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경주 우정 벚꽃 나들이
2023.03.28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은 눈길만 돌려도 예쁜 꽃들이 천지여서 기분이 상쾌해지는데요. 오늘은 경주 벚꽃 축제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봄이 되면 많은분들이 꽃놀이 많이들 다니시는데 하햫게 핀 벚꽃 구경 빼놓을 수가 없죠.
노우주: 네, 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화창한 봄이 왜 이렇게 좋은지 새삼 느끼는 것 같아요.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경주로 벚꽃놀이 다녀왔는데요. 저의 집 앞 도로에도 벚꽃이 사방에 피어있고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꽃잎이 눈오듯 떨어져 참 예쁘게 보입니다.
기자: 경주쪽에 벚꽃이 소문난 곳인데요.
노우주: 가로수가 온통 벚꽃으로 돼있어요. 경주하면 신라시대의 수도였고 1,000년의 역사와 찬란했던 불교문화가 잘 보존 되어 있고 다양한 유적, 유물들이 있어 지난 2000년 12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광 명소인데요. 이곳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유적, 유물들이 발굴된 곳으로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입니다.
저도 한국에 와서 천년 고찰 불국사를 비롯해 경주에 여섯번이나 갔거든요. 올해 경주 벚꽃축제는 3월 25일부터 4월 초까지 진행되는데요. 매년 65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한번쯤은 찾는 벚꽃 축제가 열리는 곳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또 경주에 가면 그냥 꽃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공연도 볼 수 있거든요. 이번엔 아침에 8시쯤 도착을 했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겨우 주차를 했습니다.
저는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닌 암곡동이란 곳으로 먼저 갔었는데요. 벚꽃을 배경으로 전문 사진 작가가 멋지게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미리 신청을 해놔서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었습니다. 벚꽃 축제에는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와서 사진전에 내놓을 사진을 찍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기자: 요즘은 사진기를 따로 가져 가지 않아도 손전화기로 많이들 찍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사진작가가 찍어주는 사진 신청을 하고 가셨네요?
노우주: 그렇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시 손전화기로 사진을 찍는데요. 어떤 노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아름드리 벚꽃 나무 배경으로 여러장을 찍어드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으니까 대전에서 하루 전날 와서 쉬고 꽃구경을 나오셨다며 사진 찍어줘서 고맙다며 연신 인사를 하시는데 그분들의 말투가 낮익은 거예요. 친구가 저와 눈을 마주치더니 고향이 어디신가 하고 물어보니 이북 청진에서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모두 너무 반가워 인사를 나눴어요.
기자: 그분들이 실향민인가요? 아니면 탈북민이셨던가요?
노우주: 탈북민이었어요. 그래서 같이간 친구와 저도 북에서 왔다고 고향 이야기를 나누며 노부부와 함께 한참을 같이 걸었습니다. 이분들을 보니 갑자기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북에서는 언제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지는지 계절이 오고 가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살다가 대한민국에 와서 이렇게 영감님과 손목 잡고 꽃구경 나들이를 경주에 왔는데 또 고향 사람들을 만나니 꿈만 같다며 할머니가 막 우시는 거예요. 70이 넘으신 노부부가 걷는 것도 힘들어 하셔서 차에 모시고 황룡사 마루길과 신라 왕경 숲, 화랑의 언덕, 첨성대 앞을 돌면서 편하게 벚꽃 구경을 시켜 드렸어요.
기자: 이젠 어딜 가도 탈북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가 있군요.
노우주: 남한에 사는 탈북민이 3만명이 넘다보니 이름난 관광지에서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예약한 보문단지 안의 맷돌 순두부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식사를 대접해 드렸어요.
오후에는 우리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며 노부부는 한사코 숙소로 가시겠다고 하셔서 모셔다 드리고 친구와 저는 축제장으로 다시 갔는데요.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데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풍성해 축제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먹거리가 풍성하다고 하셨는데 경주 쪽에는 뭐가 유명한가요?
노우주: 여기 경주에는 보리로 만든 황남빵이 유명합니다. 부드럽고 소화도 잘돼서 아이, 어린이 다 좋아해서 경주에 여행온 사람들이 여러박스를 사갑니다. 또 황남 쫀드기라고 하는 곡물로 만든 간식은 고소해서 아이들도 그렇고 계속 먹게 됩니다.
저희는 황남 옥수수를 먹으면서 고향의 옥수수와 비교도 하면서 오랜만에 벚꽃놀이에 취해서 보낸 하루였습니다.
기자: 하루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아주 바쁘게 보내셨군요
노우주: 네, 고향분도 만나도 맛있는 것도 멋고 사진도 많이 찍고 너무 시간이 빨리 갔는데요. 벚꽃 구경도 좋았지만 어둠이 내려 앉은 밤애는 가로등 불빛 아래서 보는 밤 벚꽃은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벚꽃 나무가 군락을 이뤄서 꽃 대궐을 만들고 있는데 낮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밤에 봤습니다.
친구들도 밤에 보는 벚꽃이 더 멋있는 것 같다면서 오늘 아니면 언제 또 보겠느냐며 깔깔 웃는 모습에 제 마음도 즐거웠고 친구들과 함께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찻집에 들려 차도 한잔씩 마시며 밤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멍하니 그냥 참 좋다 하는 생각을 했던거 같습니다.
기자: 멍하니 사람들 구경 또 벚꽃구경 하실 땐 시간이 멈춰진 느낌이지 않았습니까?
노우주: 남한 생활이 쉬운 것은 아닌데 이렇게 자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죠. 정말 짧은 하루동안 일이지만 좋은 친구들과 꽃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또 고향 분들을 만나 좋았습니다.
3월은 저의 어머님 생신이 있는 달이여서 고향분들을 만나 어머님가 더 그리워졌습니다. 북한에서는 아름다운 명소에다 저들 만의 초대소나 별장을 지어 놓고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얼씬 못하게 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못하고 살았어요.
하지만 남한에서는 쉬는 날에는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과 전국의 관광 명소들을 다 다녀볼 수 있고 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는 고맙고 감사한 하루였어요. 올봄에는 고향의 주민들도 잠시 잠깐이라도 시름을 내려 놓고 꽃구경을 하시길 바래 봅니다.
기자: 참 얘기만 들어도 즐거워지는 꽃구경 이야기여습니다.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벗꽃 나들이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