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남북, ‘등산’ 의미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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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이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것 같아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저도 주말에 등산을 다녀왔어요. 남한에서는 산으로 운동하러 가거나 모임을 하곤 해요. 그런데 북한에는 '산에 놀러 간다'는 말이 없거든요.

기자: '산을 놀러 간다'는 말이 없다니 무슨 뜻이죠?

이순희: 북한에서는 산을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나물을 뜯으러 가거나 땔나무를 베러 가기 때문에 놀러 갈 일이 거의 없거든요. 한마디로 북한에서는 등산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면 최근 남한에서는 등산이 오락이나 여가 생활의 한 종류가 됐어요.

기자: 이번 주말에는 어떤 산을 다녀오셨나요?

이순희: 대구 남구에 있는 앞산이라는 데를 다녀왔어요. 앞산에는 사람들이 등산이나 운동할 수 있게 평탄하고 넓게 길을 닦아놨고요. 산 드문드문 가는 곳마다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어요. 그래서 산을 오르다가 운동도 할 수 있고, 앉아 쉴 수도 있고, 산촌 경치도 구경할 수 있게 의자도 놓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는 사람들이 진짜 많이 와요.

기자: 지금 이순희 씨가 살고 계신 대구가 남한에서 대표적인 분지 지역이잖아요? 분지 지역이라 하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을 뜻하는데요. 그럼 근처에 등산할 만한 곳이 많겠네요?

이순희: 네, 많아요. 저희 집 옆에도 용지봉이 있고요. 대구 시내를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데요. 동서남북 어디로 가도 산을 오를 수 있는 데가 많아요. 대구에는 팔공산, 앞산, 비슬산, 용지봉 등이 있고 산마다 높이나 등산 난이도가 달라서 개인 취향마다 자주 찾는 곳이 다르답니다.

기자: 그럼 등산하면서 어떤 것들을 주로 하시나요?

이순희: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다가 계곡이나 평지 쪽으로 내려와서 먹는 음식이 아주 일품이에요. 식당에 가서 사 먹기도 하지만 미리 준비해 가기도 하는데요. 맛있는 음식과 간식들을 가득 배낭에 넣어서 가다가 산속의 물 흐르는 계곡에 가서 텐트, 이북으로 말하면 천막을 쳐 놓고요.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음식을 나눠 먹으면 집이나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고 한 주간의 피로가 싹 풀린답니다.

기자: 남한에서 자주 등산을 다니시면서 북한의 산과 다르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나요?

이순희: 일부 사람들에게는 북한의 자연은 남한보다 더 깨끗하고 잘 보존돼 있을 거란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북한보다 남한에 있는 산들에 나무가 더 잘 보존돼 있어요. 나무를 구색에 더 잘 심어놨어요. 북한에서 산에 올라가면 나무가 없는 휑한 산들이 많아요. 산에는 나무가 있어야 동식물 생태계도 유지되고 자연재해도 막아주는 건데, 북한에서는 나무를 땔감으로 많이 이용하니까 정작 산은 민둥산이 많잖아요. 예전에 제가 남한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몇몇 남한 분들이 저에게 "왜 북한산은 나무가 없고, 벌거숭이예요?"라고 묻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도 북한 풍경을 보면 무산이나 혜산 쪽의 산들에 나무가 없어서 벌건 흙이 그대로 다 드러나 있더라고요. 남한에는 산에 가보면 나무가 무성하게 있잖아요. 남한에서는 나무를 베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돈도 지불해야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국가 혹은 단체 차원에서 산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는 거죠.

기자: 남한에서는 산이 관광지로도 유명하죠.

이순희: 산마다 모양도 다르고 주로 피는 식물도 달라서 이를 이용해서 관광지로 쓰더라고요. 경상남도 창녕군 쪽의 화왕산에는 온통 진달래를 심어서 봄이 되면 분홍색의 진달래밭이 돼요. 그 진달래가 핀 풍경이 장관이라서 일반인들도 사진을 찍으러 오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찍으러도 오더라고요. 또 어떤 산은 철쭉꽃을 심어 사람들이 이 꽃을 구경하러 오게 하고, 어떤 지역은 단풍나무나 대나무를 심어서 해당 계절이 되면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뤄요.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특이한 식물들을 가꾸어 자연도 보전하면서 관광객도 유치한다니 신통한 거죠.

기자: 산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묘미인데요. 그런데 등산할 때 주의할 점에는 뭐가 있을까요?

이순희: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잘 모르거나 자주 하는 실수가 하나 있는데요. 산에서 나무를 마음대로 베거나 나물을 캐면 안 돼요. 이건 탈북민뿐 아니라 이런 법이 생기기 전의 시대를 더 오래 사셨던 어르신들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산마다 그 땅의 주인이 있거든요. 그래서 산에 있는 꽃, 나무, 열매 모두 그 주인의 물건인 셈이에요. 그래서 버섯을 따러 가거나 산나물을 채취해도 그 주인의 승인을 받아야 해요. 저도 몇 년 전 가을에 등산하다가 밤이 우수수 떨어져 있길래 몇 개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왔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런 행동도 하면 안 되는 거죠.

기자: '땅에 떨어진 걸 조금 주워가는 게 뭐가 문제가 될까?'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산에서 나물이나 열매 등을 가져가면 안 되긴 하죠. 사유지이기 때문일 수도 하지만, 그 산에 사는 동물들의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면 밤이나 도토리를 주워갔을 때 그 산에 사는 다람쥐나 청설모 등이 먹을 게 없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또 멧돼지들도 각종 열매를 먹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보호하는 국립공원의 경우는 제한 사항이 더 많은데요. 예를 들면, 술을 마시면 안 된다든지 불을 붙이는 라이터 등을 가져가면 안 되죠.

이순희: 맞아요. 산마다 금지 사항이 다 있어요. 예를 들면 '산불 금지'라는 표지판도 있고요. 산에서 술을 마시다가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해요. 대신 허용되는 구역이 정해져 있어서 그 구역에서 마시면 괜찮은데요. 안전을 위해 험준한 산길에서는 음주를 자제하는 게 좋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많은 분이 모를 수도 있는 규칙 중 하나는 국립공원에서 샛길로 들어가면 안 되더라고요. 보통 국립공원같이 규모가 큰 산에 가면 정해진 등산로가 있거든요. 그런데 빨리 가려고 혹은 남들이 안 가본 곳을 가겠다고 샛길로 들어가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도 모르고 샛길이 있길래 신기해서 둘러봤더니 같이 등산하던 친구가 "샛길로 가면 벌금이야!"라고 알려주더라고요. 이번에 뉴스에 보니까 샛길로 갔다가 길을 잃어버려 112에 신고해서 안전요원들이 그 등산객을 구출하는 소식도 있더라고요. 안전을 위해서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샛길 등산은 피해야죠.

기자: 한국은 그나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어느 산에나 전화기가 터지는 편이라서 긴급 신고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항상 샛길 등산은 피하고 또 어디서나 안전한 산행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등산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