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꼭 해야될 진심어린 두 마디의 말

토론토-장소연 xallsl@rfa.org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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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1일 방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인사말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1일 방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인사말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이제 9월말로 접어들었으니 가을도 훌쩍 깊어졌네요. 북녘에서는 다들 추석을 어떻게 쇠셨는지요?  이곳 캐나다에서는 추석은 없고 대신 추수감사절이 있는데 한국과 비슷한 의미인데 오는 10월 둘째 주입니다.

그래서 여기는 한국만큼은 명절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 한잔 하거나, “송편 먹었어요? 등 인사를 나누면서 보내기도 합니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추수감사절과 같이 여기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참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선 마트나 상점에 갔을 때 물건을 사고는 꼭 감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또 판 사람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요.  길을 갈 때 앞사람이 길을 비켜주면 감사하다고 하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면 답 인사는 꼭 “감사합니다”로 돌아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요. 저의 이웃에 사는 서너 살 밖에 안된 어린애가 엄마한테서 음식을 받고는 “땡큐”라고 꼭꼭 말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울 때 “엄마”라는 말과 함께 “감사하다”말을 제일 먼저 배웁니다.

일반적으로 가족끼리는 서로 위해주고 아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되어 서로 감사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은 것이 한국문화이기도 한데요. 최근에는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요. 이곳에서는 가족끼리 서로 감사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합니다.

제가 아파트에 살아서 항상 엘리베이터, 승강기를 타고 오르내리는데요. 승강기를 열고 닫을 때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꼭 승강기버튼을 눌러 사람들이 다 들어오도록 배려해주고 들어온 사람들은 꼭 감사하다고 인사를 합니다. 문을 열고나 닫을 때에도 사람들은 뒤에 사람이 오면 항상 문을 붙잡고 뒷사람이 다 올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참 일상적인 친절이 몸에 배여 있는데요. 이곳 사람들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미안하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길가다가 누군가를 살짝 스쳐도 “미안합니다” 하고 버스 안에서 서로 부딪쳐도 “미안합니다” 라고 합니다.  심지어 실수로 누군가의 발을 밟아도 밟힌 사람이 먼저 “미안합니다”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좀 불쾌한 일을 당해서 말하려고 할 때에도 앞에는 꼭 “미안한데요”라는 말을 붙입니다.

이곳에서 제가 가장 재미있었던 예절 문화는 바로 재채기를 할 때였는데요. 재채기를 하면 바로 “미안해요”하고 말하는데 그럼 주변의 사람들은 그가 알던 사람이던 모르던 사람이던 바로 “Bless you!” 즉 축복해요” 하고 답해줍니다. 그러면 재채기를 한 사람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합니다.  이것은 영국식 예절 문화에서 왔다고 하는데요.

아무튼 이렇게 일상생활에 서로 존중해주는 예절이 몸에 배어 있어 이 나라가 참 평화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감사하다고 표현했던 적은 해마다 4월 15일 사탕과자 선물을 받고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 감정일선생님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했던 기억밖에 별로 없습니다.

정작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셨던 부모님한테는 한번도 감사하다는 말을 표현한적도 없었고 부모님한테 혼나고 잘못했다는 말은 했어도 미안하다는 말은 한번도 한적이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감사하다”, “고맙다” 등 여러 가지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이 있지만 “감사하다”는 말은 꼭 김일성 김정일한테만 쓰는 말로 통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탁아소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배운 발이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 고맙습니다.” 였습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배운 말도 바로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 고맙습니다” 였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김일성 김정일은 북한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기보다는 미안하다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남한,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을 살아보니 북한주민들만큼 못사는 나라가 없을 뿐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즉 자유롭게 말할 자유, 이동의 자유, 거주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사는 것입니다.

이번에 평양남북정상회담으로 아마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모두 희망을 품고 있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지도자인 김정은이 진심으로 북한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감사하는 인사를 할 때 진정으로 잘사는 새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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