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남북한 공휴일 차이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요즘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지난주에 굉장히 피곤했는데 이번 주말에 집에서 푹 쉬니까 피로가 싹 가셔서 한 주를 또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어요. 연초에는 한국에 공휴일이 참 많은데요. 새해 연휴부터 시작해서 2월 설날, 3월 삼일절, 5월은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까지 정말 많잖아요. 그래서 매월마다 공휴일이 언제 올까 하면서 기다려져요. 북한에서는 공휴일 다시 말해 국가적 명절날에 휴식하면 그 주 일요일에 일해야 해서 별로 반갑지도 않았거든요.
기자: 공휴일에 쉬는 대신 유일하게 쉬는 날인 일요일에 일해야 한다면 공휴일이 그다지 기쁘지도 않겠어요.
이순희: 네, 그러니까요. 북한에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하고 일요일 하루만 쉬는 날이었는데, 공휴일을 쉬는 대신에 딱 하루 있는 휴일에 나와서 일하라고 하니 기쁠 수가 없었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일을 제외하고 모두 그랬어요. 예를 들어 추석이 목요일이면 그날 쉬고 일요일에는 다시 나와 일해야 했어요. 그런데 남한에 오니 공휴일에 쉬어도 주말에도 또 쉬어도 되더라고요. 게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의무적으로 쉬는 날로 정해놨더라고요.
기자: 일반 기업이나 학교 같은 경우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주5일제를 도입하고 있죠. 장사를 하거나 본인 의지에 따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휴일로 보고 있는데요.
이순희: 그렇죠. 만약 부득이하게 원래 근무가 아닌 토요일에 근무하게 되면 법적으로 일급의 1.5배를 줘야 해요. 회사에서 회사원에게 주말에 일하게 하고 그에 대한 수당을 안 주면 법으로 처벌하거든요. 한마디로 주말에 일하면 꼭 1.5배 이상을 일급으로 줘야 한다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에 토요일에 일하게 되면 반나절을 일해도 하루 일한 만큼 급여를 줘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일하는 것보다 쉬는 걸 택하더라고요.
기자: 아무래도 주말 아침에 늦잠 자는 게 돈을 더 받는 것보다 낫다는 거겠죠.
이순희: 네, 그렇죠. 주말에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가족들과 차를 타고 먼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워 먹거나 맥주 파티를 벌일 수 있어요. 겨울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고기나 야채를 꼬치에 꽂아서 구워 먹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식도락을 즐기면 5일간 직장 생활에서 쌓인 피로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요. 국가에서도 명승지마다 사람들 보고 놀러 오라고 홍보도 하고 이정표 등 잘 꾸려 놓기도 해요.
기자: 최근에 떠난 주말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이순희: 저는 이번 주말 저녁에 해돋이를 보려고 밤 9시에 친구와 같이 포항으로 갔어요. 포항에 토끼 꼬리처럼 생긴 영일만이 있는데, 동·서부이기 때문에 해돋이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친구와 저녁 9시 반에 떠나서 숙소를 잡아 실컷 놀다가 새벽 7시에 나와서 7시 반쯤에 영일만에서 시작되는 해돋이를 구경했어요. 조금씩 떠오르는 해돋이를 계속 찍으면서 해돋이 구경을 실컷 하고 소원도 빌었어요.
기자: 영일만 같이 1시간 거리 정도라면 직접 차를 몰고 갈 수도 있는데, 여수에 간다든지 아니면 대구에서 강원도 혹은 서울 쪽으로 간다면 거리가 있다 보니 자가용으로 가기보다 관광회사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관광회사도 이용해 보셨나요?
이순희: 관광 회사에서 보통 고급 리무진 버스를 제공해 줘요. 버스를 타고 가면 멀리 가는데도 직접 운전 안 해도 되고 어디 갈지 미리 알아보지 않아도 돼서 너무 편해요. 목적지에 가는 동안 관광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도착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설명해 줘요. 이렇게 앞장서서 관광하는 곳을 안내해 주는 사람을 남한에서는 가이드라고 부르는데요. 북한에서는 안내원 혹은 해설원이라고 할 수 있죠. 가이드와 함께 명승지를 돌아다니면서 고대 유물이나 건축물들을 구경시켜 주고 또 아주 실감 나게 설명해 준답니다. 그리고 그 주변의 이름난 맛집에서 특산물을 실컷 맛볼 수 있게 해주고요. 다 돌아보면 저녁에 똑같은 버스로 집까지 태워다 준답니다.
기자: 관광회사 관련 정보는 어떻게 알아보셨나요?
이순희: 텔레비전에서 관광회사들이 직접 광고를 하기도 해요. 또 휴대전화의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기도 하고요. 서로 친구나 가족끼리 정보를 공유해서 알려주기도 하고요.
기자: 한국 회사 문화에서 주 5일 근무 외에 신기했던 점이 있으신가요?
이순희: 한국의 회식문화가 또 신기했어요. 북한 고향에선 회식이 연말에 단 한 번 있었어요. 12월 27일이 북한의 헌법절이거든요. 그리고 그맘때면 연말이잖아요. 직장에서 작업반별로 돈을 모아 어느 한 집에 가서 떡이나 술 같은 걸 사서 모여서 먹고 헤어졌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직장에서 회식을 자주 해요. 회식하면 보통 개인이 아닌 회사에서 돈을 지불해요. 고기나 생선회 등 비싼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죠. 그런데 직장인들은 공짜로 밥을 사준대도 피곤하다고 참가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많아요. 북한 고향 분들은 공짜로 맛있는 걸 사준대도 안 간다니 이해 못 할 일이죠.
기자: 회식을 거부하는 직장인들은 퇴근하고 피곤한데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에 가는 등 2차, 3차까지 가야 하니까 꺼려지는 거겠죠.
이순희: 그렇죠. 저는 회식을 싫어하진 않지만 때때론 너무 피곤해서 바로 집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공짜로 불편하게 먹는 소고기보다 마음 편하게 집에서 먹는 라면이 좋다”는 말도 있거든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기분이 좋아서 노래방까지 가게 되면 시간도 많이 늦어지고요. 한반도 사람들은 흥의 민족이라 그런지 음주와 가무 중에 노래가 빠질 수 없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노래방이 많은데요. 방마다 노래방 기계가 있어서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기계에 입력하면 반주가 흘러나와요. 그러면 그 반주에 맞춰 목청껏 신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요. 노래방에 가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 전환도 돼서 저도 친구들과 함께 자주 간답니다.
기자: 아무래도 주말에 푹 쉬고, 스트레스도 풀어줘야 다시 회사로 돌아갈 기운이 생기죠.
이순희: 네, 맞아요. 주말에 여행을 가거나 노래방에 가는 등 직장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할 힘 다시 말해 능률을 올리려면 재충전해야죠.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주5일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