건 직접 입어보며 고를 수 있습니다. 또 가격을 흥정할 수도 있고 일정한 돈을 주면 집까지 물품을 가져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곡판매소나 종합상점 같은 국영 봉사망은 절대 그렇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물품을 파는 상인이나, 물품을 사는 주민이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상품가격을 정할 수 있고 개인간 자유로운 매매가 이뤄지며, 상인과 손님 간 합의로 즉각 매매가 이뤄지는 시장이 그리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축소된 시장을 대신해 야간 길목 장사가 성행하는 거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김지은 기자 : 사실 지금 현재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통제를 성공했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내부 소식통의 소식을 종합해보면 지금의 장마당은 당국의 통제가 아니라도 코로나 이후 과거와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특히 오는 3월 조중 세관이 크게 열린다는 소식이 주민들 속에 파다하여 아무도 장마당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지금 장마당에서 팔리는 물건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이 아니라 대부분 질이 낮은 국산품으로 이런 물건보다는 3월에 세관이 열리는 들어올 물건을 기대하고 있고 또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돈 주머니를 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아무리 통제를 하고 싶어도 결국 돈이 있는 곳은 주민들의 주머니 또 돈주들의 주머니입니다. 돈은 은행이나 국가에 있지 않는데 당국이 어디까지 장마당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돈을 갖고 있는 사람과 뺏는 사람 중 주도권이 어디 있겠습니까? 비록 당국이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장마당 통제의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포문을 연 뒤 북한은 남한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이후 후속 조치로 '통일' '화해' '동족' 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노래군요. 김 기자님, '장군님 가리키신 곳'이 금지됐다고요? 사실 남한에서는 이 노래가 어느 정도로 불리는 곡인지 잘 모릅니다. 중요한 노래입니까?

김지은 기자 : 네, 이 노래는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나서 3년 후 발표된 노래입니다. 사실상 가사의 내용은 김정일의 뜻으로 남한을 적화통일하자는 선전 가요입니다.

남한을 가리키는 ‘저 멀리 비구름 미소로 밀어내며’로 시작하여 ‘장군님(김정일)이 딛고 선 곳은 한 반도의 시작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라며 노래가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분열된 조국의 아픔을 안으시고/ 우리의 장군님 굽어보신 그 곳은/ 강토의 한 끝 한라산 기슭, 제주도 멀리의 한라산 기슭’이라며 김정일의 조국통일 노선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3절에서는 ‘민족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려고’라며 통일은 한민족의 소원임을 강조하면서 김정일이 가리킨 곳은 통일된 나라, 하나된 민족이라는 것으로 마칩니다.

이 노래는 적화통일에 대한 김정일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만 당시 북한 주민들 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널리 보급된 곡입니다.

이런 식이면 금지 되야 할 노래가 한두 곡이 아닐 듯 한데요 . 금지곡 목록 같은 것이 내려온 건가요?

김지은 기자 :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15일에 도당위원회가 각 공장기업소 등 각 단위를 통해 통일 관련된 노래를 일체 부르지 말라 지시했고 이와 함께 '장군님 가르키신 곳'도 부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정확한 금지곡 목록은 없지만 '통일'이라는 말이 들어간 노래, 남한 지명이 들어간 노래는 모두 금지한다는 대전제가 있으니 앞으로 수많은 곡들이 부르지 못하거나 노랫말을 수정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노래 같은 경우는 이미 어느 정도 북한 지도부에서 준비한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지난해 11월, 당국은 각 종 행사에서 불리던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빼고 김정은 찬가로 바꿔 부르라 지시한 바 있습니다. 또 행사곡을 없애라는 조치도 있었는데 행사에서는 주로 애국가가 불렸습니다. 이 노래 모두에 통일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일부 주민들은 “수령님과 장군님의 소원이 원수님 대에 끝장났다”는 얘기를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라 이런 당국의 지침에 무관심하다고 전했습니다.

후속 조치로 일단 북한 당국은 대남 기구를 모두 정리했고요 . 북한의 홈페이지나 기록 영화에서 한반도 이미지 자체를 삭제, 대체했습니다. 특히 평양 지하철의 통일역 이름에서 '통일'을 빼며 단순히 '역'으로만 표시된 노선도가 화제가 됐습니다. 이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 기자, 또 어디어디에서 한반도, 통일을 지우게 될까요?

김지은 기자 : 어디 통일역만 그렇습니까? 통일 거리도 통일을 빼고 거리로 불릴 형편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 같은 정책에 따라 김일성, 김정일의 조국통일로선이 담긴 김일성저작선집, 김정일 저작선집, 김일성의 로작, 김정일의 로작 그리고 통일의 기수로 높이 내세웠던 비전향장기수들과 관련된 기록물, 문학도서, 북한의 적화통일 노선을 따라 해외에서 투쟁한 수많은 해외 인사들의 업적도 전부 지워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삭제, 수정 작업은 방대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지도가 어떻게 새로 그려질 지도 궁금한데요. 결국 김정은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한을 부정함으로써 초래되는 결과는 당국의 예상보다 파급이 크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안창규, 김지은 기자 감사합니다.

안창규, 김지은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작 이현주, 에디터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