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과일가게 덤 문화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3.07.10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과일가게 덤 문화 광주 서구 매월동 서부농수산물시장 한 상점에 선물용 과일상자가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잦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들려주실 건가요?

 

노우주: 벌써 한여름이 성큼 다가와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데요. 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과일들도 적당히 섭취해 줘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대한민국에서 어디서든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전 세계 과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기자: 임신했을 때 신맛이 먹고 싶어져 산모들이 주로 과일을 찾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런 경험도 있으신가요?

 

노우주: 저도 고향에서 살 때 사회적으로 제일 어렵고 힘든 시기에 결혼했고 고난의 행군이라는 아사, 동사, 병사 등으로 수백만이 죽어 나가던 시기에 임신했는데요. 먹을 것도 변변치 않은데 입덧으로 시원한 사과나 배와 같은 과일들을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기자: 임신했을 때의 기억이 굉장히 오래간다는 말이 있는데 임신해서 힘들 때 먹고 싶은 과일도 제대로 사 먹지 못하면 참 힘들 것 같아요.

 

노우주: 맞아요. 정말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참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이한테도 미안해지고 그럽니다.

 

기자: 한국에서는 상점, 재래시장, 심지어 무인 가게에서도 과일을 팔죠.

 

노우주: 눈만 돌리면 과일가게들이 있어서 원하는 과일을 마음대로 고르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울긋불긋 무지개색의 싱싱한 과일들을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기죠. 저도 과일을 하루라도 안 먹으면 혓바닥이 털이 날 정도로 좋아하거든요.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가 입이 심심하던 찰나에 눈에 띄는 과일가게가 보이는 거예요. 차를 가게 앞에 대고 들어가 보니 싱싱한 수입 과일, 냉동 과일, 음료, 젤리, 뻥튀기 등 마른안주 거리도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데 사람은 그림자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둘러보니 자동으로 무인 과일 가게라고 음성이 나오는 거예요. 먹고 싶은 과일들을 골라 기계에서 계산하고 나오면 되는 신개념 무인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야간 일을 하고 들어오는 직장인들에게는 낮이나 밤이나 상관없이 아무 때던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매출도 상승한다고 해요.

 

기자: 한국에는 과일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무인 가게들도 많죠.

 

노우주: 시시각각 변화하는 남한에서는 자고 나면 새로운 기계가 출시되는 것 같아요. 무인 기계도 다양한데요. 무인 커피기계가 아파트 곳곳에 설치돼 있어서 원하는 커피나 음료를 마실 수 있고요. 지금처럼 날씨가 무더운 여름철에 인기가 많은 아이스크림 무인 기계가 설치돼 있어서 밤거리를 걷다 가도 사 먹기가 편리하고 남의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엄청 늘었어요. 무인 노래방 기계도 학교나 대학교 주변에 많이 설치되어 있어요. 날마다 이렇게 바뀌니까 제가 모르는 무인 기계들도 엄청 많아요.

 

기자: 무인가게에 도둑이 들거나 제값을 지불하지 않는 손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노우주: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인가게에는 주인이 없는 대신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CCTV가 천정이나 벽에 부착돼 있어서 손님들이 무인 가계에서 과일을 골라서 계산하는 모습이 촬영되고 녹음된다고 해요. 그리고 남한 국민들의 시민문화 의식이 높아 도둑질 같은 비도덕적인 행동을 잘 안 하거든요. CCTV 때문에 도둑질하면 바로 잡히기도 해요. 외국인들도 대한민국의 문화를 접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해요.

 

기자: 그런데 또 한국에서 처음 먹어보는 과일도 있으셨다고요?

 

노우주: 그렇죠. (한국에서) 처음 먹어보는 과일이 엄청 많았어요. 어느 날 친구와 과일가게에 갔는데 사장님이 손바닥처럼 길쭉한 잘 익은 과일을 깎아서 먹어보라고 한쪽을 주셔서 입 안에 넣었는데요. 처음 먹어보는 달콤하고 상큼한 과일 맛에 빠져들었어요. 이게 망고라는 과일이었는데 동남아를 비롯한 더운 지방에서 생산되고 종류도 여러 가지라 하더라고요. 제가 놀라서사장님,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과일도 있어요?”라고 물으니한국은 해외에서 과일과 곡물, 육류까지도 수입을 해온다는 거예요. 제가 또어떻게 해외에서 과일을 수입 해오는 것이 가능하죠?”라고 물었죠. 북한에서는 해외에서 나오는 과일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하고 살았거든요. 2010년 한국 정부가 미국과 페루, 동남아시아 국가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외국 과일을 우리나라로 들여오고, 또 우리나라 과일들은 수출하도록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더라고요. 남한에서는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다른 나라 과일을 계절과 관계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어요.

 

기자: 한국 과일 가게에 또 다른 신기한 점이 있던가요?

 

노우주: , 많죠. 그중에서도 한국의문화를 처음 알게 됐는데요. 시장에 사과를 사러 갔는데 사장님이 사과를 몇 알씩 덤으로 주는 거예요. 제가이렇게 많이 덤으로 주면 남는 게 있느냐고 했더니 사장님이이런 게 남는 거야라며과일 사러 또 오실 거잖아요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요. 과일가게 사장님 인심이 너무 좋으니, 저도 모르게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가게에 새로운 과일들이 들어올 때마다 맛이나 보라고 주고, 또 해외에서 들여오는 과일들도 맛보라고 주는데 그런 사장님이 정말 감사한 거예요. 제가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챙겨 주고 늘 반겨 주니 지금은 의형제가 되었어요. 북한에서는 다들 사정의 여의치 않으니까 과일 한 개라도 덤으로 받는다는 생각도 못 하고 더 달라고 하면 악을 바락바락 쓰면서 내 식구들이 굶어 죽는데 어떻게 더 주겠냐며 얼굴을 붉히던 과일 장수 아낙네의 서슬푸르던 얼굴이 지금도 선해요. 남한에서처럼 넉넉히 여유가 있으면 덤도 챙겨주면서 정도 나눌 수 있을 텐데 참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죠.

 

기자: 처음엔 낯설었던 과일 이름들에도 이제는 익숙 하신가요?

 

노우주: , 처음에는 듣도 보도 못한 과일들이 많았는데요. 체리, 거봉, 용과, 파인애플, 키위를 비롯해 이름도 몰랐던 과일들도 사시사철 항상 접할 수 있다 보니 이제는 입에서 술술 나오죠. 과일 이름도 알고 또 먹고 싶은 과일을 마음껏 먹고 있는 이 현실이 정말 꿈만 같고 아직도 믿겨 지지 않아요. 친구랑 저는 과일 사러 나올 때마다이 세상에서 나오는 과일은 한 번씩 다 먹어보자고 이야기하면서 깔깔 웃으며 과일가게로 가곤 해요. 평생 살아가면서 먹고 싶은 과일을, 그것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행복이 아닐 수 없죠. 고향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도 마음껏 전 세계 나라의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유의 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바라며 오늘 이야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기자: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포항에 있는 노우주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세계 과일들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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