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북에 필요한 남한 노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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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5월은 남한에서 가정의 달이에요.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그리고 16일은 성년의 날 등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도 가정을 이루는 중요한 분들이잖아요. 오늘은 남한에서 노인 분들을 어떻게 배려하고 있는지 얘기해 볼까 해요.

기자: 노인 다시 말해 어르신들은 보통 직장생활에서 은퇴하시고, 자식이 있다면 자식들도 성년이 되어 사회활동이 줄어들잖아요?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특히 남한에서 인구 대비 노인 비율이 높아지고 있죠?

이순희: 대한민국의 의료 기술 발전이 평균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했어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또 발전된 기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아지다 보니까 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고 생명을 연장한 거예요. 현재 남한의 평균 수명이 80세쯤 돼요. 그런데 50년 전만 해도 20년이나 더 적은 60세 정도밖에 안 됐대요. 지금 남한에서 60살이라고 하면 아직 일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는 건강한 나이거든요.

기자: 지금 노인 요양원에서 근무하시니까 어르신들을 더 가까이서 뵐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요양원은 노인들을 위한 대표적인 복지시설이라고 할 수 있죠. 요양원에서는 어떻게 어르신들을 보조하고 있나요?

이순희: 요양원에는 보통 건강상의 이유 혹은 치매 증상이 있어서 혼자 생활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입소해요. 제가 일하는 요양원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가 다 85세 이상이거든요. 그중에는 98세를 넘기신 분도 계세요. 노인 요양복지시설에 입소하게 되면 전문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들의 보살핌을 받게 돼요. 요양보호사들은 전문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거든요. 그 외에도 간호사, 취사원, 위생원 등 다양한 전문인들이 있어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어떤 것을 먹는지 식단이 중요하잖아요. 노인 분 중에는 이가 안 좋은 분도 계셔서 그분들을 위한 반찬을 따로 준비하기도 해요. 재미있는 건, 제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요양시설도 밥이 정말 잘 나오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요양원에 가서 먹는 밥이 더 잘 나오고 맛있어요. 그리고 또 어르신들 침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환하고 세탁해 드리거든요. 요양원 선생님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이부자리도 빨래 안 하는데 어르신들 건 일주일마다 어김없이 한다" 그래요. 24시간 요양원에서 정성을 다해 보호해 드리다 보니 어떤 어르신은 요양원이 집보다 편하고 시설이 좋다고 말하기도 하세요. 저희 요양원에 은행국장까지 하셨던 한 어르신이 오셨는데 부인과 자식들이 면회 와서 집에 가자고 하니 "여기가 낫다" 하시며 "가기 싫다"고 호탕하게 웃으시더라고요.

기자: 요양시설에 입소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요?

이순희: 요양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요. 65세 이상이거나 노인성 질환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요. 요양 등급은 1에서 5등급까지 있어요. 이 등급은 목욕이나 양치질 등 일상생활 가능 여부와 인지 능력 등을 봐요. 이 등급에 따라 요양원 입소 가격도 달라지는데요. 월 20만 원 대로 자식들이 지불하기에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에요. 남한 요즘 물가에 20만 원은 1박2일 여행 떠나기도 적은 돈이거든요.

기자: 요양원의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되나요?

이순희: 2주에 한 번씩 요양원과 계약한 의사가 와서 주기적으로 어르신들을 진료해 주고 그때그때에 맞는 약도 처방해 주세요. 그런데 그 치료비를 보니 굉장히 저렴하더라고요. 한 어르신이 60일간 복용할 약을 처방 받았는데 500원밖에 안 드는 거예요. 남한 약값이 원래 싼 걸까요? 아니에요. 약값은 다른 나라와 다름없이 비싼데 의료보험이 잘 구비돼 있어서 정부에서 많은 부분을 부담해 주기 때문이에요. 500원이면 요즘 떡볶이도 못 사 먹는 돈인데 60일 치의 약값이라니, 가족들에게 전혀 부담이 없는 거예요.

기자: 요양원이 아닌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 노인 분들을 위한 사회의 배려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사실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 돈이잖아요. 너무 많을 필욘 없어도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은 있어야죠. 그래서 65세 이상이고 소득 70% 이하인 사람들에게 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외에도 다양한 연금 혜택이 있는데 주민센터나 보건소에 방문하면 공무원분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줘요. 그리고 또 좋은 혜택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차를 운전해서 다니는데, 나이가 들수록 차를 운전하기 쉽지 않잖아요.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면 긴급상황에 대처하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점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요. 그 대중교통이 거의 무료라서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어요. 또 어르신들은 서있기 힘들다는 걸 배려해서 대중교통마다 교통약자석도 마련돼 있고요.

기자: 한국 정부의 복지 정책 중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 중 하나가 노인 분들의 문화생활 장려인데요. 특히 이 정책으로 영화를 무료로 볼 수도 있다고요?

이순희: 맞아요. 어르신 분들은 영화를 무료로 볼 수도 있어요. 또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무료입장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요. 심지어 노인 대학교까지도 무료로 다닐 수 있어요. 65세 이상이 되어도 요즘 사람들은 기운이 넘쳐서 다양한 일을 시도하거든요. 직장에서 은퇴하면 제2의 인생 시작이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대학에 가서 약초에 대해서 혹은 컴퓨터에 대해서 배우는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요. 본인이 원하면 무료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기자: 이순희 씨께서는 요양원에서 근무하시는 것 외에도 봉사단 활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활동 중에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한 적도 있으신가요?

이순희: 네, 그렇죠. 봉사단이 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어르신들께 무료 급식을 제공해 드리는 거예요. 어르신들은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또 여러 단체에서 나온 공연도 무료로 보실 수 있거든요. 하루 종일 심심할 틈이 없게 해드려요. 그리고 관광버스로 전국 각지 관광시켜 드리는 봉사도 있어요.

기자: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살아가는데요. 노인 인구가 남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노인들이 더 소외되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 것 같네요.

이순희: 맞아요. 남한은 경제,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데 아직 복지 지출은 적은 편이라고 해요. 의료 기술의 발전 등으로 평균 수명은 상위에 올라와 있는데 그에 비해 아직 복지는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그래도 북한에 살다가 와보니 남한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정말 다양하고 많아요. 북한도 출생률은 낮아지고 노인 비율은 늘어서 고령화 사회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데, 북한에서도 노인 분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게 도와주는 정책이 적극 시행됐으면 좋겠네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노인 복지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