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도심 속 공원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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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말 이곳 캐나다도 많이 추워졌습니다. 노란 낙엽이 깔린 주변 공원을 걷노라면 심심치 않게 지날 수 있는 곳이 도심속 공동묘지입니다. 공동묘지가 가까운데 있으니 무섭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오늘은 주택가에 있는 공원묘지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예전에 북한에 있을 때 “돌아오지 않는 밀사”라는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구라파화란의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리준 열사의 묘에 영화의 주인공이 꽃을 놓은 장면이 있었죠. 그때에 처음 본 서양의 공동묘지가 깊이 인상에 남았었는데요.

제가 이곳 캐나다의 대도시에 살고 있는 곳도 주변에 공동묘지는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살고 있는 바로 옆에도 큰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에 큰 공동묘지 단지가 두개나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도 그곳을 지나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공동묘지가 아니라 그냥 공원의 한부분으로 느껴지게 꾸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때에는 학교에 갈때 한 오리정도 걸어서 가곤 했는데 그 중가운데 꼭 공동묘지가 길게 나온 언덕길을 넘어야 했습니다. 날이 조금만 어두워져서 그 길을 지난다면 너무 무서워서 눈을 꼭 감고 일부러 그곳을 보지 않고 쏜쌀같이 달려 집으로 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이곳 캐나다에서는 주변 곳곳에 공동묘지가 있어 처음에는 신기해서 일부러 가까이 가서 둘러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캐나다에서의공동묘지는 편안한 휴식과 고요한 추억을 위한 공간으로 사람들은 여기고 있습니다.

공동묘지의 조경은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죽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마지막을 기리는 곳으로 아름답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흙으로 봉분을 쌓고 거기에 잔디를 입히는 우리나라의 묘지와는 달리 이곳 캐나다의 묘지는 평평하게 만들고 그 위에 화강석 비석을 눕히든가 아니면 그 앞에 돌로 십자가 모양의 비석을 세웁니다. 그리고 묘비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져 있는데요.

“사랑하는 남편이자 헌신적인 아버지”, “항상 우리 마음에”, “사랑하는 딸, 영원히 젊고 영원히 아름답습니다”

어떤 데는 교훈적인 말이나 유쾌한 유머가 적인 묘비도 있습니다.

“여기 무신론자가 잠들다, 옷은 잘 차려 입었는데 갈 데가 없구나”, “손님이 오셨는데 일어나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이런 글들은 생전에 유언으로 남겨놓은 글을 쓴 것도 있고 가족이나 친척들이 고인을 그리며 쓴 것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 곳에도 화장하는 문화가 많아져서 유골함을 한곳에 모아두는 집 같은 것이 공동묘지 한가운데 마련되어 있습니다. 화장한 재를 공원의 한 나무밑에 묻는 경우도 있는데요. 죽음이 다시 삶으로 태어나고 돌아가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고 죽음을 존중하고 돌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공원에 의자를 만들어세우고그 밑에 재를 묻기도 한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일찍이 얼마정도 노인 나이가 되면 미리 자신이 묻힐 곳을 마련해두고 있는데요. 미리 가서 내가 누일 곳이 얼마나 편안할까 하고 누워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때 북한에서는 철도 선로 가까이에 공동묘지가 보이면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어간다고 하면서 묘지를 강제로 이장시키는 일도 있었죠. 북한에서도죽음과 묘지를 존엄있게 대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