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탈북여성의 수기, “뿌리뽑힌 나무”

토론토-장소연 xallsl@rfa.org
2023.02.27
[캐나다는 지금] 탈북여성의 수기, “뿌리뽑힌 나무” 자신의 책에 싸인 하는 김민주
/RFA Photo

오늘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 탈북민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북쪽의 작은 시골마을, 새소리가 지저귀는 한적한 길가에 햇빛에 반짝일정도로 눈부시게 하얀 봇나무가 서있는 사이로 살짝 감춰진 북유럽 형식의 저택, 짧은 오솔길을 따라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온화한 인상의 한 여인이 저를 맞았습니다.

 

여리여리한 몸매에 알릴듯 말듯한 미소를 머금고 서울 말씨로 “어서 오세요하고 반겨 맞아주는 모습은 언뜻 보면 이곳에서 캐나다 교포들과 전혀 다름없는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모습이지만 실은 20여년 전에 북한을 탈출해 온갖 고난의 여정을 거쳐 이곳 캐나다에 정착한 탈북여성 김민주씨입니다.

 

김민주씨는 지난 2021년 캐나다에서 자신의 탈북 여정을 담은 수필을 출간했고 지난해 여름에는영문출판 기념회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탈북민들의 탈북과정의 이야기는 누구라도 장편소설 몇개의 분량이 나오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그많은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선 자신을 세상에 공개하고 또 책을 읽는 사람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글쓰는 능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민주씨는 책을 내게 된 배경이 우연히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김민주: 이민을 하면서 자서전을 간단하게 써와라.

 

기자: 누가요?

 

김민주: 변호사가요. 이민을 하면서, 의문이 생겼어요. 왜 이민수속을 하는데 자서전이 필요할까 그랬는데, 그런데 한두장 정도 써오라고 그래요. 그래서 그때는 자서전을 써본적이 없어가지고 그냥, 나는 뭐 언제 어디서 태어나고 쭉 나열을 하다보니까 너무 길어진거예요

 

변호사한테는 간단히 추려서 냈지만 이미 써놓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야 겠다는 결심을 한 민주씨는 이때부터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글로 써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기억에 떠올리고 싶지 않는 그 고통을 다시 가져온다는 것은 그에게 또 다른 고문이나 마찬가지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통을 이겨내고 끝까지 글을 써내려 갔던 것은 아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김민주: 다시 그때 그 시기로 돌아가서 세계에 빠져서 그것을 돌이켜 봐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그래서 멈추고 한 7년 기다리다가 이제 아들이 나중에 엄마 그때는 어떻게 했어하고 그때는 좀 컸으니까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대답을 토막토막 얘기를 해주다가 이제는 책을 완성을 해서 글로 남기자...

 

특히 고생을 모르고 자라온 아들을이 지금은 엄마가 겪어온 고생을 다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앞으로 난관에 부딪쳐 주저앉고 힘들어지는 순간 엄마의 목숨을 건 탈북 이야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한자한자 쓴 책이었습니다.

 

김민주씨는 탈북민이 쓴 수기는 많지만 같은 북한사람이라도 겪어온 상황과 배경은 다 다르다며 특히 중국에서 아무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삶을 개척해 나온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전했습니다.

 

김씨의 영문책을 읽은 토론토 대학의 한 대학생은 문장이 화려하진 않지만 그 글속에 담긴 진심이 느껴져 더 생생하게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4월 김씨는 책 출판 기념회를 열면서 청중에게 영어로 북한 실상을 이야기 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그렇게 생을 돌아보며 써내려가 세상에 선보인 뿌리 뽑힌 나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김씨의 파란만장한 탈북이야기는 다음시간에 전해드립니다.

 

진행 장소연, 에디터 이진서, 웹 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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