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단발머리, 종류도 수십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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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잦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네, 안녕하세요.

기자: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노우주:날씨가 무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방안에 가만히 있고 싶은 여름이네요. 몸이 축 처지는 것 같아서 기운도 차릴 겸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하고 왔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머리 자르고 염색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북한에 계신 청취자분들 중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머리 자르고 염색하러 간 걸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들어보시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실 거예요.

기자:크고 붐비는 미용실에 가려면 사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하기도 하죠.

노우주:네, 맞아요. 대형 미용실들은 손님이 워낙 많아서 미리 예약해야 하더라고요.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미용실이 잘한다고 들어서 거기를 갈까 하고 전화해 봤더니 그 주 주말까지 일정이 꽉 찼다고 하더라고요. 미용실이 2층짜리에다가 미용사들도 10명이 넘는데, 그 미용사들 시간이 이미 다 예약돼 있다니 새삼 남한 사람들이 머리를 얼마나 많이 손질하는지 체감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집 앞에 있는 미용실을 찾아갔어요.

기자:미용실에서 어떤 머리를 하셨나요?

노우주: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짧게 잘라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머리카락이 길어 목을 덮으니 땀에 붙기도 하고 답답해서 커트를 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미용사가 "짧게 어떻게 잘라드리면 될까요"라고 되묻는 거예요. 저는 무슨 소리인가 한참 생각했죠. 그러니 미용사가 다양한 머리 커트 모양이 담긴 책을 갖고 와서 단발머리에도 종류가 많다고 설명해 주더라고요.

기자:설명해 준 머리 스타일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던가요?

노우주:남한에서는 머리 스타일을 보통 영어로 돼 있는데요. '테슬컷'이라고 부르는 머리모양은 세련되고 층을 간결하게 내어준 단발머리 스타일을 말하더라고요. '브이컷'은 머리 윗부분에 충을 내어 볼륨을 주고 앞머리는 v자로 잘라서 얼굴형을 보완해 주는 머리 모양이에요. '모즈컷' 스타일은 머리 전체를 촘촘하게 자르고 귀 아랫부분은 살짝 길게 잘라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단발머리에요. '허밍컷'이라는 숏컷 단발머리는 귀 뒤와 목뒤를 더욱 짧게 잘라서 보기에도 아주 시원한 머리모양을 말해요. 저는 숏컷으로 잘랐어요.

기자:단발뿐만 아니라 파마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죠.

노우주:네,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고 느꼈는데요. '히피펌' 같은 경우는 머리숱이 부석하고 없는 여성들이 짜글이 파마를 해서 처지고 힘이 없는 머릿결에 웨이브를 살리는 거예요. 그래서 숱도 많아 보이고 빈약한 곳을 커버할 수 있어요. 물결 파마는 북한에서 파도형 머리라고 하는 헤어 스타일을 말하거든요. 영어로 말하면 북한 분들이 잘 이해 못할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다양한 머리 모양들이 참 많거든요.

기자:보통 미용실에 가면 다른 손님들도 함께 있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저절로 눈이 가게 되잖아요. 미용실에서 다른 손님들은 또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하던가요?

노우주:제가 미용실에 갔을 땐 동네 언니들, 어르신들이 파마나 염색하러 앉아있었어요. 그 중 한 사람은 염색 중이더라고요. 흔히 갈색 염색을 많이 하는데 그 손님은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더라고요. 염색을 다 마치고 미용실 원장님이 손님 머리를 감기고 나니 제법 보기 좋은 보라색 머리카락이 형광등 불빛에 반사되어 찰랑찰랑 움직이는데 제가 보기에도 멋있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이런 머리염색도 가능하네' 하며 제 순서를 기다렸어요. 보라색으로 염색한 손님이 "만족하다며 흰 새치가 눈에 거슬렸었는데 염색도 잘 되었다"며 돈을 지불하고 나가는 모습이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북한의 고향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일들이 여기서는 현실로 눈앞에서 벌어지니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어요. 북한에서는 학교 다닐 때도 여학생들 머리가 길면 규찰대 사람들이 가위로 머리를 잘라 버리고 했거든요. 지금도 북한에서 정해진 머리 모양 중에서만 고를 수 있어요.

기자:반대로 남한에서는 미용실에 갈 때 원하는 머리 모양의 사진을 가져가면 미용사들도 그걸 참고로 머리를 다듬어 주죠.

노우주:맞아요. 미용실에 본보기로 머리모양 그림들도 붙어 있어서 그렇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새로 나온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 머리모양이 마음에 들면 또 그 주인공처럼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해요. 저도 텔레비전 촬영이나 표창장 받는 날 등 중요한 날에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모양을 곱게 손질하려고 미용실을 자주 이용해요.

기자:말씀하신 대로 꼭 커트나 파마할 필요 없이 특별한 날에 머리를 다듬기 위해서도 미용실을 찾곤 하는데요.

노우주:그렇죠. 가정에 약혼식이나, 결혼식, 또는 표창장을 수여 받을 일이 있는 특별한 날에는 사전에 단골미용실에 시간 맞춰 가서 머리단장을 곱게 하기 위해 들리기도 하죠.

기자:그리고 또 화장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메이크업 샵 즉, 화장전문점 있어서 당일 화장을 해주기도 하죠.

노우주:네. 남한에서는 결혼식이나 상견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전문적인 화장을 전문으로 해주는 직업이 따로 있어요. 이런 메이크업 샵에 가서 화장을 곱게 받고 행사에 참여하기도 해요.

본인이 직접 하는 것과 전문가가 해주는 화장법은 확실히 차이가 있거든요.

기자:한국에서도 예전에는 학생들에게는 두발 길이와 염색 파마 등에 제한을 두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많이 사라졌더라고요. 요즘 머리가 길거나 파마를 한 학생들도 많이 보셨죠?

노우주:맞아요. 요즘 학교에 교육을 가면 특히 여학생들은 학생인지 성인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아요. 화장도 짙게 하고 또 머리 스타일도 개성 있게, 자유롭게 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머리염색도 다양하게 물을 들이고 다녀서 학교 밖에서 보면 성인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요.

기자:머리 모양으로 개성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기분전환을 하는 수단이기도 하죠.

노우주:네, 맞아요. 머리 모양까지 단속하는 북한과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머리 모양을 낼 수 있고, 머리염색도 자기가 원하는 색으로 할 수 있어요. 모든 사람이 자유자재로 염색해서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거든요. 북한에서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 남한에서는 일상이 되어버린 자유가 저에게는 너무도 크게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어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갈망하는 북한의 사람들도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껏 머리 모양도 내고 염색도 여러 가지 색상으로 하며 자신들의 아름다운 미를 가꿀 수 있는 자유가 찾아오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기자:노우주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포항에 있는 노우주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미용실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