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북한서 그리워 할 편의점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11.20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북한서 그리워 할 편의점 평양의 보통강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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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오늘은 남한의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이 편의점을 구경하긴 정말 어렵거든요. 북한 주민분들 중에 편의점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사람도 많을 거예요. 말 그대로 24시간 하루 종일 문 닫는 시간 없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곳인데요. 간단한 식료품부터 생필품 심지어 간단한 약까지 판매해요. 일반 상점이나 백화점보다는 규모가 약간 작고요.

 

기자: 북한 개성공단에서 편의점 3곳이 운영된 적이 있고 평양시에도 편의점이 있다는 보도가 있기는 했으나, 남한처럼 편의점이 지방 곳곳에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남한에는 편의점이 얼마나 많죠?

 

이순희: 남한에는 편의점 간의 거리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것 같아요. 인적이 드문 시골에는 걸어서 20~30분 정도 나가야 있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 같은 경우에는 편의점 바로 맞은편에 또 다른 편의점이 있을 정도예요. 편의점 업체마다 판매하는 상품이 조금씩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보통 편의점은 주민들이 모여 사는 주택가나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집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필요한 게 생각나면 아무 때나 가서 사 오곤 해요.

 

기자: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이순희: , 그렇죠. 밤에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북한에서는 꼼짝없이 아침을 기다리거나 정 급하면 그 물건을 구하러 주변을 수소문해야 했거든요. 그걸 아니까 밤에는 물건을 산다는 건 생각조차 안 했어요. 없을 땐 몰랐는데 남한에 와서 편의점이 얼마나 편리한지 경험하고 나니까 다시 편의점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하기 싫어졌어요.

 

기자: 제가 있는 미국에도 24시간 편의점이 있긴 하지만, 보통 걸어가기에는 어려운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차로 이동하다가 필요한 게 생길 때 주로 이용하는데요. 또 남한 편의점과는 파는 상품도 달라서 그마저도 잘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남한의 편의점에는 어떤 상품들이 있죠?

 

이순희: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라면, 김밥, 과일, 빵부터 시작해서 어른들이 찾는 소주, 맥주, 담배, 안줏거리 등 없는 게 없어요. 편의점을 이용하는 주 고객이 여행객이기도 해서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세면도구, 손전화 충전기까지 구비해둬요. 또 학용품을 팔기도 하고 시원한 음료수부터 뜨거운 커피, 우유 심지어 싱싱한 과일까지도 판매하고 있다니까요. 더 놀라운 건 직접 튀긴 치킨이나 핫바 등을 파는 곳도 있어서 이곳이 편의점인지 식당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놀라운 점은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취식할 수 있는 식탁과 의자까지 마련된 곳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성인들은 늦은 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사서 식탁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기자: 각 주마다 법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일정 시간 이후에는 술판매가 금지되고 있어요. 또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규제하고 있고요. 남한에서는 이와 같은 규제가 없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는 등 다양한 문화가 생겨났죠?

 

이순희: , 그런 것 같아요. 남한 편의점에서는 맥주, 소주 뿐 아니라 양주, 와인 등 다양한 술 종류를 판매해요. 직장인들에게 편의점에서 먹는 맥주 한 캔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소주나 맥주에다가 참치통조림을 하나 두고 먹는 것이 추억이 되기도 하죠. 또 군대에도 편의점이 있는데, 이곳을 PX라고 불러요. 군인들은 PX 편의점에서 자주 만들어 먹던 음식에 붙여준 별명도 있을 정도예요. 그 정도로 남한 주민들에게 편의점은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문화가 됐죠.

 

기자: 최근 미국 언론기관인 CNN에서 “1인당 편의점 개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남한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어요. 편의점으로 유명한 일본과 대만을 제친 건데요. 남한의 편의점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순희: 남한에서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에요. 현금 인출도 가능하고요. 택배도 보낼 수 있고, 손전화 충전기도 비치돼 있어서 급할 때 막 뛰어 들어가서 손전화 충전도 가능해요.

 

기자: 편의점 택배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죠?

 

이순희: 택배 보내는 것은 셀프, 즉 스스로 하는 건데요. 보낼 물건을 상자에 담아서 잘 포장해 온 뒤에, 편의점에 가져가서 무게를 재고 보낼 주소를 입력하면 그 주소지가 입력된 송장과 보낼 때 필요한 택배비가 계산돼서 나와요. 그 송장을 택배 상자에 붙이고 직원에게 가져다주면서 돈을 지불하면 끝이에요. 이런저런 일로 택배를 부칠 때가 있는데 저는 직장에 다니니까 우체국이 여는 시간에 맞춰서 다녀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자주 택배를 부치는데요. 신세를 톡톡히 지는 셈이죠. 이렇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어서 생활이 무척이나 편리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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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만약 북한에도 남한에 있는 편의점과 똑같은 편의점이 생긴다면 어떤 상품이 가장 인기가 많을 것 같으세요?

 

이순희: 제 생각에는 애들이 좋아하는 즉석간식, 사탕, 과자와 어른들이 좋아하는 소주, 맥주, 구운 오징어, 간단한 소시지 같은 간식거리들이 정말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요구되는 간식들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기자: 실제 개성공단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던 점장은 의외로 얼음이 인기가 많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에서는 얼음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실제 편의점을 운영하던 당시 북한 주민분들이 그 편의점에서 근무했다고 하는데요. 남한 편의점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이순희: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낮에 일하는 사람과 밤에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교대근무를 해요. 7~8시간씩 3명이 번갈아 근무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밤에 일하는 사람은 낮과 밤이 바뀌기 때문에 피곤하긴 할 거예요.

 

기자: 마지막으로 24시간 편의점이 있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어떤 거였나요?

 

이순희: 아플 때 먹을 수 있는 상비약을 살 수 있다는 게 안심이 돼요. 밤에 머리가 아플 때 약국이 모두 문을 닫았으면 편의점으로 가서 진통제나 해열제를 사 먹을 수도 있고요. 밤중에 체했는데 손을 따도 해결이 안 될 때 편의점에 가서 소화제를 사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외에도 밤에 컴퓨터로 일을 하다가 출출하면 언제든지 편의점으로 달려가 따뜻한 빵과 따뜻한 커피나 우유를 사 먹을 수도 있어서 좋아요. 북한 개성공단에서 편의점의 편리함을 맛본 분들이라면 남한 편의점을 그리워할 거로 생각해요. 머지않은 날에 북한에도 지방 곳곳 편의점과 같은 편의시설이 많이 구비되어 편리함을 다 같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 ,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편의점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김진국,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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