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는 음력설이있었는데 북한에 계시는 여러분들은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번 시간에는 캐나다에서 탈북민들이 보낸 음력설에 대한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캐나다에는 음력설을 쇠는 풍습은 없지만 워낙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인구가 많기에 이날에는 특별히 총리가 “중국 새해”라고 하면서 아시아계 사회에 인사말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워낙 한국 드라마나 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이 알려진터라 총리는 물론 정치인들이 한인사회에 특별히 “설날”이라고 이름을 붙혀서 축하인사를 보내옵니다.
한인상점에 가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명절 상품들이 잔뜩 쌓여있어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한인회에서는 오랜만에 한복을 차려입고 떡국도 나누고 윳놀이, 팔씨름 등 새해 놀이를 하면서 한국의 정을 나눕니다.
탈북민들도 어김없이 설을 쇠려고 모였는데요. 북한처럼 개인집에 한가득 모여 그동안 풀지 못했던 회포도 나누고 고향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한인들은 흔히 설날에 떡국을 먹는데 탈북민들은 북한식으로 두부밥을 올립니다. 북한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만들어진 두부밥은 특히 탈북민들에게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두부밥은 언제 생겼고, 주먹만한 두부밥 한개에 5원을 주고 사서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든든했고 하면서 저마다 두부밥에 담긴 이야기로 훈훈했는데요. 거기에다 한국에서 일부러 사온 북한산 낙지, 명태자반, 감자반찬, 고사리 등으로 가득 채운 설날상은 정말 풍성했습니다.
북한에서라면 아마 설날음식은 떡과 돼지고기 국이 최고였을텐데 이곳에서는 떡과 돼지고기는 별로 좋은 음식 축에 속하지 못합니다. 대신 굴회가 가장 인기였는데요.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이곳 토론토에서 해산물은 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모여 앉아서 흥을 돋굴때는 해산물이 최고의 음식이 됩니다.
북한에서는 해산물을 거의 데친 후 회쳐서 먹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날것으로 초장에 찍어먹는 것이 인기입니다. 해산물을 많이 맛보지 못한 무산, 온성 등 내륙에서 온 탈북민들도 양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풍성한 식탁에 술이 빠져서는 안되죠. 캐나다에서는 한국의 소주가 꽤 비싼데요. 그래도 설날 만큼은 캐나다의 양주나 보드카, 포도주 등을 다 제쳐두고 한국 소주가 상에 올랐습니다. 탈북민 배명화씨의 소박한 새해 바람은 다른 탈북민들만의 소망은 아닐 겁니다.
배명화 :올해는 애들이 다 커가고 우리는 북한에서 힘들게 살았고 애들이 우리처럼 살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가지고 건강하고 다 같이 잘 살고 이런 희망을 기대해봅니다.
캐나다 탈북인총연합회 김록봉 회장은 캐나다에는 수 많은 난민과 이민자가 있지만 어려움의 경중은 비슷할지라도 경로를 본다면 탈북민들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며 그것을 다 뛰어넘은 탈북민들이 자랑스럽다고 덧붙혔습니다.
김록봉 : 우리가 캐나다에서 탈북 1세들인데 우리가 먼저 길을 열고 우리가 실패하면 우리 후세들이 길을 따르고 언젠가는 뚤리겠죠. 한국에서 오든 미국에서 오든 영국에서 오든 우리 함께 힘을 합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2024년이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 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